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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 안산시장
 제종길 안산시장
ⓒ 안산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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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제종길 안산시장은 "시장 당선은 시대적 운명"이라며 "세월호를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당선소감을 남겼다. 제 시장의 소감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무게감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제 시장이 취임하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특별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취임 10개월에 접어든 제 시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 시장은 시정을 장악하지 못하고 일부 공무원들에게 질질 끌려 다니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지난 4일,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취임 10개월을 맞이 하고 있는 제 시장을 만났다. 제 시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굉장한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 시장은 "유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세월호는 인양되어야 하고,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도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 시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존재감이 없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미미한 존재로 있었던 것이 잘한 처세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 시장은 "세월호 유가족과 안산시민들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마음과 달리 이중적인 행동이나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다음은 제 시장과 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힘 있는 사람들의 횡포로 유가족들 투사로 만들어"

-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심정은 어떤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세월호 참사가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수 없지만, 우리 시민들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를 직접 겪었거나 이웃이나 친척이 아닌 시민과 이 분(세월호 유가족)들 사이에 생각이나 관점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래도 이 두 쪽이 서로 미워하거나 서로 적대시하거나 해서는 안 되겠다. 그렇게 안 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제 시장은 양복 깃에 단 세월호 리본을 만지면서 "이것을 안 떼고 다닌다든지, 무슨 일이든지 세월호를 우선시 한다든지, 세월호 얘기를 따지는 분들한테 그래도 안산 시민들이 지켜줘야지 누가 지켜주겠느냐는 이야기를 한다든지 하면서 세월호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문제가 오랫동안 할 일인 거는 분명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나한테 주어진 소명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굉장한 지혜와 인내가 필요한데, 제가 지혜나 인내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없어서 기도를 많이 한다."

제종길 안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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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문제는 해결이 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상황이 그렇다. 세월호도 인양되지 않았고, 정리돼 가는 게 하나도 없다. 분향소는 1년째 그대로 있고 진상규명이나 배·보상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측도 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또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마음을 다듬어가는 게 아니라 마음을 칼끝처럼 만들어가고 계시고. 참 상황이 복합하다. 안타깝고 슬프고 그렇다."

- 지난 2일, 유가족들이 삭발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 보셨을 텐데 어땠나?
"집사람이 보여주었다. 말을 못 하겠다. 안타깝고 불쌍했다. 그 분들, 얼굴을 한 분씩 보면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히 소시민으로 사실 분들을 이렇게까지 하게 만들었다. 가진 사람들, 힘 있는 사람들의 횡포다. 자꾸 투사로 만들어가고 있다.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점점 고슴도치가 되어 간다고. 본인도 상처를 입고, 남에게는 더더욱 상처를 주는 그런. 자꾸 그렇게 만드는 거다. 주변이나 권력이."

-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그 내용을 분석해서 가져오라고 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신문에 난 것만 보면 잘못된 거다. 시행령은 법의 정신에 맞게끔 만드는 건데, 그걸 축소하는 듯한 시행령을 만들었다. 법 자체도 많이 반대했는데, 시행령에서 누군가의 의도가 보이니까 화가 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 시장은 세월호는 유족들의 바람대로 인양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장의 자리는 무척이나 중요해졌다. 하지만 시장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불만이나 문제제기가 있다.
"불만이 많다. 존재감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 건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인데, 하나는 같이 싸우면서 나타내는 존재감이고, 두 번째는 정부의 구조 안에 들어가서 발언권을 높이는 건데 두 번째는 실현가능하지 않다. 앞에 거, 삭발할 때 같이 삭발하고 싸울 때 같이 싸워야 하는 건데 초기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은 그렇게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 어떤 의미에서?
"만약에 내가 그렇게 했다면 시에서 첨예한 갈등이 벌어졌을 것이다. 시 안에서, 시민들과. 시의 일은 거의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시의 스탠스를 어디에 둘 것이냐에 대해 몇몇 트라우마 전문가들이 '(시장은) 그분들이 울 때 같이 울고, 그분들이 뭔가 부족할 때 채워주고, 비가 오면 가려주고 그런 역할이지 같이 투쟁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고 했다.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문제에 있어 미미한 존재감, 잘한 처세라 생각"

제종길 안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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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장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는 곳에는 항상 있으려고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제 시장은 "사소한 것이지만 한 번에 눈에 띄거나 돋보이려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우리 시와 대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중앙정부, 국회의원, 장관, 국무총리와 (대화를)하는데, 거기에 시장의 존재는 미미하다. 같이 싸운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들의 리더가 될 수 없을 뿐더러 때로는 이방인이다. 그런 것을 외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제 시장은 "오히려 미미한 존재로 있었던 것이 잘한 처세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제 시장은 유가족들이 걸을 때는 항상 같이 걸으려고 노력했다. 항상 같이 있으려고 했지만 "아무도 봐주지 않았고 시장이 왔다고 반가워하지도 않았다"며 "그래도 사람이니까 약간 서운한 면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제 시장은 매주 월요일에는 분향소에 가고, 한 달에 한 번씩 진도에 간다. 현재 진도에는 안산시 공무원 3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분향소에는 10명의 공무원이 상시로 오가고 2명이 날마다 밤을 새운다는 것이 제 시장의 설명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월호 수습단에서 12명의 공무원이 일을 하고 있단다.

"세월호 관련 자료도 수집하고 있는데 이런 일들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공직자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제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지면 철수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제 시장은 세월호 참사 문제와 관련,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는 나섰지만 앞으로도 삭발을 하거나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하는 일 등의 "눈에 띄는 일을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사소한 것 같지만 중요한 일이라는 게 제 시장의 생각이다.

☞ 제종길 안산시장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태그:#제종길, #안산시장, #세월호, #안산,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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