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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 송우석(송강호 분) 변호사의 대사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아가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정치에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 혹자는 정치를 향해 여당과 야당의 정치인들끼리 논쟁하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난하고, 정치인들의 권력욕에 진저리 치기도 한다. 과연 정치는 우리 삶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일까?

우리 사회는 법으로써 제도화되어 있는데, 이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 바로 우리가 투표를 통해 선출한 정치인이다. 법을 제정하는 것은 정치인이지만 실제로 법은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연말정산 개정안, 대학생들에게 선별적 복지 혜택을 주는 국가장학금 제도, 일명 '장그래법'으로 이름을 알린 비정규직 종합대책안, 도서정가제 등 모든 제도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제도를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에 무관심하기만 할 수는 없으며, 사회 제도를 비판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갈수록 우리 사회에 이런 모순이 흔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정치에 무관심한 스스로를 중립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정치에 중립은 없다. 누군가는 정치에 혐오를 느껴 양쪽을 모두 비판하기도 하고, 양쪽의 의견 다 맞다며 두 입장 모두 옹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쪽을 모두 비판하는 경우에는 세력이 약한 쪽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되고 양쪽을 모두 옹호하는 경우에는 세력이 강한 쪽이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 결국 중립이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입장이므로 기득권을 옹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자신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선거권을 기본 권리로 보장한다.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음에도 이 의무를 행사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국민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의 수많은 항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얻어냈다.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안겨준 이들은 기본적 권리조차 억압받고 통제받으며 사는 고통을 우리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어려운 단어가 난무하는 뉴스 기사, 법률안 등은 우리가 정치를 더욱 외면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잃을수록 정치는 점점 우리의 삶과 멀어진다. 2005년에 개봉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주인공 V(휴고 위빙 분)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고 대가를 치르겠지만 이 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건 바로 여러분입니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권력자'가 아닌 '대표자'를 선출하기에 대표자가 하는 일에 관심을 놓을 수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대표자의 일에 관심을 갖고 나의 입장을 생각하고 표출해내야 한다. 더 이상 우리가 정치를 방관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우리'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태그:#민주주의, #정치무관심, #변호인, #브이포벤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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