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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이계삼 탈탈+ 선거운동본부'와 녹색당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당원들은 지난 8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우리가 국회로 들어가 송전탑을 뽑아내고자 합니다"고 했다. 사진은 이계삼 후보가 발언하는 모습.
 녹색당 '이계삼 탈탈+ 선거운동본부'와 녹색당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당원들은 지난 8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우리가 국회로 들어가 송전탑을 뽑아내고자 합니다"고 했다. 사진은 이계삼 후보가 발언하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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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10박 11일간의 전국 순회 유세를 마치고 서울로 온 녹색당 비례대표 이계삼 후보를 만났다.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이틀 앞둔 날이었다. 후보로서는 명함을 한 장이라도 더 돌려 자신을 알리기 급한 때였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이계삼의 탈탈+선본은 '집중 유세'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선거 일정을 마무리해 가고 있었다.

시작은 청소년들과 함께였다.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청소년 참정권 요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계삼 후보는 "녹색당은 청소년 공약을 주요한 의제로 삼았습니다"라며 지지 발언을 시작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동료 시민이 아닌 가르침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만, 이계삼과 녹색당이 생각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그는 11년 동안 학교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일하며 청소년들과 함께했다.

"녹색당은 선거권을 만 16세로 낮추고, 정당 가입 연령 제한을 없애겠습니다. 학생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아주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 논의의 주체로서 녹색당이 국회에 들어가 역할을 하겠습니다.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권리를 가졌을 때, 이 미성숙한 사람들로 인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성숙할 수 있는지를 녹색당이 함께 보여주겠습니다."

명함 돌리기 대신 손팻말을 들었다

4월 11일 녹색당 비례대표 이계삼 후보와 선본원들이 서울역에서 KTX 해고 승무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4월 11일 녹색당 비례대표 이계삼 후보와 선본원들이 서울역에서 KTX 해고 승무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 이계삼의 탈탈+선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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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열두시, 이계삼 후보는 서울역으로 향했다. 10년째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KTX 해고 승무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이 후보는 "녹색당을 국회로"라고 적힌 손팻말 대신 다른 글씨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을 직접 고용해야 합니다."
"KTX 승무원은 안전과 관계가 없다? 비정규직 양산하는 대법원 판결 규탄!"

'녹색당' 이름 석 자는 손팻말 아래쪽에 아주 작게만 적혀 있을 뿐이었다. 마침 바로 옆에서는 다른 정당 후보들이 한창 명함을 돌리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 조바심이 들 법도 한데, 이계삼 후보의 얼굴에선 그런 내색이 전혀 안 보였다. 그는 "철도공사가 아니면 누가 KTX 승무원을 고용하고 있느냐"는 한 시민의 물음에 답하며 간접고용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 더욱 열심이었다. "노동자들의 존엄과 우리들의 안전이 걸린 문제입니다"라는 이 후보의 말 속에 이미 그가 되고자 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오후 두 시, 이계삼 후보가 향한 곳은 노량진 수산시장이었다. 동작갑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이유진 후보의 유세를 돕기 위해서였다. 최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시장 현대화를 둘러싸고 수협중앙회와 상인들이 갈등 중이다. 전체 680여 점포 가운데 200여 점포만이 새로 지은 시장으로 옮겨 갔다. 나머지 400여 점포는 구시장을 떠날 수 없다며 버티는 중이었다.

마침 이 날은 수협 측이 구시장 일부의 수도와 전기를 차단한 날이어서, 구시장 상인들의 불안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밀양이라는 또 다른 갈등의 현장에서 긴 싸움을 함께해 온 이계삼 후보에게 상인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번엔 어깨띠 떼고...

4월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반올림 농성장을 찾은 녹색당 비례대표 이계삼 후보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이종란 노무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4월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반올림 농성장을 찾은 녹색당 비례대표 이계삼 후보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이종란 노무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계삼의 탈탈+선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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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이었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지지방문을 위해서였다. 이계삼 후보는 목적지에 닿기 전, 어깨에 둘러매고 있던 '녹색당' 어깨띠를 뗐다. 지지 방문이 목적이지, 녹색당을 알리는 게 먼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2008년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우리 유미에 대해 이 후보가 2009년에 칼럼을 썼다, (2009년 6월 19일 <한겨레>, '어떤 백혈병') 삼성 직업병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거의 없던 당시로서는 처음 주류 언론에 언급된 것이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며 이 후보를 맞았다.

이 후보는 "삼성 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문제는 민주주의 중에서도 기본 중의 기본이고, 최소한의 문제입니다"라고 황 씨를 응원했다. 이 후보는 "노동자들이 일할 때 안전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인데, 삼성직업병 피해에 대해 삼성에게 아무런 제재도 안 하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가 민주정부라고 이야기했던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에도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라며 녹색당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에 들어가게 된다면 오래 걸리더라도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4월 11일 녹색당 이계삼 비례대표 후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4월 11일 녹색당 이계삼 비례대표 후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 이계삼의 탈탈+선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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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해가 지고, 이계삼 후보는 다시 광화문으로 향했다. 이 날의 마지막 일정은 세월호 추모미사였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조용히 성가를 따라 불렀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 신부와 김인국 신부가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 후보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누군가의 옆에서 힘을 보태 주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처음엔 답답하다고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하루 일정을 마치고 되돌아보니 그 무엇보다도 후보 이계삼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 하루였다. 이날 하루 그가 찾은 곳들은 이계삼이 국회에 들어가서 어떤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려 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계삼이 국회에 들어간다면, 내 앞에 선 국회의원이 아닌, 내 옆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회의원이 한 명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정인선 시민기자는 녹색당 당원입니다.



태그:#녹색당, #이계삼, #비례대표, #선거운동,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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