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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서 시작한 국회의원 친인척 비서진 임용 논란이 막바지로 치닫는 모양새다. 서영교 의원은 19대 때의 일, 그러니까 20대 현재 국회가 아닌 과거지사임에도 중징계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출당이나 제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한 건 잡았다는 듯이 비대위, 정진석 원내대표, 민경욱 대변인 등이 연일 "국민배신의 종합판", "국회의원 권력 남용 챔피언",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박인숙 의원에서 시작하여 김명연 원내수석 대변인, 송석준, 이완영, 한선교, 강석진, 박대출 의원 등 적어도 7명이 20대 국회 현재, 4급에서 9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친인척을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망신을 당하고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말처럼 '과연 우리당은 자유로운가?'라는 잣대를 들이대보면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보다 훨씬 더 심하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이나 정진석 원내대표, 민경욱 대변인 등이 이런 자기 당 사정을 모르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서영교 의원을 비난한 것이라면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는 못 본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고, 알면서도 그랬다면 '정치적 양심도, 도덕도 없는 모리배'라는 더 큰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가족 특혜 채용' 논란 등으로 물의를 빚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려 깊지 못했고 저의 불찰이었다"고 사과했다.
▲ 서영교 "올해 세비 공익적인 부분에 기탁하겠다" '가족 특혜 채용' 논란 등으로 물의를 빚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려 깊지 못했고 저의 불찰이었다"고 사과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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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을 두고 <조선일보>마저 지난달 30일 <[사설] 새누리도 '가족 채용',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野 비판했나>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경우는 모두 2~4년 전 과거의 일이었다. … 새누리당 박인숙·김명연 의원의 경우는 모두 이번 20대 국회 들어서 벌어진 일이다, 서영교 의원의 경우보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고 힐난했다.

'새정치'를 강조해왔던 국민의당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당은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 논평을 통해 "(서영교 의원의) 온 가족 생계를 국민 혈세로 해결한다"고 맹비난하면서, 국민의 당에는 친인척 보좌진을 채용한 사례가 없다고 셀프 자랑까지 했다. 그런데 국민의당의 자화자찬도 며칠 못 가 바닥을 드러냈다. 국민의당에서도 조배숙 의원에 이어 정동영, 송기석 의원의 친인척 비서진 채용이 드러났다. 정동영 의원이 채용한 2명 중 1명, 그리고 송기석 의원이 채용한 비서진은 법적인 친인척은 아니지만 또 다른 2명은 법적 의미의 친인척을 채용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특히 국회의원의 대표적 갑질로 회자되고 있는 친인척 채용에 대해서 국회법이든, 국회사무처 규정이든, 아니면 국회 윤리규정이든 어떤 제한이나 금지 규정이 없다는 점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즉 불법이나 위법이 아닌데 온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것은 20대 국회에서 처음 생긴 것이 아니라 이전 국회에서도 관행처럼 존재하던 것이다.

이전 국회에서도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친박인사이자 차기 당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최경환 의원의 매제, 송광호 의원의 딸, 김성조 의원의 매제, 정양석 의원의 동생과 조카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백군기 의원의 의붓아들 등이 비서진으로 채용되었다. 국민의당 사무총장이자 국회의원인 박선숙 의원도 18대 국회에서 조카를 비서진으로 채용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전에도 이런 행태는 수없이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서영교 의원 사건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며,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어셈블리>의 비서진, 초단기 비정규직 노동자?

