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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업지구 남측 근로자들을 위한 부속의원. (의정부 성모 병원 운영)
▲ 개성공업지구부속의원 개성공업지구 남측 근로자들을 위한 부속의원. (의정부 성모 병원 운영)
ⓒ 장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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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목요일 오전 8시 좀 넘은 시간. 장효숙 치과위생사와 함께, 숙소에서 나와 오전 치과진료에 참여하기 위해 개성공업지구부속의원 주차장을 걸어가고 있는데 눈이 내렸다. 무척 추운 날씨에 둘이 팔짱을 끼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걸었다. 오전 출근 중인 북측 근로자들은 부지런히 근무 장소로 가고 있었다. 부속의원 3층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는데, 넓은 개성공업지구 하늘 위로 눈발이 더 세게 날리고 있었다. 꿈인 것 같은 순간.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7월 12일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종합학술대회 부스 담당자 이수경 치과위생사가 참여를 희망하는 치과위생사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남구협 개성공업지구 구강보건봉사자 부스 7월 12일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종합학술대회 부스 담당자 이수경 치과위생사가 참여를 희망하는 치과위생사들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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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2일. 종합학술대회에 참석했는데, 특이한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개성공업지구 구강보건의료사업에 참여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 건치신문에서 기사를 읽기는 했지만, 직접 참여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부스에 가서 내용을 살펴보니 치과위생사가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 중에서도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이수경 치과위생사의 친절한 상담을 받고, 그 자리에서 참가신청을 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권다해 치과위생사도 취지에 공감하고 신청을 했다. 그녀는 개성공업지구에 가서 남측근로자들을 위해 치통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건강한 구강건강 유지를 위한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 참여한다고 했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운 치과위생사다.

7월 12일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 참석 중인 권다해 치과위생사가 남구협 개성공업지구 구강보건봉사자 모집에 서명한 후 활짝 웃고 있다.
▲ 남구협 개성공업지구 구강보건봉사자 모집에 서명한 치과위생사 7월 12일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 참석 중인 권다해 치과위생사가 남구협 개성공업지구 구강보건봉사자 모집에 서명한 후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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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다녀와서 가족들과 의논을 하니 모두들 집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며 엄마에게 응원을 해 주었다. 드디어, 11월 25일 오전 8시 50분까지 도라산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하여 절차를 밟아 개성공업지구로 입경하여, 무료치과진료봉사 활동 후 26일 오후 3시 넘어 다시 도라산출입국사무소에 도착하는 일정에 참여를 했다.

7월 12일 종합학술대회에서 남구협 개성공업지구 구강보건봉사자 모집에 서명중인 정민숙 치과위생사
▲ 남구협 구강보건봉사자 모집에 서명 중 7월 12일 종합학술대회에서 남구협 개성공업지구 구강보건봉사자 모집에 서명중인 정민숙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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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이하 남구협)에 의하면 방문 목적이 다음과 같다. '치과진료환경이 열악한 개성공업지구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구강질환 예방 및 진료를 통한 구강건강증진을 괴함과 동시에 향후 남북보건의료교류의 활성화와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함께 방문한 인원은 치과의사 3명, 치과위생사 3명, 남구협 실무책임자 2명, 이동치과진료버스 기사 1명, 모두 9명이 방문했다. 원래는 치과기공사 1명도 참석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있어 불참하였다고 한다. 개성공업지구부속의원은 현재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2층에 위치한 치과진료실은 임플란트 수술까지 가능한 상태고, 간단한 보철물도 치기공사가 바로 제작하여 치료 완료까지 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동치과진료버스에 진료의자가 두 대 마련되어있고, 부속의원 치과진료실에 진료의자가 한 대 있어, 동시에 세 사람의 환자를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사업의 초기단계부터 참여하고 있는 건치의 정명호 원장은 3개월에 한 번씩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대단한 의지라고 생각한다. 평일에 자리를 비우고 일정한 기간에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사명감 없이는 정말 힘든 일이다.)

건치 김종애 원장과 채민석 원장의 진료 중인 모습
▲ 이동치과진료버스 내부 건치 김종애 원장과 채민석 원장의 진료 중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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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협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는 5개 단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대치의협),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한치과기공사협회, 한국치과기재산업협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진료를 보기 위한 치과의사 인원이 매월 3명인데, 대치의협과 건치에서 번갈아 참여하고 있으며, 11월엔 건치에서 참여하는 달이라 건치소속 3인의 치과의사가 참여했다고 한다.

남측  근로자 구내 방사선 쵤영 중
▲ 이동치과진료버스 내부 남측 근로자 구내 방사선 쵤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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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 1월 31일부터 2월 2일까지 처음 진료를 시작했을 때는 남측근로자 100여명을 진료하느라 무척 분주했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남측근로자들의 치료가 완료된 상태고,  유지관리 차원으로 들어가 치료할 환자는 50~60여 명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간 날엔 날씨가 무척 추워서 그랬는지, 비가 와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환자가 많지 않아서 이동치과진료버스 안에서는 진료 후 구강보건교육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챙겨 간 어금니모형이 큰 역할을 했는데,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번갈아서 구강보건교육을 진행했다.

