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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 지리산 노고단의 아침
▲ 지리산 노고단 지리산 노고단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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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계절 사이에는 미세한 자연의 변화가 끊임없이 펼쳐집니다. 우리가 바쁜 삶 속에 그 미세한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할 뿐이지요. 수년간 산에 시간을 가져다 바치고 제가 얻은 유일한 깨달음은 계절과 계절 사이에 '계절의 속살'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의 속살을 느끼려면 지금 길을 떠나야 합니다. 저는 산에서 계절의 속살을 느낍니다. 계곡 길을 올라 산 능선에 다다랐을 때 불어오는 바람은 한여름 그것에 비해 서늘함이 더합니다. 목덜미를 태울 듯 따가웠던 햇살 역시 한결 보드라워지고요. 그러면 가을입니다.

지난 주말 지리산에 올랐습니다. '지리산' 하면 전남 구례의 '노고단고개'에서 경상남도 산청과 함양의 '천왕봉(1915m)'까지 주능선 종주가 유명합니다. 그러나 산이 깊은 까닭에 지리산은 주능선 말고도 곳곳에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짧게는 5km에서 길게는 20km의 다양한 산행 코스들을 자신의 체력과 시간에 맞게 조합하면 훌륭한 산행코스가 됩니다.

지리산의 숨은 비경, 서북능선과 노고단

서북능선 오르는 길 지리산 서북능선으로 오르는 길
▲ 서북능선 오르는 길 지리산 서북능선으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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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주능선 지리산 주능선
▲ 지리산 주능선 지리산 주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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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제가 선택한 코스는 전라북도 남원의 '정령치'에서 시작하여 지리산 서북능선 '만복대(1437m)'를 거쳐 '노고단(1507m)' 밑 대피소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 뱀사골로 내려오는 약 20km 코스의 산행입니다.

산행을 시작한 '정령치'는 높이 1172m의 고개입니다. 여기서 1437m 만복대까지 표고차가 265m이니 딱 서울의 '남산(265m)' 만큼만 오르면 됩니다. '만복대'는 이름처럼 복이 많다는 의미의 봉우리로 정상에서는 지리산의 3대 봉우리인 노고단과 반야봉, 천왕봉 모두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260여m를 올라 지리산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니! 속된 말로 정말 '가성비'(가격대비성능) 뛰어난 산행코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9월 초이지만 여전히 한낮의 햇살은 따갑습니다. 다행이 햇빛의 열기를 청량한 바람이 날려주어 산행하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여기서 지리산의 서북능선을 따라 3시간쯤 걸으면 성삼재가 나옵니다. 1102m의 지리산 고개인 성삼재는 지리산 종주의 시작점인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관문이자 차로 올라갈 수 있는 유명한 관광지라 언제나 등산객과 나들이 인파로 북적입니다.

노고단 가는 길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가는길
▲ 노고단 가는 길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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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일몰 노고단의 일몰은 특히 아름답다.
▲ 노고단 일몰 노고단의 일몰은 특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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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재에서 숙소인 '노고단대피소'까지는 40분 정도 걸어가야 합니다. 지리산 종주의 시작점인 노고단대피소까지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가족끼리 조용히 산책하며 노고단에서 하루 묵어가도 좋습니다.

본래 노고단대피소는 일몰이 아름답습니다. 저희가 머문 저녁에는 구름에 지는 해가 가렸습니다. 아쉬운 대로 야외 취사장에서 저녁을 해먹었습니다. 대피소는 국립공원 내에서는 유일하게 취사가 허용되는 곳입니다.

산행에서 식사는 가장 즐겁고 중요한 일입니다. 함께 산행하는 이들이 서로의 산행 느낌을 공유하는 자리이자 서로가 즐겁게 에너지를 충전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준비해온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소주를 곁들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노고단의 운해와 일출에 숨이 막히다

노고단 운해 지리산 노고단에서 바라본 서북능선 운해
▲ 노고단 운해 지리산 노고단에서 바라본 서북능선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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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운해 2 지리산 노고단에서 바라본 운해
▲ 노고단 운해 2 지리산 노고단에서 바라본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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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운해 3 일행중 한명이 노고단 정상에서 운해를 촬영하고 있다.
▲ 노고단 운해 3 일행중 한명이 노고단 정상에서 운해를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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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일출을 보기 위해 노고단 정상에 올랐습니다. 노고단 평원을 따라 국립공원에서 나무목재로 편안한 길을 만들어 놨습니다. 전날 지나온 '만복대' 쪽으로 구름이 걸려 넘어가지 못해 한편의 수묵화가 펼쳐집니다. 새벽녘 어스름한 박명에 여인의 엉덩이를 닮은 '반야봉'의 실루엣이 펼쳐 칩니다. 아름답습니다.

노고단 일출 해뜨기 전의 노고단. 어둠속에서 반야봉(왼쪽)과 천왕봉(오른쪽)의 실루엣이 보인다.
▲ 노고단 일출 해뜨기 전의 노고단. 어둠속에서 반야봉(왼쪽)과 천왕봉(오른쪽)의 실루엣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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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일출 2 노고단의 일출
▲ 노고단 일출 2 노고단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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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정상에서 구례 방향으로 송신탑이 솟아 있습니다. 송신탑 아래로도 구름바다가 펼쳐집니다. 이윽고 해가 뜨고 노고단 평원을 비추며 또 하루가 시작됩니다. 일출의 감흥을 안고 '대피소'로 내려와 아침을 해 먹었습니다.

아침메뉴 삼겹살 산행중에 체력보충을 위해 아침에 삼겹살을 먹기도 한다.
▲ 아침메뉴 삼겹살 산행중에 체력보충을 위해 아침에 삼겹살을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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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메뉴는 삼겹살입니다. 사실 어제 저녁메뉴로 남원 시내 정육점에서 구입한 것입니다. 준비해온 두루치기며 다른 음식이 많아 미뤄뒀습니다. 산행 내내 지고 다닐 것을 우려한 제가 일부러 꺼내놨는데 아침에 일출을 보러 노고단을 오르고 다들 배가 고팠나 봅니다. 맛있게들 먹습니다. 독자들이 보면 "아침부터 그게 넘어가?"라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산행 중에는 종종 체력보충을 위해 아침에 삽겹살을 구워먹기도 합니다.

뱀사골의 단풍 뱀사골의 이른 단풍
▲ 뱀사골의 단풍 뱀사골의 이른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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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째 산행은 지리산 주능선 초입을 지나 '화개재'를 거쳐 뱀사골로 내려왔습니다. 8km가 넘는 긴 계곡길입니다. 하산길 내내 후덥지근하게 아직 남은 여름의 열기와 청량한 가을의 기운이 함께 느껴집니다. 계곡물에 시원하게 발도 담그고 때 이른 단풍에 놀라기도 합니다.

그렇게 숨 막히던 여름이 갑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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