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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말까지 이명래 고약은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상비약이었다. 한동안 약국에서 사라진듯 했지만, 요즘은 사용하기 간편한 형태로 만들어져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 이명래고약 1970년대말까지 이명래 고약은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상비약이었다. 한동안 약국에서 사라진듯 했지만, 요즘은 사용하기 간편한 형태로 만들어져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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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이명래 고약'은 서민들에게 상비약이었다. 이후로 한동안 잊힌 듯했지만, 차후에 밴드형으로 출시돼 이전에 기름종이를 사용하던 것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개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흉터가 남는 단점도 있고, 종기나 화농을 다스리는 다양한 신약이 개발되면서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품이 됐다. 그럼에도 '이명래 고약'의 명성은 아직도 여전하다.

충남 아산시 이원면 공세리 성당, 이곳에서 이명래(세례명 요한)가 프랑스 선교사인 드비즈 신부로부터 고약 제조법을 배워 이명래 고약이 탄생하게 됐다고 하니 공세리는 '이명래 고약'의 고향인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성당이죠?

아산 인주면 공세리에 위치한 공세리성당, 이곳에서 이명래(세례명 요한)가 프랑스 선교사인 드비즈 신부로부터 고약제조법을 배워 이명래고약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 공세리성당 아산 인주면 공세리에 위치한 공세리성당, 이곳에서 이명래(세례명 요한)가 프랑스 선교사인 드비즈 신부로부터 고약제조법을 배워 이명래고약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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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영화 촬영지로 이름이 높은 '공세리 성당'이 있다.

성당은 예로부터 공세곶 창고지였다. 성종은 1478년 이곳에 해운창을 설치했고, 영조 38년(1762년) 때 폐창됐다. 300년 동안 창고지로 운영되던 곳에 성당이 지어졌다. 그리하여 성당 부지에는 수령 350년 이상된 나무들도 많아 성당 전체 모습을 보기 쉽지 않을 정도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곳은 영화·드라마 70여 편의 촬영지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는다. 공세리는 이 성당을 찾는 이 덕분에 마을의 활력을 지켜가고 있기도 하다.

공세리방앗간은 정갈했다.
▲ 공세리방앗간 공세리방앗간은 정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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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리를 찾은 날(9월 11일)은 가을비가 추적거려 걷기에 불편한 날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벼는 누렇게 황금빛으로 변할 준비를 마치고 고개를 한껏 숙이고 있었다.

평택에서 아산호 대교를 넘어 인주면 공세리로 들어가니, 한적한 시골에 제법 멋들어진 마을이 나온다. 기분이 좋다. 마을도서관이며 동네 주변의 식당 등도 깔끔하고, 신장개업하는 집들도 있으니 제법 활기가 도는 동네인가 보다.

공세리 성당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마을이 브랜드화되고,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방화업무를 담당했던 자율소방대
▲ 벽화 방화업무를 담당했던 자율소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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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길에는 이런저런 벽화들이 그려 져있는데, 내가 보기엔 전문가들이 그린 벽화들이라 그런지 유치하지 않다. 나름 수준 있는 벽화들이지만, 벽화로 관광객들을 이끌어내려면 조금 더 많은 벽화들이 오밀조밀 골목길과 담장, 시골집을 단장해야 할 듯하다.

북적거리는 듯하면서도 조용한 마을

공세리 농협과 하나로마트로 가는 골목길
▲ 공세리 마을길 공세리 농협과 하나로마트로 가는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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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리는 정갈해 보였다.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려 더 차분하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평일이라 관광객들은 많지 않았고, 간혹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골목길을 걸었다. 공세리 성당에 제법 많은 이들이 가족 단위나 성당 단위로 찾았다. 시골 작은 마을은 북적거리는 듯하면서도 조용했다.

빈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 공세리 빈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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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리는 활기를 잃어버린 마을은 아니었지만, 골목길을 걷는 동안 꽤 많은 빈집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주 오래된 흙담집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빈집 주변 텃밭에 심어진 채소나 새로 지어진 집들을 보면, 이 마을이 쇠락할 것 같진 않아 다소 위로가 됐다.

