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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의 히로시마 방문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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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직 국무장관이 처음으로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해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11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다른 나라 장관들과 함께 히로시마 피폭 희생자 위령비가 있는 평화공원을 찾았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이후 국무장관을 포함한 현직 각료가 히로시마를 공식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케리 장관은 피폭의 참상을 알리는 자료관을 둘러본 뒤 위령비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케리 장관은 "과거를 다시 논의하고, 피폭에 스러져간 이들을 예우하지만, 이번 방문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것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각료의 히로시마 방문이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로 확대해석될 여지를 차단한 것이다.

앞서 케리 장관의 일본 방문을 수행하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도 "케리 장관의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이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어 케리 장관은 평화공원 자료관 방명록에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며, 결코 첫 번째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전 세계가 갈망하는 평화로운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모두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라고 적었다.

G7 외무장관들은 평화공원에 이어 히로시마 피폭의 상징물인 '원폭 돔'(옛 히로시마 물산진열관)을 방문했다. 원폭 돔 방문은 원래 일정에 없었지만, 케리 장관의 전격적인 제안으로 이뤄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세계의 국가 지도자들이 피폭의 실정을 직접 살펴보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 이어 오바마 대통령도 갈까

미국은 다음 달 G7 정상회의 참석차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평화공원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이 성사된다면 역시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이 피폭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일본이 전쟁 가해국으로서의 잘못을 희석하고, 피해국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평화공원) 방문 여부는 미국이 정부가 결정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