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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100 cm  체중 12.7 kg / 4 살 콩콩이가 훌쩍 자랐다. 그림도 그리고 한글로 이름도 쓴다. 사실은  엄마가 써준 대로 그릴 뿐이지만...
▲ 손녀 콩콩이 신장 100 cm 체중 12.7 kg / 4 살 콩콩이가 훌쩍 자랐다. 그림도 그리고 한글로 이름도 쓴다. 사실은 엄마가 써준 대로 그릴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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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시끄럽다. 보편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 국민 통합을 주장하던 정치인, 문화 융성의 의미, 가치의 혼돈에 빠졌다. 자괴, 절망, 허탈감에 힘이 빠지고 정신이 멍해졌다. 공부의 신 강성태도 "이 나라는 답이 없다. 공부하지 마라"라고 말한다.
 
손녀 콩콩이가 4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8개월째다. 키도 크고 체중도 늘었다. 집에 오면 의기양양하다. 노란 가방에 가뜩 뭔가 가져와서 자랑을 늘어놓는다. 장난감도 만들어 보이고 동화책도 읽는 시늉을 한다. 우리 아이가 천천히 성장해간다.
 
한글 공부에 여념이 없다. 이름을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 콩콩이 한글 공부에 여념이 없다. 이름을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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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쓰는 연습중이다. 처음으로 이름을 썼다.
▲ 콩콩이 이름을 쓰는 연습중이다. 처음으로 이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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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현관에 들어서지 마자 A4 용지 1장을 들이민다. 기분이 최고, "할아버지, 할아버지..." 숨이 가쁘다. 한글로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가족 카톡 방에 올렸다. 외숙모, 삼촌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손녀의 이름 쓴 종이를 벽에 붙였다.
 
손녀 콩콩이가 생후 42개월 만에 이름을 썼다. 친척, 가족들이 축하해줬다. 이런 조그만 꿈이, 희망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을 감히 할 수 없다. 훌륭한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혼란스럽다.
 
가을이다. 단풍이 곱게 물들고 낙엽이 바람에 날린다. 갑자기 온도가 내려갔다. 사람들이 몸을 움츠린다. 그러나 아무리 추어도 움츠리지 말자.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을 치유할 방법이니까.


태그:#하부지의 육아일기, #콩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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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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