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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다시 만만 ‘굴업도 지킴이’들. 굴업도 핵폐기장 지정 고시 철회 20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16일 인천의 한 식당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20년 만에 다시 만만 ‘굴업도 지킴이’들. 굴업도 핵폐기장 지정 고시 철회 20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16일 인천의 한 식당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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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섬 굴업도와 덕적도의 발전을 위하여~"


인천 옹진군 덕적도 출신 출향인들의 송년회 자리에서 외칠 법한 건배사 같다. 그런데 아니다. 20년 전,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굴업도 핵폐기장 지정 고시에 항의해 '인천 앞바다 핵폐기장 대책 범시민협의회(아래 범시민협의회)'를 구성해 활동했던 이들이 최근 각종 개발 움직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굴업도와 덕적도를 지키자는 의미로 외친 구호다.

굴업도는 현재 각종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굴업도 전체 땅의 98% 정도를 CJ가 소유하고 있는데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 16일, 굴업도 핵폐기장 지정 고시 철회 20주년을 기념해 당시 핵폐기장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인사들과 반대 운동 과정에서 구속된 당시 대학생들, 덕적도 주민 등 50여 명이 인천의 한 식당에 모였다. 덕적도에서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투쟁을 이끈 서재송(86)옹과 송은호(82)옹은 기상 악화로 배가 출항하지 못해 참석하지 못했다.

1995년 3월 25일에 열린 ‘인천 앞바다 핵 폐기장 철회를 위한 1차 인천시민 궐기대회’ 참가자들이 집회 후 인천시민회관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시사인천 자료사진>
 1995년 3월 25일에 열린 ‘인천 앞바다 핵 폐기장 철회를 위한 1차 인천시민 궐기대회’ 참가자들이 집회 후 인천시민회관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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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빚 갚은 덕적도 주민들

이날 행사는 범시민협의회의 핵폐기장 반대 운동 경과보고와 덕적도 주민들이 준비한 감패 전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20년 전 반핵 운동을 이끈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비롯해 핵폐기장 반대 운동 과정에서 학생 신분으로 구속 수감됐던 김응호 현 정의당 부평구위원장과 김동우ㆍ박경수ㆍ박용우ㆍ이경훈ㆍ이동주ㆍ임현준ㆍ정준용씨 등이 감사패를 받았다. 당시 이들은 인천부천지역총학생회연합 소속 대학생들로 덕적도 주민들의 지원 요청을 받고,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캠페인과 시위 등에 적극 참여했다. 이로 인해 대학생 20명 이상이 구속되고, 20여 명이 불구속됐다. 

감사패에는 '청춘을 바친 당신의 열정과 용기, 희생과 헌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고 적혔다. 감사패 수여 일자는 굴업도 핵폐기장 지정 고시가 철회된 1995년 12월 16일자로 했다.

김응호 정의당 부평구위원장은 "인천을 위해 무엇인가 역할을 했다는 생각과 함께 덕적도 주민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없었다면, 굴업도 핵폐기장 저지는 불가능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덕적도 주민을 대표해 허선규씨는 "1995년 12월 16일은 굴업도 방사선 폐기물처리장 고시 철회 날이다. 이날을 기념하고 늦었지만 이들의 헌신적 투쟁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다"면서, "20년 전 빚을 이제가 갚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현준씨는 "지금도 어머님은 제가 핵폐기장 싸움 때문에 구속되어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을 종종하신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도 너의 투쟁을 기억해 주지 않는다고 핀잔을 줬다"면서, "저도 잊고 살았던 20년 전의 삶을 이렇게 기억해주셔서 오히려 저희가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용우씨도 "20년 전 투쟁을 잊지 않고 이렇게 모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덕적도 주민들 이름으로 감사패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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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운동의 시작, 굴업도 핵폐기장 투쟁

당시 범시민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았던 김병상 신부는 "굴업도가 재벌에 의해 다시 개발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인천시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그 가치를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덕적도 주민들의 투쟁이 인천 시민운동의 봉화가 됐다. 이런 투쟁의 경험은 인천대교 주 경간 폭 확대 등, 범시민운동의 자산이 됐다"고 평가했다.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는 "당시 문단에서 굴업도 핵폐기장 문제를 님비현상으로 봤던 우를 보였다. 굴업도 핵폐기장 문제는 한국 지식인사회에서 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굴업도 투쟁은 인천 시민운동의 시작이다. 인천 시민운동사에 3.1운동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굴업도, #덕적도, #굴업도 핵폐기장, #핵폐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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