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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방부가 과거 중국으로 송환했던 6·25 전쟁 중국군 유해에 북한군이 포함됐는지 조사하기로 한 것은 유해 분류작업에 오류가 있었을 수 있다는 내부적인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사안의 성격상 사실 확인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아울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중간의 외교적 문제로 비화하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지난 17일 국방부 장관 지시로 국방부 차원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시를 하루 앞둔 16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 보낸 중국군 유해에 북한군이 섞였을 가능성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국방부는 지금까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자 국방부는 "유해 판단 기준을 토대로 100% 중국군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유해만 중국에 송환했다"고 강조했다.

그랬던 국방부가 중국군 유해 분류작업을 조사하기로 한 것은 내부적인 검토 결과 문제의 소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군 유해 분류작업에 관해) 관계부서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이를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국방부 차원에서 다시 조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정부가 중국으로 송환한 중국군 유해는 작년 3월 437구와 올해 3월 68구를 합해 모두 505구에 달한다. 이들은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항미원조(抗美援朝)열사능원'에 안장됐다.

이들 유해가 한국에 있을 때 묻혀 있었던 곳은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적군묘지'다. 이곳에는 중국군과 북한군 유해가 함께 안장돼 있었다.

1996년에 조성된 적군묘지에는 6·25 전쟁 당시 국군과 싸운 북한군과 중국군뿐 아니라 휴전 이후 남쪽으로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의 시신도 묻혔다.

적군묘지는 말 그대로 적군의 묘지인 만큼,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으며 북한군과 중국군 묘역도 명확히 구별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유해를 분류할 때 DNA 검사와 같은 과학적 방법 대신 전투기록과 유해 주변 물품 등에 관한 조사에 의존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북한군과 중국군 유해는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

2013년 12월 한중 양국이 중국군 유해 송환에 합의한 직후 국방부가 이곳에서 벌인 발굴작업에서도 많은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방부가 이듬해 3월까지 중국군 유해를 송환하고자 시간에 쫓겨 주먹구구식으로 유해를 발굴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땅이 언 겨울에 발굴작업을 진행하면서 곡괭이 같은 도구로 무리하게 땅을 파헤치거나 짜맞추기 식으로 유해를 분류했다는 설도 제기됐다.

당시 국방부가 중국군 유해 발굴작업에 전문성이 없는 육군 25사단 장병들을 투입한 것도 의혹을 키우는 요인이었다.

6·25 전쟁 당시 아군과 적이 뒤엉켜 싸우는 백병전이 숱하게 벌어진 만큼, 중국군으로 분류된 유해에 국군이 섞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중국군 유해 발굴작업 과정 전반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문제의 성격상 진상을 명확히 가리기는 쉽지 않다.

이미 중국으로 건너가 안장된 유해를 다시 확인할 수도 없는데다 자료와 증언에 의존해 유해 분류와 발굴작업이 제대로 됐는지 일일이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해 분류작업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돼왔기 때문에 증언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국방부가 조사에 나선 것은 의혹을 계속 방치할 경우 더욱 부풀려지면서 정치·외교적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이 문제는 외교적 문제로 확산할 수도 있는 만큼,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 주면 좋겠다"며 의혹 제기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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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국군 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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