현행법상 국회의원의 비서진 채용은 전적으로 국회의원의 권한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아니면 생면부지의 남이든 국회의원 본인이 뽑아서 쓰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현재 국회의원은 7명의 유급 비서진과 4명의 무급(인턴 2명, 입법보조원 2명)을 둘 수 있다. 이 인원 내에서 누구를, 어떤 절차를 거쳐서 뽑느냐는 전적으로 국회의원에게 맡겨져 있다는 의미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왜 이렇게 허술하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국민들 역시 이런 현실을 알고 있었지만 국회의원 비서진을 채용하는 것에 대해서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요구를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20대 국회 들어 서영교 의원 사건을 기점으로 이런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어쩌면 이전에는 이런 관행을 심각한 갑질, 특권으로 보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현행법상 어떤 불법이 아님에도 밝혀지는 족족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하루아침에 친인척 비서진을 사표 쓰게 하는 현 상황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만큼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이고,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졌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사실 국회의원의 비서진이라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른바 '꿀보직'은 아니다. 국회의원 비서진이 국회에 정식으로 등록되는 공무원인 것은 맞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그런 공무원은 아니다. 공채를 통하여 정년이 보장되는 입법공무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회의원의 임기인 4년 동안도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 좀 심하게 말하면 하루하루가 완전히 파리 목숨인 '초단기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국회비서진은 꽃보직이라기보다는 3D 업종에 가까워보인다. 몇 년 전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이 등장하는 <어셈블리(Assembly)>라는 드라마가 방송된 적 있다. 그 드라마를 쓴 작가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이지만 또 다른 주인공은 그의 비서진들이다.

그 드라마에 나오는 비서진들의 생활은 그 자리가 결코 청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만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좁은 사무실 의자나 소파에서, 또는 차안에서 쪽잠을 자는 모습이나 밤을 새는 모습이 다반사다. 실제 국회 비서진들의 생활이 그러하다.

특히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의 시기이면 비서진들은 거의 퇴근을 못한다. 잠깐 속옷 갈아입거나 샤워만 하고 바로 출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밤 새 준비한 것이 나중에 문제가 생겨 국회의원에게 선 채로 큰 소리로 야단을 맞는 모습도 여러 번 보았다. 심지어 어느 순간 국회의원의 말 한 마디에 거리로 나앉는 경우도 많다.

국회의원 비서진들은 정무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토요일, 일요일, 휴일에 나와서 일을 해도 휴일수당도 없고, 그 흔한 초과근무수당이나 야근수당도 없다. 그들은 그렇게 산다. 이런 자리가 국회의원 비서진이다. 자신의 돈을 쪼개서 비공식적으로 채용한 직원의 임금을 대신 내기도 하고(기꺼이 이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임금 중 일부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의원의 정치후원금으로 내는 경우도 있다. 국회의원에겐 특권이 많지만, 국회의원 비서진들에게 특권이란 없어 보인다. 적어도 본인이 지금까지 만난, 수많은 국회비서진들은 이런 쪽에 가깝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당선된 후 1~2개월 안에 함께 일할 비서진들을 한꺼번에 구해야 한다. 그나마 자신의 지역구를 관리하는 의원은 선거 운동을 같이 한 사람 중에서 고르니 좀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배정받을 상임위원회 관련 정책을 맡고, 자신의 수행비서를 할 사람을 그 시간 동안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로 9급인 수행비서만 하더라도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함께 하는 사람인데, 생면부지의 사람을, 한두 달 안에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수행비서는 특별한 능력이나 자격을 필요로 하는 자리도 아니며, 무슨 대단한 특권이 있는 자리도 아니다. 그래서 가장 편한 사람, 자신이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하게 된다. 그렇게 지인이거나, 아주 친한 사람에게 소개를 받거나, 또는 친인척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 비서진 중에서도 유독 9급 수행비서에 친인척이 많은 것이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정책담당 비서진 역시 해당 상임위 분야에서 전문가로 이미 알려진 사람을 찾다보니 누군가의 소개 아니면 원래 알던 사람을 선호하게 된다. 물론, 이것이 좋은 일이니 앞으로도 계속 이런 관행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다.

의원 비서진 관련 진짜 '슈퍼 갑질'은 따로 있다

국회의원 친인척 비서관 채용 자체보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하여,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비서진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가족이나 지인이 비서진으로 왔다는 자체가 아니라, 이를 특권으로 남용하거나 악용하는 경우이다.

