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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에서 귀신을 쫓는다며 한국인 여성을 때려 숨지게 한 한국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다. 이 구마의식 살인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사이비 교주와 같은 행태를 보였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진정으로 종교를 믿는 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새삼 생각해 봤다.

나의 어머니는 여호와증인 신자다(여호와증인은 자신을 신자라고 하지 않고 증인이라고 한다). 나도 한때는 그랬다. 우리나라 종교문화의 연속성은 부모가 아주 자연스레 자녀를 동반하면서 유지되는 게 일반적이다. 부모가 기독교 신자면 자녀도 자연스레 기독교 신자가 되고, 부모가 불교 신자라면 자녀도 자연스레 불교 신자가 되는 것이 혈연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대체적인 종교문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약 30년 전 여호와증인을 믿은 후부터 부잣집이었던 친정으로부터 쫒겨났다. 그리고 남편의 별세로 상부가 된 뒤 하나님만을 믿으면서 홀로 살고 있다. 권위주의적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군 복무를 거부하고, 수혈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여호와증인은 오랫동안 '괴물' 취급을 받아왔다.

여호와증인 1세대(국내에 여호와증인이 들어온 건 일제시대라고 알려졌기에 그 시기부터 믿은 사람들을 1세대라고 부를 수 있겠다)들은 실제로 고난(사회적 차별과 배제)을 많이 겪었다. 그들은 그것을 '박해'라고 부른다.

미국이 전파한 기독교를 번영의 축복이라고 믿게된 한국인에게 기독교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여호와의증인은 증오와 말살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빨갱이'였다. 따라서 그들은 내 어머니처럼 집안에서 쫓겨나는 일도 많았고, 군대를 가지 않음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동안 한국 사회가 문화적으로 성숙해지면서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사회적 배타성이 다소 나아지기는 했다지만 내가 볼때 여전히 그 차별의 뿌리는 깊어 보인다.

지금 나는 여호와증인이 아니다. 내 기억으로 중학교 때까지 다녔던 것 같다. 근본주의적 정경 분리의 원칙을 강조하며 사회 문제를 등한시 하는 여호와의증인에 대한 관심이 고등학교 들어서면서 떨어졌고, 오래 지나지 않아 발길을 아예 끊었다.

내가 새삼스레 여호와증인 이야기를 꺼내는 건 여호와의증인이라는 한 종교를 뜬금없이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여호와의증인이 아니기에 그들을 옹호할 필요성이나 이유도 없다. 다만, 객관적으로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다양성 문화가 일반적인 외국에서는(일상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여호와의증인을 괴물로 취급하는 일은 없다. 이웃 일본만 해도 기독교인은 1%밖에 안된다. 중국과 일본에는 수많은 종교가 공존한다. 한 사람이 어떤 종교를 믿든 그냥 인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수 종교를 믿는다는 건 다소 비일상적인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한국의 소수 종교 신자들은 다소 편협하고 강박적인 성향이 있다. 사회의 배타적인 시선을 견디려면 스스로의 믿음을 합리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편견의 시선이 강하거나 믿음의 대가가 큰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가 진정한 종교라는 신념을 내적으로 강화시킨다. 여호와의증인에게도 그런 강박성은 보인다. 사회는 군대를 가지 않는 여호와증인을 이상하게 보지만, 여호와증인은 그런 사회를 오히려 이상하게 본다. 군 복무를 하고온 신자들을 자기들 내부에서 왕따시킨다거나 배교자라고 해서 배척하는 경우도 있다.

여호와의증인이 아닌 사람들을 이방인이라고 부르며 사회적 문제로부터 철저히 떨어지려하는 그들의 종교적 순수주의도 강박증의 한 산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강박증은 용인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형 종교와 일부 사이비 종교의 물신주의와 부정, 배타주의에 비하면 말이다. 자신만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려는 여호와증인의 문화는 오히려 '귀여울'(?) 정도다. 

