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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시행을 앞둔 정부의 '맞춤형 보육' 정책이 시작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제도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며 개선을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시행 유보를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논평을 통해 정부의 맞춤형 보육 시행을 유보하고 학부모와 보육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민주는 "정부의 맞춤형 보육제도는 '영아 가정양육 촉진 및 필요에 맞춘 다양한 보육지원'이라는 목적은 퇴색되고 정부 의도에만 맞춘 보육정책으로 학부모와 어린이집의 피해만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더민주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업주부 자녀(만0~2세)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이 1일 6시간으로 축소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업주부에 대한 보육료 지원도 기존의 80% 수준으로 삭감된다고 밝혔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맞춤형 보육은 주부들의 다양한 수요와 필요에 맞추지 않고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임금삭감을 강요함으로써 단지 정부 목적에만 맞춘 것으로 현대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시범사업 결과 무시한 정부의 일방통행 추진, 왜?

국회입법조사처는 15일 맞춤형 보육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냈다. 문서는 이 제도의 주요 문제점으로 시범사업 결과 반영의 부족, 이용자들의 혼란, 급여의 형평성 논란, 어린이집 운영 악화 등을 지적했다.

지난 2015년 7월부터 10월까지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가평, 김천, 서귀포의 어린이집 이용자들의 99%, 95.3%, 89.8%가 종일형(12시간)을 선택한 반면, 맞춤형(8시간)이나 반일형(6시간)에 대한 선택은 저조했다. 

박선권 입법조사관(사회학박사)는 "시범사업 결과를 보면 영아가구의 서비스 욕구를 반영하는 시범사업의 종일반 쏠림 현상이 전면 실시에서도 재연될 개연성이 높은 까닭에 이 제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조사관은 영아가구들이 종일반 서비스 이용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가의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즉 맞벌이, 다자녀, 저소득층 등은 '행복e음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종일반 대상 영아로 판정받는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가구들은 스스로 종일반 이용자격의 증명을 입증해야 한다.

박 조사관은 "증명 과정에서 근로형태, 종사상 지위, 정보접근성이 떨어지는 다양한 정보격차 계층 등 증명서 제출이 용이하지 않은 영아가구들은 자연스레 배제되거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현장 확인 등을 위한 행정력 부족으로 가짜 증빙 등을 통한 악용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조사관은 기존의 영·유아 보육료와 가정양육수당 간의 격차도 전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다시 한 번 차등화 되었다고 지적했다. 즉 가정양육수당, 맞춤반, 종일반의 삼중구조로 인해 정규직, 비정규직, 전업여성 간 형평성 논란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조사관은 "종일반을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는 여성들에게 맞춤형 보육은 일자리와 양육서비스 모두에 있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재연되는 것"이라며 "결국 종일반 선택의 자격심사는 양육의 주체를 여성으로 상정하는 것으로 취업여성과 전업여성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박 조사관은 어린이집 운영악화 가능성도 제기했다. 즉 맞춤형과 종일형의 서비스 내용의 차이는 오후 3시에 하원하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는 것. 이로 인해 교사인력, 급·간식 등 기본적인 비용이 절감되는 구조는 아니라고 그는 지적했다.

박 조사관은 "맞춤형 보육의 '맞춤형'이라는 표현은 영아가구들에게 보육료의 차등 지급으로만 이해될 수도 있다"며 "보육의 사회화에 맞는 형평성 있는 보육정책의 개발, 새로운 재정수급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모든 영아가구들에게 동일한 기본보육시간과 필요에 따른 추가보육시간을 제공하는 방식이거나 영아를 주체로 하는 아동수당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가능하다"고 밝혔다.


태그:#맞춤형 보육, #보건복지부, #국회입법조사처, #더불어민주당, #무상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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