재래식화장실과 텃밭에 심겨진 수수, 벼과 식물 중에서 키가 제일 큰 수수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 수수 재래식화장실과 텃밭에 심겨진 수수, 벼과 식물 중에서 키가 제일 큰 수수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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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마당도 큰 집이었는데 이젠 빈 집이 되었다.
▲ 공세리 제법 마당도 큰 집이었는데 이젠 빈 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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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위치가 좋은 집임에도 떠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을 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당에 잡풀이 우거지지 않아 그냥 버려진 폐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도 많이 낡았다. 빈집을 기웃거리니 이내 마을 분이 오셔서 뭘 하는가 물으신다.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으러 오기도 한다며, 혹시 이 집을 사려고 오셨는가 해서 나왔다고 하신다.

"집 보러 왔어요?"라는 마을 어르신들의 말

지붕이 뜯겨지자 이전에 초가집이었음을 짐작케하는 볏짚이 드러난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피어난 봉선화가 떠난 이들을 그리워할까?
▲ 공세리 지붕이 뜯겨지자 이전에 초가집이었음을 짐작케하는 볏짚이 드러난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피어난 봉선화가 떠난 이들을 그리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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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난 집, 마당엔 봄부터 자랐을 댑싸리가 빗자루 만들기 좋은 크기로 잘려져 있다. 그리고 사람이 떠난 집을 견공이 지키고 있다. 이 집에 살던 분이 근처에 새집을 짓고 이사하셨는가 짐작한다.

내 눈길을 끄는 것은 댑싸리와 견공 외에도 집 입구에 심어진 봉선화, 그리고 슬레이트가 뜯긴 지붕에 드러난 초가지붕이었다. 과거에 초가지붕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할 적에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짐작이 간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초가지붕을 그대로 둬 여름과 겨울에 효과를 봤을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겉치레 새마을운동의 단편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그리고 봉선화. 누군가는 꽃과 이파리를 찧어 백반을 섞어 봉숭아 물을 손톱에 들였을 것이다.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 물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고 믿는 사춘기의 설렘과 일제 치하를 살았던 시인의 눈에 처량하게 보였던 봉선화가 오버랩된다.

농가의 창고에 농기구들이 정갈하게 매달려있고, 텃밭에도 채소가 정갈하게 심겨져 있다.
▲ 창고 농가의 창고에 농기구들이 정갈하게 매달려있고, 텃밭에도 채소가 정갈하게 심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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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동네를 돌다 창고를 하나 만났다.

농기구들이 정갈하다. 그리고 텃밭 역시도 잘 가꿔져 있다. 낡았지만, 정갈하니 마음 편안하다.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본 시골 풍경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늘, 시골을 찾을 때마다 그곳의 삶의 정황 때문에 마음이 아팠었다.

대부분의 농어촌 마을들은 쇠락해가고 있었으며, 노인들만 남아 아이들의 웃음소리나 울음소리는 텔레비전으로나 듣는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폐가나 빈집이 사람 사는 집보다 더 많은 마을에서는 이 나라의 미래가 걱정돼 겁이 덜컥 나기도 했다.

조금 더 걷다 마을회관 근처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서너 분을 만났다.

"집 사러 왔어요? 요즘 빈집이 많이 났어요. 저기 아파트도 생기고, 이제 나이 든 어르신들 혼자 살다가 죽어서 빈집이 많지요. 좋은 집 많이 나왔어요."

그저 흥정하는 말로 들리지 않는다.

제법 잘 알려져서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이곳조차도 살아가기 녹록지 않음을 어르신들의 말씀을 통해 느낀다. 문득 '좋은 집을 구한다 해도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 나는 도시형 인간이구나. 도시에서 개뿔 할 것도 없으면서, 도시에 길들여져 살아가는 나약한 도시형 인간이구나 생각한다.

공세리가 유서 깊은 성당과 함께 마을을 잘 조성해서 활기가 넘치는 마을이 되면 좋겠다. 그래도 오랜만에 다른 분들에게도 한번 다녀오시라고 할만한 마을을 다녀왔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이명래고약, #공세리, #공세리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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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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