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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대회'에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노동자·농민·청년들이 집결할 예정인 가운데, 경찰이 이전처럼 지역에서 상경을 원천봉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민중총궐기대회 때 청와대 진입투쟁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13일 담화문을 통해 "불법 집단행동이나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드리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2일 "이번 집회 때 차벽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 당일 최상위 비상령 '갑호 비상'을 발동하고, 전국 250여 개 부대 2만여 명을 동원할 계획이다.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 소속된 경찰관과 기동대원 상당수가 동원된다.

경남지방경찰청.
 경남지방경찰청.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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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경찰이 전국 각 지역에서 노동자·농민들의 상경을 막았다. 경찰은 지역 집결지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버스를 막으면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고, 이로 인해 실제 상경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대표적 사례가 2007년 11월 11일 '2007 범국민행동의날(한미FTA)' 집회였다. 당시 경남에서만 1만여 명의 노동자와 농민 등이 상경할 예정이었는데, 경남지방경찰청이 시·군 지역에서 원천 봉쇄해 상당수는 상경하지 못했다.

그러자 당시 경남범국민행동의날 조직위원회는 크게 반발했다. 조직위는 경남지방경찰청(대한민국)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서울에서 불법집회가 예상되기에 지역에서 상경을 막는 게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미FTA저지 경남도민운동본부는 "서울지방경찰청이 범국민행동의날 집회를 금지 통고한 자체가 위법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경남 경찰이 상경 자체를 차단한 조치는 이동의 자유와 정치적 의견 표명의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제6조)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제6조)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행위가 목전에서 일어나려 할 때 이를 예방하기 위해 경고를 하고 인명, 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할 때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

상경을 못 한 한미FTA저지 경남도민운동본부 소속 노동자·농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경찰이 막아 상경하지 못해 버스대절료와 김밥 비용 등이 발생했다며, 정부에서 물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은 2009년 6월 3일 "경찰(정부)이 10만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범국민행동의날에 경찰이 막아 상경하지 못했던 노동자·농민 등이 경찰로부터 10만원 씩의 위자료를 받게 됐다.

당시 1차 소송 때 88명, 2차 소송 때 311명이 참여했다. 당시 소송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장 출신이고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을 지낸 이병하씨가 '나홀로 소송'을 해 승소했던 것이다.

한미FTA저지 경남도민운동본부는 당시 정부로부터 위자료 4000여만 원을 받아 농민·노동투쟁 과정에서 집시법 위반 등으로 부과되었지만, 납부하지 못하고 밀려 있었던 벌금을 대납하는데 썼다.

이병하씨는 "민중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정부는 불법 운운한다. 이전 같으면 지역에서 상경하지 못하도록 경찰이 막았을 것이다. 상경하는 주민을 지역에서 막으면 위법한 것이 판결 났고, 그때 소송이 계기가 되어 경찰이 지역에서 막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 '불법시위용품 검사'... 경남준비위 '단호히 대응'

한미FTA저지 경남도민운동본부는 2007년 11월 11일 서울에서 열린 '2007 국민행동의날' 집회에 경찰이 막아 참석하지 못하자,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적 대응 등의 입장을 밝혔다.
 한미FTA저지 경남도민운동본부는 2007년 11월 11일 서울에서 열린 '2007 국민행동의날' 집회에 경찰이 막아 참석하지 못하자,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적 대응 등의 입장을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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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중총궐기 경남준비위는 13일 낸 자료를 통해 "경찰이 합법적 집회를 방해한다면 우리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경남준비위는 "경찰에서 불법시위용품이 있는지 검사한다는 구실로 상경 버스를 검문하겠다고 민주노총과 농민회로 연락이 왔다. 이것은 정당한 집회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며 탄압"이라며 "과거 경찰에서는 한미FTA 반대를 위한 집회에 상경하는 버스를 출발지에서부터 막아 상경을 방해했었다. 이에 대해 법원이 공권력 남용으로 판결하여 당시 집회 참가자에게 배상을 하였던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경찰이 있지도 않은 불법시위용품 운운하며 상경버스를 검문하겠다는 것은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또 다른 탄압이나 다름없다"며 "법원의 영장 없는 검문검색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검색을 구실로 버스 상경을 막는다거나 상경 시간을 지연시킨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 덧붙였다.

경남준비위는 "경찰은 정당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 민중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그렇지 않다면 민중의 분노는 경찰로 향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태그:#상경투쟁, #민중총궐기, #경남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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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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