최근 언론의 도마에 올라 국회의원 비서관을 사직한 경우들을 조금만 살펴보자. 서영교 의원은 "비서진이 갑자기 일을 그만 두어 PPT의 귀재인 자신의 딸이 자기 일을 도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호영 의원의 조카였던 비서관 역시 자신은 "누구의 친인척이 아니라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일을 계속해 오다가 초선 의원을 돕기 위해 그 의원실로 옮겨온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억울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이나 정동영 의원 역시 친인척 비서관이 친인척이라서가 아니라 능력을 가진, 정치적 동지로서 함께 하는 사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의원들의 해명이 완전한 거짓말로만 보이지 않는다. 전부는 아니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진짜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은 가족을 비서진으로 등록만 해 두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 심지어는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돈만 받아가는 경우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는, 이른바 '유령비서관' 또는 '대포비서관'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A의원의 경우 딸이 등록만 되어 있는 '유령비서관'이라는 의혹이 있었고, 또 다른 새누리당 의원인 박윤옥 의원은 아들이 직급도 없는 무급 입법보조원인데 실제로는 가장 높은 4급비서 행세를 하다가 들통 나 '차명보좌관'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국회에 '비서관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비아냥거림이 돌았다.

무급보조원이 국회의원 다음으로 높은 4급보좌관 행세를 한 것만으로 코미디이지만, 실제로 일을 했는지도 알 수 없으며, 입금 지급을 위해서 허위 서류를 꾸며서 월급을 받은 것도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할 짓은 아니다. 또 그 역할을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세금이나 보험료 등을 누가 내었는지도 불법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것이 친인척 비서관 채용의 진짜 문제다.

'국민정서법'? 세상에 그런 법은 없다

자신의 친인척을 의원실 보좌관에 채용해 논란에 싸인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좌진 가족채용으로 국민 실망 분노 있는 시점에 보좌진 친척 채용으로 논란을 일으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 박인숙 "친척 채용 논란 일으켜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자신의 친인척을 의원실 보좌관에 채용해 논란에 싸인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좌진 가족채용으로 국민 실망 분노 있는 시점에 보좌진 친척 채용으로 논란을 일으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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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윤근 국회사무처장까지 나서서 국회의원 친인척 채용 제한에 대한 제도 도입을 말하고 있다. 뒤늦게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모든 정당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국회의원의 친인척 채용을 제한하는 입법을 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원천적인 금지를 한다고 해도, 지금 일부 의원실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처럼 의원 상호간에 친인척을 교차하여 채용하는 편법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의 친인척은 어떤 의원실에도 근무하지 못하도록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 국회의원 친인척 채용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친인척이 국회에 비서진으로 채용되었다는 것 자체를 가지고 마녀사냥 하듯이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기준과 절차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국회의원 친인척 채용 사태가 물의를 일으키는 이유도 바로 이 기준과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분명히 현행법상 불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민 정서'를 이유로 국회의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수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을 국회에서 일해 왔던 비서진들이 죄인처럼 국회를 떠나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쇼 같다는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국민들이 국회의원 친인척 채용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유는 친인척 비서진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그냥 국회의원에 대한 반감,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의 특권에 대한 반발, 그리고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좌절감 등이 종합적으로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비이성적이기까지 한 현재의 국회의원 친인척 비서 채용 사태는 좀 과한 면이 분명히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말하는 것처럼, 법적으로 친인척도 아니고, 사실 남남에 가까운 사람들을 도매금으로 친인척이라는 범주에 묶어서 비난하는 모양새는 흡사 마녀사냥이나 여론재판을 연상시킨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국회가 진정 반성해야 하는 것은 친인척 채용 자체가 아니라 국회에 대한 국민의 적개심의 근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또 ▲열정페이로 미화된 무급 채용 ▲언제 그만두어야 할지 모를 초단기 비정규적이라는 신분의 불안 ▲야근수당이나 초과근무수당 미지급은 물론, 휴일 수당도 인정되지 않는 노동법의 사각지대 ▲국회의원에 의한 비인격적 대우 등으로 대표되는 국회의원 비서진들에 대한 진짜 '슈퍼 갑질'을 근절시키는 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회의원 친인척 비서진 채용보다 훨씬 심각한 사회문제인 사립학교와 같은 공공기관 또는 기업의 친인척 불법, 편법 채용 문제 등에 대해서는 왜 우리 언론과 정치권이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태그:#국회, #친인척, #슈퍼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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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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