어머니는 그동안 괴물 취급 받아온 여호와의증인이지만, 여호와의증인은 물질을 추구하거나 1인 교주 또는 세습 지배자를 신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30년 동안 여호와의증인을 지켜봤지만 그들이 금전적인 대가를 노리고 활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한국의 대형 종교는 돈 몇백만 원에 교회내의 어떤 직책을 매매하기도 한다지만, 30년간 믿어온 어머니가 여호와의증인에서 5만 원 이상을 헌금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교회처럼 1인 지배 체제도 없다. '내가 여호와증인의 지도자다'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그들은 하나님 외에는 모두 우상숭배라는 초기 기독교 정신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이다. 그들이 여호와의증인을 믿음으로써 얻는 물질적인 대가는 전혀 없다. 대가라면 오로지 사회적 배제와 소외다. 그럼에도 내가 만나본 많은 여호와의증인들은 행복하단다.

그들의 조직 구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기성 대형 종교나 일부 사이비 종교처럼 1인 지배 세습 체제는 없다. 한 회중(그들이 종교 활동을 하는 최소 단위를 말한다)에 감독자라는 일단의 사람들이 집단 지도 체제를 이룬다. 이것도 지도자라기보다는 관리자에 가깝다. 회중의 신자들과 상담을 하거나 회중 종교 활동의 스케줄을 짜는 업무를 맡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동에도 금전적인 대가는 전혀 없다. 그냥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녁이나 휴일에만 종교 활동을 할 뿐이다. 여호와증인에게서 돈 문제로 갈등이나 알력이 생겼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보통 성금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내지 못하게 하고, 성금을 개봉할 때는 반드시 감독자를 포함한 2명 이상의 서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횡령이 쉽게 발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호와의증인이 부패하지 않고 비교적 순수한 모습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일단 1인 지배 체제가 아닌 것이 가장 큰 요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미국에 본산을 두고 있다는 점도 주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즉 어느 집단 내부에서 부패가 발생하면 미국의 본부에서 즉각 실체를 파악해 처리하기 때문인데, 그 시스템이 꽤 발달돼 있다.

기성의 대형 종교는 물신주의, 1인 지배 세습 체제로부터 비롯되는 갖가지 부정과 비리로 얼룩져 있다는 것이 양식있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또한 신흥 종교의 일부는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사이비성 1인 교주 체제로 그 곳에 속했던 사람들은 이번 독일의 구마의식 사건처럼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런 변종적 양태를 지닌 한국 종교문화 풍토에서 여호와의증인은 그나마 종교적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종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무신론자다.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종교문화를 수강할 정도로 종교문화에 조금 관심은 있었지만, 종교학자는 아니기에 다른 종교가 어떠하다는 평가를 할 자격과 능력은 내게 없다. 다만 내가 직접 겪어봤고, 어머니를 통해서 그동안 살펴본 여호와의증인의 모습을 꺼내는 것 뿐이다. 이를 통해 올바로 종교를 믿는 자세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싶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호와의증인들이 모두 완벽한 사람들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들에게도 배타주의적 성향, 편협함 등의 강박증, 내가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나르시시즘적 선민주의 등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여호와증인을 언급한 건 기성의 종교들이 너무 타락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를 이끌며 한때 기독교 개혁운동을 했던 손봉호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고상한 이기주의>라는 책에서 "정치와 사회는 그 부패의 정도가 조금씩이나마 줄어지고 있는데 반해 가장 깨끗해야할 교회는 오히려 더 썩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봉호 교수는 한국 교회의 부패상을 신랄히 비판한 바 있다. 이는 비단 대형 교회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여화와의증인도 만약 규모가 커진다거나 세월이 지나면 썩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그런 거니까. 여호와의증인이 어떻게 타락하든 그건 나중의 일이다. 내가 현재 여호와의증인의 종교적 순수성을 강조하는 건 그만큼 기성의 종교들이 여러 면에서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태그:#여호와의증인, #소수종교, #교회, #신흥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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