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넷 어느덧 벌써 30대 중반 나에겐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30대 중반 미친 듯이 일만 하며 살아온 10년이 넘는 시간 남은 것 고작 500만 원 가치의 중고차 한 대 사자마자 폭락 중인 주식계좌에 500 아니 휴짓조각 될지도 모르지 대박 or 쪽박

2년 전 남들따라 가입한 비과세 통장 하나 넘쳐나서 별 의미도 없다는 1순위 청약통장 복리 좋대서 주워듣고 복리적금통장 몇% 더 벌려고 다 넣어둬 CMA통장 손가락 빨고 한 달 냅둬도 고작 담배 한 갑 살까 말까 한 CMA통장 이자 외국에 이민 가서 살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놈 가끔 연락이 와 자기는 노가다 한대 노가다해도 한국 대기업 댕기는 나보다 낫대 이런 우라질레이션 평생 일해도 못 사 내 집 한 채"(자작곡 <응답하라! 30대여~> 노랫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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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검사 병무청에서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던 나는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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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 이유는 이제 내년이면 가야 할 군대 때문이었다. 나는 군대를 가는 대신 산업현장에서 근무를 할 수 있는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선택할 거라고 이미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병역 특례' 지정업체로 이직하려고 한 것이다.

대한민국 남성으로 20~21세가 되면 각 관할 병무청으로부터 신체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장이 날아온다. 안내장에 쓰여져 있는 날짜에 병무청으로 가서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으면 건강상태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데, 1~3등급까지의 판정을 받은 사람이라면 '현역' 입영 대상이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친구들은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를 가지고 와서 제출을 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신검을 받는 동안 특별한 이상이 없어 현역 판정을 판게 된다. 나 역시 그중 한 명이었고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1~3급으로 구성된 현역 입영대상자들이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활용해 군 복무를 대체 하기 위해서는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병무청에서는 매년 병역 특례 지정 회사를 정하는데 현역의 경우 한해에 채용할 수 있는 현역 특례병 T/O(규정에 따라 정한 구성원 수)가 지정회사당 1~2명으로 한정돼 있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율이 아주 높다.

심지어 일부의 회사는 임원의 아들이나 친인척에게 그 T/O가 돌아가버려 일반 지원자들은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에 현역 T/O를 받아 '병역 특례 지정 회사'에 취직을 하는 것은 어쩌면 요즘의 '대기업 공채' 전형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는 특례를 시켜준다며 취직을 시켜놓고는 산업기능요원 복무 신고를 하지 않고 계속 '다음달에 해주겠다'며 희망고문을 하다 내쫒아 버리는 악덕 기업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뚫고 겨우 현역 T/O를 받아 산업기능요원이 되면 지정된 업무를 36개월간(2001년 기준) 수행하며 근무를 해야 한다. 반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자격증 보유여부와 관계 없이 병역 특례 지정 회사 아무곳이나 취직해서 24개월간(2001년 기준) 근무를 하면 복무 대체로 본다. 게다가 채용 T/O도 없어 산업기능요원이 되기가 수월했다.

병역 특례 지정업체에서 정해진 복무기간을 마친 산업기능요원은 현역이든 보충역이든 처음 받았던 신체등급과 관계 없이 모두 이등병의 계급으로 소집해제 처리가 되면서 예비군이 된다.

사회에 나와서 느끼게된 내 처지에 두번째 '출가'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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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준생 더 나은 내 미래를 위해서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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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의무 검정' 제도를 통해 딴 '전자기기 기능사' 자격증이 있었다. 그 자격증을 이용해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는 대상이 됐기에 군대를 가는 대신 대체복무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집 형편에 대학은 꿈도 못꾸기에 열심히 일해서 경력이라도 쌓자는 생각이었다.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 보니 내가 정말 가진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무서웠다. 학교다닐때 소위 '못나가는' 부류의 친구들이 대기업에 취업 하거나 대학교를 다니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나간 내 학창시절 세월이 후회스러웠다.

사회에 나와 내 처지를 알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른 친구들에게 뒤쳐진 내가 그들을 쫒아가려면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이 2년 2개월동안 군대에 가 있을 때가 내겐 기회였고 그 시간동안 열심히 경력을 쌓으며 그들을 쫒아 갈거라고 다짐했다.

내 적성에 비교적 잘 맞아서 즐겁게 일하고 있는 지금의 회사. 이 회사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내 소속을 모기업으로 옮겨 산업기능요원 복무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 결정을 할 수 있는 우리 과장님의 마음속엔 친구가 들어 있었고 나도 그걸 잘 알기에 아쉽지만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마음 졸이며 백수로 놀던시절 낙하산으로 겨우 입사한 소중한 직장에 사직서를 냈다.

사직서를 내고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할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자격증이 '전자기기'였기 때문에 전자 회사를 찾아야 했다. 집에서 가까운 부산 경남 일대에는 전자회사가 별로 없었다. 그나마 전자회사가 많이 밀집되어 있는 공단 가운데 집에서 가까운 곳은 구미공단이었다.

열아홉 고등학교 실습생으로 취업했던 내 첫 직장이 구미 바로 옆에 있는 칠곡이었기에, 그래도 한번 가본 동네라고 친근한 마음이 들어 구미로 다시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나는 좀 더 나은 내 미래를 위해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