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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 지배자들이 좋아했다는 세메히모 가마(責紐釜) 솥입니다. 입을 묶어서 봉하기 좋게 만들어 차 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모두 16 세기 만들어진 텐묘 가마 솥이고, 오른쪽 사진 가마 솥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3-1598.9)가 가지고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무인 지배자들이 좋아했다는 세메히모 가마(責紐釜) 솥입니다. 입을 묶어서 봉하기 좋게 만들어 차 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모두 16 세기 만들어진 텐묘 가마 솥이고, 오른쪽 사진 가마 솥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3-1598.9)가 가지고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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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낮 일본 시가현 시가라기에 있는 미호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여름철 특별전 일본 차 가마솥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일본에 차를 마시는 문화가 처음 전해진 뒤, 차와 관련된 도구가 인기를 끌고 귀족들 취미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본인들의 물건 만드는 솜씨와 집착은 특이합니다. 만지고 조져서 실용적이고 쉽고, 작고 앙증맞게 만드는 솜씨는 세계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워합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스마트폰 속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크기 카메라는 대부분 일본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미호뮤지엄 여름 특별전에서는 일본 차 도구 가운데 차를 달이는 데 쓰는 물을 끓이는 가마 솥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찻물을 끓이는 가마 솥은 처음 흙으로 만들었으나 점차 쇠로 바뀌었습니다. 흙으로 구워 만든 것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쇠로 만든 차 가마솥은 찻물을 끓이는데 적당하고, 편리한 모습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귀족들의 화려한 취미로 바뀌면서 멋지고 아름다운 무늬를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와 실용적인 안목으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진 왼쪽은 미호뮤지엄 상설전시 중인 간다라 불상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는 전시장입니다.
 사진 왼쪽은 미호뮤지엄 상설전시 중인 간다라 불상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는 전시장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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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가마솥은 찻물을 끓이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시작하여 생김새, 입, 고리 구멍 따위에 여러 가지 장식이 꾸며지고, 겉에도 싸라기 눈 모양, 우박 모양, 뱀장어 껍질 모양에 이르기 까지 여러 가지가 생겨납니다. 뒤에는 아예 학 모양을 본뜬 차 가마솥도 만들어집니다.

일본에서 쇠로 만든 차 가마솥은 규슈 후쿠오카현 아시야(芦屋)에서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규슈에서 처음 쇠로 만든 가마솥이 만들어진 것은 한반도나 중국과 가까워 쇠 다루는 기술이 일찍 전해졌고, 기술자들 왕래가 편리하며, 장인들이 직접 머물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초창기 규슈 아시야에서 만들어진 차 가마솥은 신니라형(真形釜)이라고 하여 연대가 알려진 것은 14 세기 무렵입니다. 이후 텐묘가마(天明釜) 솥이 나오는데 이것은 일본 도치기현(栃木県) 텐묘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텐묘 가마솥은 비록 신나리형만큼 완숙한 아름다움은 없지만 일본 안에서 독자적인 기술이나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뜻이 깊습니다.

          오니시 가문이 자랑하는 차 가마 솥입니다. 왼쪽 위 사진은 1대 오니시가 만든 삿갓 모양 가마(笠釜) 솥이고, 오른쪽 위 사진은 2대 오니시, 오른쪽 아래 사진은 10대 오니시 조세츠(大西?雪)가 만들었습니다. 이 학 모양 가마(鶴の釜) 솥은 독창적이고 과감한 기법으로 차 가마솥을 만드는데 모범이 되는 작품입니다.
 오니시 가문이 자랑하는 차 가마 솥입니다. 왼쪽 위 사진은 1대 오니시가 만든 삿갓 모양 가마(笠釜) 솥이고, 오른쪽 위 사진은 2대 오니시, 오른쪽 아래 사진은 10대 오니시 조세츠(大西?雪)가 만들었습니다. 이 학 모양 가마(鶴の釜) 솥은 독창적이고 과감한 기법으로 차 가마솥을 만드는데 모범이 되는 작품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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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센리큐(千利休, 1522.2.-1591.4.)에 의해서 차도가 자리잡으면서 이제 센리큐의 주문이나 센리큐의 독자적인 안목으로 차 가마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교토 차 가마솥(京釜)입니다. 교토 부근에서 직접 차 가마솥을 만들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이고 전문적인 차 가마솥 장인들 집안이 자리 잡습니다. 대표적인 가문이 오니시(大西) 가문입니다.

