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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 5620만원. 20대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1582명이 27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벌금납부액을 모두 합산한 결과다. 이 수치는 기초자치구의 개별복지사업에 맞먹는 규모다. 후보자 일인당 평균 117만원에 해당한다. 전체 예비후보자 1582명 중 전과를 가진 사람은 563명, 35,5%다. 이들 중 한번이라도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467명으로 82.9%였다. 전과를 가진 예비후보자 대다수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당들은 이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전체 예비후보자 전과 비율
 전체 예비후보자 전과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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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선거법, 정치자금법, 근로기준법... 벌금형은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벌금형이라고 하면 신체를 구속하는 징역형에 비해 가볍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국가에서 재산상의 권리를 제약하는 엄연한 실형이다. 물론 살인미수같은 중범죄보다는 가볍다. 그러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

벌금형은 각 범죄별로 최대부과액은 차이가 있지만, 최소부과액은 5만원부터 적용된다. 20대 국회의원 예비후보자가 낸 벌금총액 18억 5620만원, 일인당 117만원의 액수는 그들이 저지른 범죄가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님을 보여준다.

범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직후보자의 윤리관을 의심할만한 것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음주운전이다. 음주운전을 저지른 사람은 무려 171명이다. 이들 가운데 2번이나 음주운전을 한 후보자는 22명이나 됐다. 벌금을 3번 선고받은 사람은 4명이다. 4번째 걸린 후보자도 있다. 음주운전 정도는 사실 애교다. 상해와 사기행각을 저지른 후보자도 있기 때문이다. 상해와 사기로 처벌받은 후보자는 각각 35명, 18명이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을 한 후보자도 74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사면이라는 축복을 받았다. 법적인 굴레에서 벗어낫지만 도덕적 결함은 여전히 안고 있다. 권력을 남용한 범죄를 저지른 후보도 있다. 금융기관에 압력을 행사한 범죄인 알선수재로 벌금형을 받은 후보자도 4명이다. 모두 국회의원 자격에 의문을 품을 만한 범죄다.

근로기준법과 같이 '사용자로서 법을 위반한 후보'도 12명이다. 경영인이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리더의 자격을 살펴볼 수 있는 척도다. 근로기준법으로 처벌을 받으려면 임금체불, 근로계약 미준수 등 가장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어겨야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범죄전력자와 벌금액수 단연 1위, 더민주와 국민의당도 적지 않아

정당별 예비후보자 벌금 총액
 정당별 예비후보자 벌금 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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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범죄자가 많은 정당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 전체 후보자 800명 중 전과자는 254명이다. 그 중 232명이 벌금형을 받았다. 벌금 총액은 9억 3360만원으로 전체 절반에 해당하는 50.3%를 차지했다. 근로기준법을 어긴 후보가 전체 12명 중 8명이나 있다. 음주운전을 저지른 후보자도 172명 중 72명으로 42.1%를 기록했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후보도 38명으로 전체 74명중 51.3%를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만만치 않았다. 더민주 전체 후보자 350명 중 전과자는 146명이다. 그 중 101명이 벌금형을 받았다.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실형을 살았던 후보자들이 많아서 벌금형을 받은 후보자 수는 적은 편이다. 벌금 총액은 4억 820만원으로 22%를 차지했다. 음주운전 전력자 39명,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자 15명,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후보도 3명을 기록했다. 새누리당보다 적은 편이지만 '도긴개긴' 수준이다.

국민의당도 의외로 많다. 전체 후보자 255명 중 전과자는 77명이었다. 그 중 62명이 벌금형을 받았다. 음주운전을 했던 후보자는 24명,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자 13명으로 조사됐다. 높은 도덕성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공천과정에서 이들이 탈락할지 주목된다.

벌금형에 관대한 공천기준, 전과자들이 정당으로 몰린다

이런 어마어마한 수치들이 나오는 이유는 정당들이 벌금형에 대해 관대한 편이기 때문이다. 각 정당의 당헌당규를 살펴보면 후보자들의 공천을 좌우하는 범죄전력 기준은 금고형 이상이 대부분이다.

새누리당의 당헌당규에는 공직후보자의 부적격 기준을 11가지 두고 있다. 하지만 규제조항은 단 3개뿐이다. 관련조항은 '제9조 5항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 계속 중에 있는 자', '제9조 7항 파렴치한 범죄전력자', '제9조 8항 부정·비리 등에 관련된 자'다. 후보자로 부적합하다고 못박은 것은 현재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다. 벌금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 기준이 불명확하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공직후보자 심사기준은 정체성,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 도덕성, 당선가능성으로 5가지다. 이 가운데 규제조항은 도덕성 하나다. 도덕성도 범죄전력자를 배제한다는 명확한 기준은 아니다. '사회지도층으로서의 도덕적 품성을 갖춘 자'라는 애매모호한 설명만이 당헌당규에 있을 뿐이다. 이외에도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를 제외할 것을 규정했지만 그마저도 금고형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한 새누리당만 못하다.

국민의당도 비슷한 입장이다. 보좌관 등 직무관련자가 부정부패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후보자를 제한하지만 역시 금고형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아야 한다. 성범죄, 아동관련 범죄, 공적지위를 이용한 갑질 범죄 등도 규정했지만 금고 이상의 형만이 대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후퇴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번달 1일 최고의원회의에서 '부적격 사유에 해당하는 자가 공직선거에 당선돼 유권자 검증을 받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조항을 당규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당도 다른 당과 차별점은 크게 없는 상황이다.

그 외 진보정당과 군소정당에서도 벌금형을 명확하게 공직후보자의 기준으로 올린 곳이 단 한곳도 없었다.

시민들이 직접 후보자 감시해야 부적격 국회의원 후보자 막는다

정당에서 마련한 공직후보자의 도덕적인 기준을 더 높일 것이 요구된다. 성공회대 김형철 정치학 박사는 "교통법이나 근로자 임금 차별 등의 위반으로 인한 벌금은 분명 도덕적 문제다"라며 "공천시스템에서 걸러낼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법을 지키는 일은 입법자의 자질이므로 불성실한 전력의 후보자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집시법의 위반 등 사회 정의를 위해 벌금형을 받은 경우는 예외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감시도 요구된다. 안진걸 참여연대 합동 사무처장은 "전과자가 많다는 데에만 집중하면 정치에 부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봐야 한다"며 현명한 투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사무처장은 총선시민네트워크, 총선청년네트워크, 곧 출범할 '3분총선' 사이트를 통해 유권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예비후보자의 범죄전력을 직접 알아보고 싶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를 접속하면 자세히 볼 수 있다.


태그:#국회의원 선거, #벌금,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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