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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년 11대에 걸쳐 수연 소면을 만들어온 '진가와 소면(手のべ陣川)' 공장 내부. ⓒ 이한기
진가와 소면(手のべ陣川)에서 만든 수연 소면은 탄력이 살아 있다. ⓒ 이한기
일본 규슈 나가사키(長崎) 현 미나미시마바라(南島原) 시는 '소면'으로 유명하다. 일본에서 소면 생산량 2위다. 한때 400곳이 넘었다는 면 공장이 지금도 300곳 넘게 있다. 400년 역사를 자랑한다는 수연 소면은 시마바라 반도의 돌고래 워칭과 더불어 이곳의 명물이다. 

지난 9월 초, 360년 11대에 걸쳐 수연 소면을 만들어온 '진가와 소면(手のべ陣川)'을 견학했다. '수연(手延) 소면'은 말 그대로 손(手)으로 늘인(延) 면을 뜻한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은 아니다. 면을 꼬거나 면을 자르는 공정은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늘인 면을 숙성하고, 다시 면을 옮기고 말리는 대부분의 공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기계 소면은 반나절 공정인데 반해, 수연 소면은 최종 검수까지 꼬박 3일이 걸린다. 대량 생산을 할 수 없는 만큼 기계 소면에 비해 가격도 비싼 편이다. 그 가운데서도 질이 좋은 홋카이도(北海道)산 밀가루를 써서 만든 수연 소면은 프리미엄 급 대우를 받는다.

수연 소면을 만드는 과정은 얼핏 단순 반복처럼 느껴지지만, 오랜 경험이 바탕이 돼야 한다. 계절과 날씨, 기온과 습도에 따라 염분 농도나 반죽 등을 미세하게 달리 해야 한다. 자칫 어긋났을 경우 원하는 면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진가와 소면'에서 설명한 수연 소면 작업 공정이다.



꼬고, 늘이고, 숙성하고... '수연(手延) 소면' 만드는 과정

첫째 날이 가장 바쁘다. 준비한 밀가루와 소금물을 비율대로 섞어 반죽한다. 면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런 뒤 반죽에 압력을 가해 원반형으로 만든다. 원반형 반죽을 칼로 소용돌이 방향으로 똬리를 틀 듯 자른다. 띠 형태의 반죽을 눌러 글루텐 조직을 만든다.

'글루텐(gluten)'은 밀가루 반죽을 부풀게 하는 끈끈한 물질로, 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하면 생긴다. 밀가루는 글루텐 함량에 따라 약력분, 중력분, 강력분으로 나뉜다. 글루텐은 탄성이 풍부해 밀가루를 더욱 쫄깃하고 차지게 만들어준다. 밀가루 반죽을 여러 차례 꼬고 늘이며 가늘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면의 강도와 탄성을 높이는 것이다.

'수연 소면'의 반죽 단계부터 점차 늘여 면이 가늘어지는 단계를 보여주는 샘플(위). 숙성시킨 면은 좀더 가늘게 똬리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공정(아래). ⓒ 이한기
기계를 통해 연을 꼬아가며 더 얇게 만든다. 면을 꼬면서 늘이는 게 수연 소면의 특징이다. ⓒ 이한기
반죽 면을 그물 모양으로 돌돌 말은 뒤에 마르지 않도록 식물성 기름을 바른다. 면을 숙성시켜 글루텐 조직을 안정시킨다. 면을 롤러에 넣어 얇게 뽑는다. 면을 숙성시킨 뒤 기계로 면을 꼬아가며 가늘게 만든다. 면을 꼬아 늘이며 엷게 만드는 게 수연 소면의 특징이다.

다시금 면을 숙성한 뒤, 연필 굵기로 얇아진 면을 봉에 걸어 8자 형태로 꼬아 감는다. 숙성한 뒤 10cm의 면을 5배 길이인 50cm 정도로 늘인다. 면을 무리하게 늘이면 끊어지기 때문에 숙성을 시키면서 조금씩 늘인다. 양 끝에서 당겨 꼬여있는 면을 풀어준다.

이 과정을 다 끝마친 면은 긴 나무봉에 걸어 천천히 당겨 약 2m까지 늘인다. 이 때 천장의 선풍기로 일정 시간 동안 1차 건조를 시킨다. 여기까지가 수연 소면을 만드는 첫째 날 작업 공정이다. 대부분의 주요 작업은 이때 마무리된다.

연필 굵기까지 얇아진 면을 봉에 8자 형태로 걸고 교차로 꼬아 감아준다. ⓒ 이한기
'진가와 소면' 사장이 취재진에게 '면의 양 끝을 당기면서 꼬여있는 면을 풀어주는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 이한기
하루동안 재워둔 면은 밑에 봉을 뺀 뒤에 2차 건조를 시킨다. 수분이 13% 이하가 될 때까지 말려야 한다. 다 건조된 면은 규격에 맞는 길이로 자른다. 일정한 크기로 잘라진 면을 모아 비비며 맞추는 연마 과정을 밟는다.

그런 뒤 굽어지거나 달라붙은 면들을 눈으로 검사하며 족집게로 하나씩 뽑는 선별 과정을 거친다. 이 작업은 숙련된 사람의 손길이 필수다. 다시금 똑같은 크기로 면을 잘라 마무리한다. 이틀째 작업이 끝난 뒤 마지막날인 3일 차에는 금속 탐지기와 눈으로 최종 검사를 한 뒤 소량의 규격 중량으로 면을 묶으면 모든 게 마무리된다.

꼬고 숙성하며 가늘게 늘인 면은, 다시 긴 나무봉에 걸고 천천히 당겨 약 2m까지 늘인다. 이 때 천장의 선풍기로 일정 시간 동안 1차 건조를 시킨다. ⓒ 이한기
다 늘인 '수연 소면'을 건조하는 모습(위)과 면을 걸 때 쓰는 쇠로 만든 막대(아래). ⓒ 이한기
굽어지거나 달라붙은 면들을 눈으로 검사하며 족집게로 하나씩 뽑는 선별 과정을 거친다. ⓒ 이한기
마지막날인 3일 차에는 금속 탐지기와 눈으로 최종 검사를 한 뒤 소량의 규격 중량으로 면을 묶어준다. ⓒ 이한기
홋카이도 산 밀가루로 만든 소면은 프리미엄 급으로 취급한다(위). 완성된 수연 소면 제품들(아래). ⓒ 이한기
360년 11대에 걸쳐 수연 소면을 만들어온 '진가와 소면(手のべ陣川)'의 건물 앞. ⓒ 이한기

덧붙이는 글 | 일본 규슈 미나미시마바라 취재는 지난 9월 1일부터 3일까지 2박3일 동안 진행됐고, 나가사키 현과 미나미시마바라 시에서 경비를 지원했습니다.

태그:#진가와소면, #수연소면, #미나미시마바라, #나가사키, #규슈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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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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