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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마을을 다시 세우는 나가라곳 타망족 마을

나가라곳(Nagaragot, 1,932미터)은 네팔을 찾은 관광객이나 카트만두 시민에게 훌륭한 관광지다. 카트만두에서 접근성도 좋고 히말라야에 많은 봉우리가 한꺼번에 잘 보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4월 25일 네팔 대지진과 연이은 여진으로 나가라곳 주변에 많은 집이 무너지고 흔들려서 폐허의 동산이 되어 버렸다. 나가라곳은 가까이에서 히말라야를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주변 수많은 언덕 위에 네팔다운 집들이 네팔의 정취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산언덕에 늘어서 있거나 띄엄띄엄 형성된 마을에서 집이 무너지고 흔들린 후 지금은 태양열에 빛나는 하얀 양철 지붕만 반짝이고 있다.
지진 피해가 심했던 나가라곳 타망족 마을에 많은 집들이 무너졌다. 그후 무너진 집과 마을을 살리는 길을 찾아 마을사람들에 의해 평화재단이 설립되었다. 이제 마을 사람들이 세운 재단의 힘으로 새로운 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 타망족 자체협력조직이 세우는 마을회관 현장 지진 피해가 심했던 나가라곳 타망족 마을에 많은 집들이 무너졌다. 그후 무너진 집과 마을을 살리는 길을 찾아 마을사람들에 의해 평화재단이 설립되었다. 이제 마을 사람들이 세운 재단의 힘으로 새로운 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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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라곳 인근 타망족 마을에 집들이 여전히 방치되어 있고 사람들은 잘려나간 집들에 의지해 살고 있었다.
▲ 무너진 채 방치된 집들 나가라곳 인근 타망족 마을에 집들이 여전히 방치되어 있고 사람들은 잘려나간 집들에 의지해 살고 있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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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가라곳 정상 아랫마을을 찾았다. 그곳에는 한국의 한 건축업체가 타망족 마을회관을 짓기 시작했다. 산마을 사람들도 이제는 지진의 공포를 잠재울, 안전한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지진 이후 네팔 사람들 일반의 인식이다.

그래서 카트만두 시내는 물론이고 네팔 전역에 경량 판넬을 이용한 집짓기가 한창이며 양철로 벽과 지붕까지 짓은 집들이 수도 없이 많다. 네팔의 새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네팔의 기후 조건을 고려하고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고육지책이다.

일 년 중 7월과 8월의 우기 때 말고는 지금 짓는 형태의 집들은 고통을 가중한다. 12월부터 2월까지의 추위는 견디기 힘들고 다른 계절에는 아열대 기후에다 거친 태양열 때문에 집안이 찜통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회관을 짓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집을 짓는 것이다. 지금 네팔에는 수많은 해외건축회사가 경쟁하고 있다. 이 또한 지진 이후 생겨난 현상이다.  

지진 이후 세계 각국의 관심과 정부의 보조금 등은 새로운 집을 지으려는 네팔 사람들의 희망사항이 됐다. 그러나 정부의 한 가구 한화 200만 원 지원은 현실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 됐고 마을의 자체협력조직이 짓는 마을회관이 우선 숨통을 트여주게 됐다.

해망 마을에서는 평화재단을 만들어 타망족에 전통과 문화를 알리는 타망문화마을을 설계하고 마을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게 할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에 맞춰 우리 네팔·한국 문화센터는 해당 마을에 재단에서 일부 대지를 분할 받아 아시아신화박물관을 짓는 문제를 협의 중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여전히 멀쩡한 집인데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면 도저히 살 수 없는 집이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어서 복원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 무너진 채 방치된 집들 멀리서 바라보면 여전히 멀쩡한 집인데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면 도저히 살 수 없는 집이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어서 복원되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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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활기를 찾는 네팔

이틀 전에는 네팔지진 대참사 1주년 네팔 교과서 전시회 및 네팔 현대미술전 참가할 네팔 초청 인사들과 사전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네팔·한국 문화센터에 새로운 구성원으로 커나갈 두 학생의 부모를 만나러 집을 찾았다. 지진으로 무너졌던 집이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게 주택의 근본은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는 한 보육원에 빵과 의류 그리고 피부연고와 기생충 약을 전했다. 네팔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어 교과서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팔교과서 돕기 성금모금을 위한 네팔교과서 전시회 및 네팔현대미술전'을 열기 위해 곧 귀국길에 올라야 한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고정으로 빵을 공급하는 보육원 시설에 이번 달엔 두 차례 빵을 배달하기로 했다. 때마침 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모두 보육원에서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우떰 버터라이씨 가족 초대로 집을 찾았고 우떰 버터라이씨의 딸인 쿠시(즐거움) 버터라이와 우떰 버터라이씨의 아내 우르밀라씨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
▲ 한국에 가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집을 찾았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우떰 버터라이씨 가족 초대로 집을 찾았고 우떰 버터라이씨의 딸인 쿠시(즐거움) 버터라이와 우떰 버터라이씨의 아내 우르밀라씨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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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바빠진 우리 부부는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하듯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가스난과 연이은 유류난으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채 밀려 있던 의류를 오늘 한 시민단체 관계자를 집으로 불러 전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현장을 찾아가 전하고 싶었으나 현장이 카트만두에서 멀고 비용 문제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믿을 만한 단체를 선정해 집에서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하루는 한국으로 이주노동을 떠난 이주노동자의 집에서 초대를 받았다. 어린 딸은 이제 2학년 학생이 되었고 부인은 한국에서 돈 벌어 보낸 남편의 수고한 뜻을 받아 멋진 집을 지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를 초대한 것이었다. 함께 식사나 하자는 것이다.

네팔에서도 한국에서도 만난 적이 있는 이주노동자가 우리 부부의 활동에 감사하다며 아내를 채근해서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우리 부부는 식사를 함께하고 이주노동자의 어린 딸과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어린 딸이 동네 소식을 재잘재잘 들려주는데 아이의 이야기 중에는 지진 당시 상황도 포함되어 있었다. 슬픈 동화를 듣는 기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람과 문화에도 게재합니다.



태그:#나가라곳, #타망족 마을, 타망족 마을회관, #마을 자체 협력조직, #우떰 버터라이, #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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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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