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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신선바위'입니다. 오르는 순간 자연과 하나가 됩니다.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신선바위'입니다. 오르는 순간 자연과 하나가 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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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섬 여행에서 산행은 특별합니다. 트인 시야 덕분에 양쪽으로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습니다. 거문도 등산 코스는 다양합니다. 녹산 등대~서도리~음달산~불탄봉~억새군락지~기와집몰랑~신선바위~보로봉~거문도등대~수월산 동편까지 약 6시간 걸립니다. 이 중 4시간, 3시간, 2시간 등 자신에게 맞추면 됩니다.

아내. 거문도-백도 여행길에 나서는 내게 "거문도에서 산행을 못해봤다"며 아쉬워합니다. "휴가 내고 같이 가자" 했더니, "신선바위와 기와집몰랑은 걷고 싶은데, 일 때문에 다음에 가자"대요. 그러면서 "모든 걸 훌훌 털고 쉬고 오라"는 아내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아내의 아쉬움을 달랠 시 한 편 읊지요.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고도에서 본 '기와집몰랑'. 기와집몰랑은 멀리서 보면 이처럼 기와집 지붕 같이 보인다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고도에서 본 '기와집몰랑'. 기와집몰랑은 멀리서 보면 이처럼 기와집 지붕 같이 보인다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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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신
                 임호상

   19도 잎새주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더니만
   36.5도 당신
   그 눈빛 한 잔에
   확,
   취하네
                    - 임호상 신작시집 <조금새끼로 운다(문학의 전당)> -

삶은 자신과의 싸움이라 일깨우는 '거문도등대'

'거문도 등대'에서 본 '선바위'와 '보로봉' 풍경입니다.
 '거문도 등대'에서 본 '선바위'와 '보로봉' 풍경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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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길을 나섰습니다. 날씨 덕분에 해돋이 대신 선택한 거문도 산행.  '목넘어~거문도등대~목넘어~보로봉~신선바위~기와집몰랑~유림해수욕장' 코스는 2시간여 소요됩니다. 바닷물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목넘어'. 거문도등대 가는 길의 동백 터널. '선바위(노인암)'에 부딪친 파도소리가 청아합니다.

거문도에서 느끼는 사실 하나. 바닷바람에 문질러져 윤이 나는 걸까. 동백 잎이 유난히 반짝반짝 빛납니다. 얕은 해무 낀 아침 산책길. 지금껏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기에 충분합니다. 깊이 있는 삶이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조차 사치입니다. 나를 내려놓는 순간, 거문도등대가 나타납니다. 쉼을 허락합니다.

해무 속 거문도등대입니다.
 해무 속 거문도등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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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등대는 1905년 세워져 1세기가 넘는 동안 바다 사나이들의 뱃길을 안내 중입니다. 15초 간격의 불은 42km 거리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거문도등대 앞 관백정.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갑니다. 배 한 척 바다를 가릅니다. 거문도등대는 숙박이 가능합니다.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누구나 묵을 수 있습니다.

걸었던 길을, 살아온 세월을 다시금 복기하는 것처럼 되돌아 나옵니다. 숲이 인간에게 베푼 걸까. 앞서 걸었던 길에, 무심코 흘렸던 나 자신과 만납니다. 동백 숲에서 나를 만난다는 건 색다릅니다. 염치없던 삶에 겸손과 배려를 배웁니다. 보로봉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365개의 계단을 오릅니다. 자연이 삶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일깨웁니다.

신선바위 가는 길에 본 거문도 풍경입니다.
 신선바위 가는 길에 본 거문도 풍경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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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오르는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보는 거문도 풍경이 아름다움을 넘어 감미롭습니다. 녹차를 머금고 맛과 향을 음미하는 것처럼, 맑고 신선한 공기 한 모금 입 안 가득 머금습니다. 풀 향 가득한 공기 속에는 따사로운 사랑이 듬뿍 담겼습니다. 참 맛난 공기입니다.

신선바위에 오릅니다. 정상. 신선이 앉았던 것 같은, 살짝 파인 자리에 앉아 숨을 고릅니다. 큰 새 한 마리, 언제 나타났을까? '신성한 신선바위에 웬 놈이냐?'는 듯 주변을 한 바퀴 빙 돌며 경계의 날개 짓입니다. 자격 있음을 눈치 챈 걸까? 숲속으로 사라집니다. 아니었다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댔을 겁니다.

거문도의 신선바위에 오르자, 새 한 마리, 경계의 날개짓입니다.
 거문도의 신선바위에 오르자, 새 한 마리, 경계의 날개짓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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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는 산행 길. 거문도 전체를 혼자 빌려 쓰는 기분입니다. 물 한 병 없이 빈손으로 오른 무모한 산행 길. 목마를 때쯤 산딸기가 나타납니다. 반가움에 덥석 따 입으로 가져간 찰라. 아뿔싸! 벌레 한 마리. 산딸기 아래쪽 뒤에서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것도 모르고 땄습니다. 자기 몫이 있는 거죠. 기꺼이 물러났습니다.

조금만 오르면 불탄봉. 오르기를 접습니다. 후일을 기약하며. 유림해변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숲을 벗어나니 국립공원 거문도분소, 거문도섬 호텔이 보입니다. 이어 모래가 고운 유림해수욕장이 펼쳐집니다. 드디어 사람을 만납니다. 신계에서 인간계로 귀환했음을 실감합니다. 해류 따라 흘러 온 해안쓰레기를 치우고 있습니다. 인사합니다.

"수고하시네요!"

거문도 산행길에 만난 산딸기. 반가움에 땄더니 임자가 있더군요. 자기 몫이...
 거문도 산행길에 만난 산딸기. 반가움에 땄더니 임자가 있더군요. 자기 몫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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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해변에 밀려 온 해안쓰레기를 치우는 중입니다. 이걸 보니 신계에서 인간계로 넘어 온 기분이대요.
 유림해변에 밀려 온 해안쓰레기를 치우는 중입니다. 이걸 보니 신계에서 인간계로 넘어 온 기분이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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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산행 길에선 곳곳에 동백 쑾이 있습니다.
 거문도 산행 길에선 곳곳에 동백 쑾이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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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기와집몰랑에 이걸 누가 쌓았을까?
 거문도 기와집몰랑에 이걸 누가 쌓았을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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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등대 관백정에서는 날씨 좋은 날 백도와 훤히 트인 태평양을 볼 수 있습니다.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등대 관백정에서는 날씨 좋은 날 백도와 훤히 트인 태평양을 볼 수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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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거문도, #거문도등대, #기와집몰랑, #신선바위, #유림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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