나는 구강보건교육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임상에서 근무한 지 오래되어, 레진, 보존, 발치 시술할 때 진료보조 하는 것이 내심 걱정되었으나, 함께 간 장효숙 치과위생사와 최민영 치과위생사가 능숙하게 해 내어 큰 도움을 받았다. '그래도 인원이 없어 혼자 진료를 보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참가해서, 함께 하게 된 모 원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막상 진료가 시작되니, 짝꿍을 바꾸자는 귀여운 농담으로 구박을 당했으나, 개의치 않고 열심히 진료보조를 했고(모 원장과 나 모두 처음 참가했다.), 그 다음에는 서로 맡은 바 열심히 했다. 어려운 시술이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이동치과진료버스 안에서 치석제거 중인 장효숙 치과위생사
▲ 치석 제거 중 이동치과진료버스 안에서 치석제거 중인 장효숙 치과위생사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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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보조는 치과의사와 합심하여 조심스럽게 진행했으나, 내 전문인 구강보건교육은, 치석제거 후 기다리는 환자가 있는지 확인하고서, 진료의자에 앉은 상태로 환자에게 직접 보여주고 실습하는 상태로 제대로 진행했다. 치과의사의 진료를 받고, 치과위생사의 전문적인 구강보건교육을 받은 환자는 무척 흡족해했다. 한 달에 한 번 오는 치과진료니, 사실 이 사업은 치과진료실 밖에서 진행한다는 개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서,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남구협에서 준비해 간 개인별 제공 구강위생도구는 '칫솔, 치실, 치간 칫솔, 치약'이다. 더구나 충치예방연구회에서 충치예방에 효과 있는 자일리톨(이 닦고 먹는 제품)까지 지원해 줘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였다.

정민숙 치과위생사가 남측근로자에게 치실 사용법을 직접 실습하면서 알려주고 있다.
▲ 이동치과진료버스 치실 교육 중 정민숙 치과위생사가 남측근로자에게 치실 사용법을 직접 실습하면서 알려주고 있다.
ⓒ 장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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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이런 식으로 진행했다. 치석제거가 끝난 후, 환자는 거울을 들고 본다. 치과위생사가 치실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환자 입 안의 치아 사이를 어떤 손가락이 어떤 위치로 치실을 잡은 후 닦아주는지, 직접 닦으면서 보여 준다. 칫솔에 손톱만큼의 치약을 눌러 짠 후, 올바르게 사용하는 치약의 양을 알려준다.(이 부분에서 모두 놀란다. 그렇게 적은 양을 사용해도 되냐고.) 칫솔 잡는 법을 알려주고, 잇몸과 치아를 닦아주는 '변형바스법'과 치간 사이를 더 잘 닦아주는 '와타나베법'으로 닦아주면서 사용법을 알려준다. 치열이 삐뚤빼뚤한 상태라면 치아 한 개씩을 세로로 닦아주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 모든 방법을 매 번 사용하기에는 번거로움이 있다. 잠자기 직전에 닦는 것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기니, 입 안 구석구석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치실까지 사용하여 닦아주고, 침이 많이 나오는 구강기능향상 입체조까지 시행하고 나면, 유지관리가 잘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일 년에 두 번은 치과정기검진을 받으라고 하였다. 5분에서 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교육이지만, 고기를 잡는 방법을 배운 환자들은 무척 흡족해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1박2일 동안의 진료결과를 실무자에게 문의했다. 총 진료 인원은 38명이고, 진료 건수는 124건이었으며, 치과의사 3명(치과위생사 3명)이 정밀한 치료를 하기 위해 환자 1인당 30분 간격으로 약, 1,000 만원 상당의 진료를 진행했다고 한다.

무사히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함께 참가한 분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우린 흔치 않은 인연이었다. 건치에서 참가한 김종애 원장과 채민석 원장은 근무치과가 성남에 위치해 있고, 김종애 원장과 나는 서로 농담으로 라이벌이라고 하는 모 여고 출신이며, 나와 장효숙 치과위생사와 채민석 원장은 왕십리에 위치한 협동조합치과 '건강한마을치과'의 조합원이었다.  

협회 정회원이면 언제든 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진료실을 벗어나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구강건강사랑을 실천하고 싶은 치과위생사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구강보건봉사자 모집 협회 정회원이면 언제든 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진료실을 벗어나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구강건강사랑을 실천하고 싶은 치과위생사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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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가 언제나 타인들을 위해 손을 내밀어 봉사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이렇게나 많은 교집합이 존재할 줄은 몰랐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들. 정말 멋진 분들이다. 이 번 개성공업지구 무료치과진료 봉사에서 만난 치과계 사람들의 만남은, 치과위생사로서 살아가고 있는 이 아줌마에게 직업에 대한 높은 자긍심은 주고, 현재 상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치과계 사람들이 고생하고 애썼는지 알게 되어 숙연한 마음까지 들게 했다.

이 사업은 매월 셋째 수, 목요일 날 진행하고 있으니, 좀 더 많은 치과위생사 정회원들이 봉사자로 참여하면서 남북보건의료교류에 이바지 했으면 좋겠다. 사실은 아직도 개성공업지구에서 눈을 맞으며 북측근로자들과 마주치며 걸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신규 참가자가 많아 혹여 실수하는 일이 생길까 봐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주신 이동치과진료버스 기사 정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이 사업이 언제나 무사히 잘 진행되길 기도한다.

덧붙이는 글 | 대한치과위생사협회 협회지인 '치위협보'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 #개성공업지구 구강보건봉사,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건강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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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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