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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우리나라 서커스의 역사와 같이 시작한 '동춘서커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커스 극단이다. 한때 20개에 이를 정도로 서커스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으나 지금은 동춘서커스 1개만 남아 활동하고 있다.
▲ 동춘서커스 1925년 우리나라 서커스의 역사와 같이 시작한 '동춘서커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커스 극단이다. 한때 20개에 이를 정도로 서커스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으나 지금은 동춘서커스 1개만 남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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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발달하지 않았던 1960년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터에 설치된 화려한 색의 대형천막이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도저히 사람이 흉내낼 수 없을 것같은 각도로 휘어진 곡예에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마술뿐만 아니라 온갖 동물들의 묘기가 즐비했다. 지금이야 안방에서 리모콘만 있으면 내가 보고싶은 채널에서 수백 개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우리나라 서커스의 출발은 1925년이다. 볼거리가 빈약했던 1970년대에 우후죽순 생겨난 서커스단이 20개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도 있었다. 지금은 간신히 그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한 개만 남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커스단으로 알려진 '동춘서커스'가 그것이다. 지난 2009년에는 동춘서커스의 존폐 위기에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모금운동까지 이루어질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의 단원들이 중국인으로 구성된 '북경 서커스'였다.

서커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하나 더 있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라고. 영어는 아닌 것 같고... 이상한 알파벳의 조합이다. 'Cirque'는 서커스라는 의미이고, 'Soleil'는 태양이라는 뜻의 불어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서커스단인가? 아니다. 태양의 서커스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몬트리올의 자랑이다. 물론 세계의 서커스를 이끄는 양대산맥이 프랑스와 캐나다이니 이 또한 전혀 무관하다고는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동춘 서커스'에서 '태양의 서커스'로?

태양의 서커스는 동춘 서커스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티켓 값이 싸냐 비싸냐의 문제가 아니다. 태양의 서커스를 보려면 오페라를 볼 때와 같은 단단한 마음가짐(?)을 준비해야 된다. (지갑도 두둑해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가장 유치한 차이점은 공을 굴리는 동물들과 맹수의 날카로운 이빨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무대음악과 상상을 초월하는 무대연출을 보면 왜 연 매출 1조를 돌파했는지, 왜 가장 기대되는 내한공연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것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도심의 공원이나 광장에 어김없이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을 비롯해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과천한마당축제 등 국내 대표축제의 주제가 거리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거리예술과 더불어 '서커스'를 빼놓을 수 없다. 앞에서 언급했던 동춘 서커스와 태양의 서커스가 과연 현대 서커스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서양에서 서커스는 무용, 발레, 오페라와 같이 예술영역의 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예전의 한국처럼 천막에서 공짜로 보던 광대 수준이 아니다. 서커스는 기본적으로 신체를 이용해 몸의 가치를 최대한 표현하는 예술이다. 단순한 몸의 움직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미학적 가치를 더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서커스에는 커뮤니티와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회적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 "한국의 현대 서커스 개발을 위해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학술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패트릭 놀란(Patrick Nolan, 前 렉스온더월 예술감독)과 최석규(아시아나우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씨는 서커스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서커스는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했다. 동물이 주류를 이루던 묘기와 아크로바틱(체조에서 사람을 이용해 어떤 모형을 만드는 곡예), 중국식 서커스로 시작해 70, 80년대에 들어와서는 전통에 음악과 주제가 더해졌다. 그리고 요즘은 다양한 종합예술로 표현되는 '컨템포러리 서커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컨템포러리 서커스'는 무엇인가?

1976년부터 서울시의 원수 정수장 역할을 해왔던 구의 취수장이 기능을 멈췄다.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에서 구리로 넘어가는 국도를 지나다 보면 한강변에 위치한 구의 취수장이 지난달에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로 재개관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거리예술과 서커스예술을 지향하는 창작공간으로 운영될 것이다. 개관식에서 선보였던 프로그램 중 눈에 띄는 것은 '서커스 음악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사물이야기>이다. 이 공연은 한국과 호주의 공동창작품으로 전통연희와 재즈의 만남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거리예술과 서커스예술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운영될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가 지난 4월 말에 문을 열었다. 18미터에 이르는 높이는 다양한 서커스 프로그램의 프로그램 발굴, 연습을 위한 장소로 이용될 예정이다.
▲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우리나라 최초의 거리예술과 서커스예술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운영될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가 지난 4월 말에 문을 열었다. 18미터에 이르는 높이는 다양한 서커스 프로그램의 프로그램 발굴, 연습을 위한 장소로 이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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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야기>에는 꽹과리, 징, 장구, 북의 전통 악기가 등장한다. 두 명의 한국 배우와 두 명의 호주 배우가 70분 동안 무대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판소리와 재즈가 조화를 이룰까라는 의심은 사치에 불과했다. 세상에 듣도보도 못한 이 절묘한 앙상블은 공연내내 탄성을 멈출 수 없었다. 공연에 참여했던 호주 배우들은 어떤 한국적 요소가 새로운 서커스로 발전할 수 있는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내가 한국적 요소를 가지고 작품을 창작한다면, 한국 전통음악을 선택할 것이다" (릭 에버렛, Rick Everett)
"열두발과 상모 등이다. 독특한 자기 것을 어떻게 보존하고 새롭게 만드는지 중요하다. 사물놀이는 무대에 오르면 단번에 모든 분위기를 바꾸는것 같다" (브리 르 꼬르뉴 Bree Le Cornu)
"배일동의 판소리는 엄청난 사운드적 매력이 있다. 노래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 텍스처(질감)로 극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 놀랍다" (캐서린 퓨이, Kathryn Puie)

컨퍼런스의 주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자. 한국의 서커스가 서양의 서커스를 벤치마킹해야 하나? 동춘 서커스가 태양의 서커스를 따라 하면 해결되는 것인가? 문화예술은 다양성이 있을지는 몰라도 높낮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한국적인 서커스를 찾기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 세계 서커스의 흐름을 이끌고있는 호주의 극단처럼 새로운 대안을 위해 나만의 독특한(Unique)한 서커스를 만들어가야 한다.


태그:#서커스, #사물이야기,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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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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