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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세월호에 탄 아이들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하늘나라로 보내 버린 지 일 년이 지났다. 아이들이 떠날 때처럼 봄꽃들은 다투어 피고 있지만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의 마음에는 이 봄이 잔인하기만 하다. 유가족을 볼 낯이 없어서일까. 대통령은 추모식 참가를 기다리던 유가족의 바람을 걷어차고 생뚱스럽게도 팽목항에 나타나 언론 플레이를 하곤 출국해 버렸다.

저녁밥을 먹으며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가 실과 전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하신 말을 전한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이 내 마음도 두 마음이다. 다 키운 자식들 그렇게 죽은 거는 참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큰돈을 내놓으라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자식 죽었다고 큰돈을 요구하면 그 돈은 전부 너희들 엄마 아빠 주머니에서 나가야 하는데 그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화가나 아이에게 말했다. 그 선생님은 자기 자식이 죽어도 그렇게 말하겠냐고. 부모들이 자식 죽은 대가로 돈 더 많이 받아 내려고 단식하고 노숙하고 십자가 메고 그 먼 거리를 걷고 삭발까지 하며 울부짖고 그러겠냐고. 엄마 아빤들 우리 00가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는데 돈 더 많이 받아 내려고 그렇게 하겠냐고. 실과 선생님 정말 어리석고 나쁜 사람이라고 말해버렸다.

이 사회엔 생각의 차이란 탈을 쓰고 진실을 왜곡하는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몇몇 주류 언론에서 떠드는 대로 믿고 받아들이고 그것이 마치 자기 생각인 양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일평생을 살며 제대로 된 책 한 권 읽지 않고 내내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로 내 생각을 만들고 확장시키는 사람들. 그래서 결국 자신도 똑같은 일을 겪고서야 그때서야 이런 줄 몰랐다며 후회하는 사람들.

왜 사람들이 이렇게 어리석은 걸까? 그런 어리석음이 개인의 불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극소수 기득권을 가진자들만의 세상으로 만든다는 걸 그들은 모른다. 어리석은 개인은 자신들이 자본과 언론과 군대와 정치권력을 가진자들에게 끝없이 세뇌당하고 뺏기고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결국엔 자신들의 어리석음이 저들의 이해 논리를 여론이란 이름으로 합리화 시켜주고 만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세상은 인간 본연의 동정심도 공감 능력도 상실한 채 정글로 변해간다는 것을 그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어리석은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은 그야말로 학교 교육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인간으로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배움의 기본이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늘 좋은 책들을 권하고 읽게 해야 하며, 글의 행간을 바르게 독해해 내는 능력을 키우도록 가르쳐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이 자신의 불완전한 생각을 다른 사람과 주고받을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렇게 책과 타인과 소통하고 깊이 사유한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며 행동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주된 과정이어야 한다.(이렇게 똑똑한 시민이 생겨나는 걸 이미 기득권을 가진 저들은 당연히 싫어한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없고 주입한 것만 완벽하게 외우는 능력을 가진 어리석은 시민들을 키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 교육은 그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학년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수록 책 안 읽는 사람으로 만드는 교육.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토론하기보다는 하루 종일 선생님 혼자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것을 공부라는 이름으로 외우고 반복시키는 교육,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이 아니라 시키는 것만 하는 수동적인 사람을 기르는 교육, sky대학 진학만이 유일한 학교 교육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교마저도 취업의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런 학교에서 길러진 우리 모두는 개인의 특별한 노력과 성찰이 없는 한 정부와 대기업과 군이 주류 언론을 통해 내뱉는 모든 내용을 아무 판단 능력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마치 그것이 자신의 소신과 진실인 양 주변에 확대 재생산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특히 교사라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고 능력으로 거짓된 내용을 진실인 양 어린 학생들에게 무책임하게 말하는 경우는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 교육의 내용이 달라져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사가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사라는 사회적 위치가 안정된 직업으로 인식 되어서는 안 된다. 교사는 아이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기본인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교사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아이들 앞에서 군대 제대하고 십년 동안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걸 아무 죄책감 없이 말하는 사람(작은 아이의 작년 담임)이 교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교사라는 직업을 교장 교감 장학사로 출세하는 수단으로 삼는 사람이야말로 학교 교육에 가장 큰 걸림돌임은 말 할 것도 없다.

학교라는 공간이 건강한 시민을 키워낼 수 있는 곳으로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자기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교사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래서 아이들이 건강한 의식을 가진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인지 말이다. 행여나 안정된 직장을 찾는 거라면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려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태그:#학교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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