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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달 27일 오전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달 27일 오전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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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로 향했던 검찰 수사팀의 칼끝은 역시나 무뎠다.

검찰은 20일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 정운호씨와 그의 변호인인 홍만표 변호사의 검찰 로비 의혹과 관련해, '실체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 식구 감싸기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검찰은 각종 의혹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정운호씨 상습도박 사건에 관여한 검사·수사관 20여 명에 대한 조사, 자금 추적, 통화 내역 조회, 청사출입기록 조회 등 다방면에서 엄정한 조사를 했다"면서 "새로 나오는 단서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더 조사할 게 없다"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검찰 개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검찰 개혁을 미룰 수 없다"라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보면 홍만표 변호사의 비리가 단순 개인 비리이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이번 사건조차 적당히 덮어놓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검찰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로비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과 이날 검찰의 해명을 정리했다.

① 홍만표 변호사와 검찰 간부는 왜 20차례 통화했나

검찰은 이날 2015년 8월 상습도박 수사를 받던 정운호씨로부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간부 등에게 청탁·알선한다는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홍만표 변호사를 재판에 넘겼다.

홍만표 변호사의 로비 대상은 당시 박성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현 서울고등검찰청장),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현 국가정보원 2차장) 등이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최윤수 전 3차장과 두 차례 만났고, 2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문제가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가 (최윤수 전 3차장에게) 정씨를 선처해달라고 변론 활동을 했는데, 3차장으로부터 싸늘하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소환조사는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최 전 3차장이 '정운호씨 구속이 불가피하니까 청탁 하지 말라'는 취지의 액션을 한 객관적 증거를 수집했기 때문에,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성재 전 지검장 조사에 대해서도 "홍 변호사가 (박 전 지검장을) 찾아가거나 전화로 변론 활동을 할 사실이 없다고 했다"면서 "두 사람이 통화한 내역도 없다, 적절한 방법으로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② 검찰은 왜 이제야 정운호씨 횡령 혐의를 수사하나

검찰은 최근 정운호씨의 횡령 혐의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운호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틀 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왜 지난해 10월 정운호씨를 상습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길 때는 횡령 혐의를 수사하지 않았을까. 검찰이 법조 비리가 불거진 이후에 횡령 혐의를 수사한 것과 맞물려, 지난해 봐주기 기소가 있었던 것 아닌지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도박 자금과 관련된 회사 자금 횡령 여부도 염두에 두고 관련자 조사나 계좌 추적 등 수사를 진행했으나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당시 입건된 도박 기업인들의 횡령을 추적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적이 없다"면서 "정운호씨, 홍만표 변호사 등을 조사한 결과, '횡령죄를 수사하지 말아 달라'는 청탁에 대한 증거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③ 검찰은 항소심에서 왜 구형량을 줄였나

검찰은 정운호씨 상습 도박과 관련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법원이 징역 1년을 선고하자,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정작 검찰은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1심 때보다 6개월을 깎아준 것이다.

이례적인 검찰의 구형에 대한 검찰의 해명은 무엇일까.

검찰 관계자는 "징역 1년이 선고된 이후, 정씨가 도박 퇴치자금으로 2억 원을 기부했고, 다른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면서 "상습 도박의 법정 최고형이 징역 3년임을 고려해서 구형량을 낮춘 것"이라고 밝혔다.

④ 검찰은 왜 적의 처리 의견을 냈나

정운호씨 재판과 관련해, 이해하기 어려운 검찰의 행동은 또 있다. 정씨는 올 1월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법원은 검찰에 의견을 물었고, 검찰은 '적당히 처리해 달라'는 뜻의 '적의 처리' 의견을 법원에 냈다.

한 달 전 검찰이 1심 선고 형량이 낮다면서 항소한 것을 감안하면, 검찰의 적의 처리 의견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공판검사가 강력부와 합의된 감경 구형 사유 등을 고려하여 보석 신청에 대한 적의 처리 의견을 냈다"라고 짧게 해명했다.

⑤ 정운호씨는 왜 두 차례나 무혐의를 받았을까

정운호씨는 2015년 상습 도박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 전에, 두 차례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모두 무혐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 때 정운호씨를 변호한 사람이 바로 홍만표 변호사다. 홍 변호사의 검찰 로비가 성공한 걸까.

검찰은 "당시 경찰이 무혐의로 사건을 검찰로 보내왔고 단서도 없었다, 그래서 무혐의로 처리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검찰 관계자가) 변호인으로부터 금품, 향응 등을 수수한 사실은 현재까지 밝혀진 바 없다"라고 밝혔다.


태그:#정운호, #검찰, #홍만표, #네이처리퍼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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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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