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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사망 발표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사망 발표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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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을 25년 동안 철권 통치한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사망했다.

우즈베크 정부와 의회는 3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위대한 국가 지도자 카리모프 대통령이 급성 뇌출혈로 투병하다가 수도 타슈켄트에서 78세를 일기로 서거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뇌출혈로 쓰러지고 7일 만이다.

소련 우즈베크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공산당에 입당하며 정치가로 들어선 그는 1989년 당 중앙위원회 제1서기에 오르며 정권을 잡았다. 1991년 8월에는 소비에트 연방 붕괴로 우즈베크의 독립을 선언하고, 첫 직선제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초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씻을 수 없는 과오 '안디잔 학살'

카리모프 정권은 우즈베크의 풍부한 인구와 지하자원을 앞세워 다른 소비에트 연방 독립국들에 비해 사회·경제적 안정을 이끌었다. 하지만 장기집권의 야욕을 드러내며 민주주의 탄압, 인권침해 등 역사적 과오를 남겼다는 평을 듣는다.

우즈베크 헌법은 대통령의 3선 연임을 금지하지만, 국민투표와 개헌을 통해 임기를 늘려왔다. 카리모프는 선거 때마다 90%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득표로 승리했으나, 부정 선거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적 숙청, 야권과 언론 탄압, 반정부 시위대 강경 진압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최근까지도 정치범을 가혹하게 고문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 시리아 등과 정치적 자유가 최악인 국가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2005년 5월 안디잔 유혈 사태는 카리모프 정권의 잔혹함을 드러낸 사건으로 꼽힌다. 당시 우즈베크 동부 안디잔 시에서 1만 명이 운집해 반정부 시위를 펼치자 군 병력을 투입해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수많은 시민을 무차별 학살했다.

미국의 대테러 작전에 협조하며 서방과도 좋은 관계를 맺었으나, 안디잔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조사를 거부하면서 틀어지고 말았다.

후계 구도 '안갯속'... 국제사회도 예의주시

우즈베크는 서방과의 관계가 틀어지자 자국의 미군 기지를 폐쇄하고, 러시아와 손을 잡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카리모프의 사망이 확인되자 곧바로 애도 성명과 조문단 파견을 발표하기도 했다.

카리모프가 사망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될 것인가로 옮겨질 전망이다. 우즈베크 헌법은 대통령 유고 시 상원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아 3개월 안에 대선을 치러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총리, 루스탐 아지모프 제1부총리, 니그마틸라 율다셰프 상원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카리모프가 확실한 후계자를 키우지 않았고, 미국이라 러시아 등 강대국이 개입할 여지도 있어 거대한 정국 혼란이 우려된다.

또한 카리모프 정권의 탄압을 피해 지하로 숨어들거나 해외로 망명했던 과격 이슬람 세력이 다시 무장투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태그:#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독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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