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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 특히 호남민들은 독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이승만 정권은 차치하고라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에서 국기문란과 자유민주주의 파괴는 국민들의 삶과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로 이어지면서 마침내 대한민국은 지긋지긋한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독재정권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호남사람들은 또 다른 독재에서 여태 벗어나지 못했다. 바로 지방의 독재정권에서 말이다. 이것은 비단 호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남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1995년 민선자치시대가 시행되면서 호남은 기호2번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망국적 지역감정의 발로에서 나온 결과라고 치부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대선이나 총선 등 중앙정치에서야 솔직히 지역감정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만 동네 시의원 뽑는 데, 도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는 도의원 뽑는 데, 자신의 생계와 가장 밀접한 권한을 쥐고 있는 시장을 뽑는 데, 여당은 때려 죽여도 찍을 수 없고 진보정당을 찍자니 믿음이 안 가고 결국 남은 한 장의 티켓이 바로 민주당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가 등장했다. 특히 호남의 비주류 지방정치인들에게 안철수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그동안 민주당 기득권들의 틈바구니에서 발버둥을 쳐왔던 이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의 등장은 이제 자신들도 대등한 위치에서 그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고 이들이 안철수의 사람들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솔직히 새정치라는 포장지로 싸여 있었지만 안철수는 비주류 지방정치인들에게 탈출구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탈출구의 종착지가 도로 민주당으로 향하면서 이들의 탄식과 절망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2년 전만큼은 아니지만 호남 특히 광주, 전남에서 안철수 신당(국민의당)의 바람은 여느 지역보다 강하게 불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여전히 그들이 있다. 바로 2년 전 안철수로부터 배신당했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말이다. 천정배 신당의 출현이 시작되었을 때 불었던 작은 바람이 안철수 신당이 현실화되자 불이 붙듯 타오르는 형국이다.

물론 이 불꽃의 진원지는 순수 호남사람들이 아니라 호남의 기득권에 들지 못한 지방정치지망생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들이 지역민들의 여론을 조성하고 새로운 정당 탄생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불안해한다. 혹시나 또 다시 통합이라는 명목으로 합치지 않을까!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기호2번이 그동안 가졌던 독재적 기득권의 폐해는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시장, 시의원이 전원 한 편이 되어 시정을 농락하고 민의를 저버린 작태를 밥 먹듯 한 것이 가장 큰 예다. 시민을 바라보지 않고 그들이 속한 정당만을 바라보는 것이 두 번째로 심각한 예다.

건설적인 경쟁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수직적 집단이 지속적으로 지방정권을 장악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생명의 원천인 물도 고인 상태로 몇 년 만 흘러도 썩게 마련인 데 하물며 사람 그것도 정치인이 20년이 흘렀는데 썩지 않은 것이 이상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 호남에 두 개의 정당이 꼭 필요한 시기다. 절반의 국민들이 염원한 정권창출도 튼실한 야권의 생태계가 형성되어야만 가능하다. 지금처럼 얄팍한 기득권에 안주하여 자신들의 재선이나 바라는 야당 국회의원 집단으로는 정권창출은 요원한 꿈에 불과할 것이다. 오는 4월 13일 과연 호남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남매일 칼럼란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태그:#호남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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