교토에서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차 가마 솥을 만든 2 대 오니시(浄清, 1594–1682, 五郎左衛門)에 의해서 시작되어 현 16대에 이르기까지 4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차 가마솥을 만드는 일은 1 대 오니시(浄林,  1590–1663, 五郎左衛門)에 의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가문은 지금도 선조들이 만든 차 가마솥을 보관하는 차 가마솥 박물관(교토, 大西清右衛門美術館)을 관리하면서 차 가마솥의 연구와 보급 및 제작, 판매에 열을 내고 있습니다.

          우바구치(?口) 가마 솥으로 할머니 입을 닮은 차 가마 솥입니다. 왼쪽부터 15 세기, 후쿠오카 아시야, 16세기 텐묘, 17세기 교토 오니시가 만든 가마 솥입니다
 우바구치(?口) 가마 솥으로 할머니 입을 닮은 차 가마 솥입니다. 왼쪽부터 15 세기, 후쿠오카 아시야, 16세기 텐묘, 17세기 교토 오니시가 만든 가마 솥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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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 가마 솥 가운데 여성을 차별하는 듯한 작품으로 우바구치(姥口) 차 가마솥을 들 수 있습니다. 우바구치는 할머니 입 모양 차 가마 솥입니다. 나이가 들어 이가 없는 할머니 입이라는 뜻으로 우바구치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차 가마솥 모양 특히 입 모양이 차 가마솥 어깨에 비해서 약간 내려앉은 모습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이가 빠진 불편을 감수하면서 힘겹게 사는 할머니를 위로는 하지 못해도 그 입 모양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사용하는 것은 여성을 차별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세상을 달관하고 사시는 할머니의 너그러운 마음씨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이제 할머니들도 틀니를 사용하시거나 평소 치아 관리를 잘 하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할머니라고 해서 더 이상 이 없이 사시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우마구치 차 가마솥 이름을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일본 사회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호뮤지엄은 차 가마 솥 특별전 뿐만 아니고, 실크로드를 주제로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중국 따위에서 수집한 상설전시도 열고 있습니다. 미호뮤지엄은 시가현 시가라기 산 속에 30 만 평 규모로 미술관을 지었습니다.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 전하는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주제로 입구에서는 전시 본관이 보이지 않지만 고개를 오르고, 터널과 다리를 지나면 멀리 전시 본관 지붕이 보입니다.

미호뮤지엄 입구에서 전시 본관까지 가는 과정은 도화원기에서 나무꾼이 처음 산골짜기에서 떠내려 오는 복숭아 꽃잎을 찾아서 호기심에 끌려 골짜기 물길을 따라서 올라가고, 굴을 지나 복숭아꽃이 피어있는 도화원에 찾아가는 과정을 건축으로 나타냈습니다. 미호뮤지엄은 중국 출신 건축가 아이 엠 페이( I.M.Pei Architect, Ieoh Ming Pei 貝 聿銘, 1917- )가 설계하여 1997년 11월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사진 왼쪽은 흰색 돌로 꾸며놓은 일본 정원입니다. 사진 오른쪽은 미술관 안 복도입니다.
 사진 왼쪽은 흰색 돌로 꾸며놓은 일본 정원입니다. 사진 오른쪽은 미술관 안 복도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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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뮤지업은 이번 여름철 특별전이 7월 말로 끝나면 일단 문을 닫고, 10월 1일부터 무갈 황제와 마하라쟈의 보석, 카타르 알타니 수집품 특별전이 시작됩니다. 

참고 누리집> 미호뮤지엄, http://miho.jp/japanese/ , 2016.7.24.
오니시세이에몬미술관, http://www.seiwemon-museum.com/, 2016.7.24.
차도, http://verdure.tyanoyu.net, 2016.7.24.

첨부 자료> 이번 미호뮤지엄 여름철 특별전에 전시된 모든 작품에 대한 사진과 간단한 설명이 붙여있습니다. 모두 미호뮤지엄의 도움과 허락으로 만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미호뮤지엄, #차 가마 솥, #간다라 불상, #우바구치 차 가마 솥, #도화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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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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