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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5도에서 조업 중인 우리나라 어선은 242척이다. 서해 NLL(북방한계선) 부근에 출몰한 중국어선은 연평균 5만 3700여척이다. 합동참모본부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어선 총 59만 1357척이 조업했다.

중국어선의 서해5도 인근 수역 조업은 꽃게 성어기인 4~6월과 9~11월에 집중됐다. 2014년 출몰한 4만 6097척 중 2만 1329척이 4~6월에, 1만 6722척이 9~11월에 조업했다. 이 둘을 합하면 출몰한 전체 어선의 82.5%를 차지한다.

2002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은 해를 거듭해도 변함이 없다. 이로 인해 서해 5도 어민들의 조업손실과 어구피해, 어족자원 고갈과 해양생태계 파괴 등이 누적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해양경찰청이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전환될 무렵 약 한 달간 발생한 조업손실액이 약 67억 5000만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어구피해액은 약 14억 1600만 원으로 추산했다.

정부의 단속과 어민 피해대책 마련이 더뎌지면서 피해는 증가 추세에 있다. 중국어선은 이제 오징어와 홍게, 대게를 잡으러 동해까지 진출한 상황이다.

서해 5도 어민 피해보상과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남동구 갑) 국회의원은 지난 12일 오후 2시 인천시청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실태와 대책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엔 행정자치부·해양수산부·국회 입법조사처·인천해양경비안전서·인천시 담당자가 참석했다.

토론의 요지는 단속 대책과 어민 피해보상이었다. 하지만 단속 대책은 국방부 협조 없이 강화하기 어렵고, 어민 피해보상은 어구피해 보상에 국한될 전망이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국회의원이 지난 12일 인천시청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실태와 대책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국회의원이 지난 12일 인천시청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실태와 대책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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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조업 피해 특별법으로 풀어야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의 핵심은 피해보상 가능성과 범위다.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손해의 절박성과 중대한 손해 발생 가능성이 있어야한다.

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고, 피해금액도 있다. 중국어선 출몰 현황 자료도 있다. 또한 2012년에 출몰한 2만 4110척 중 52척을 나포했는데, 2013년엔 2만 4096척 중 42척을 나포했다. 조업건수 대비 검거건수를 비교하면, 정부의 임무 해태를 파악할 수 있다"며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으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어선 등 외국어선의 조업을 규제하고, 불법조업 시 처벌할 수 있는 국내 법규는 있지만,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규는 미비하다. 이에 한국해양수산개발연구원과 국회 입법조사처 또한 특별법 제정을 제시했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외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 어민을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반영하려면 법이 필요하다. 일반법으로 어려우니 특별법으로 풀어야한다"며 '외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따른 어업인 지원 특별법' 제정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어선으로 국한하지 말고, 보상과 지원 대상 지역 또한 서해 5도와 동해로 국한하지 말고 동·서·남해와 제주까지 포함해야한다"며 "이 특별법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피해 보전방안과 지원방안, 외국어선 불법단속 강화방안, 수산발전기금 설치방안 등을 명시하자"고 했다.

유제범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역시 현행 국내법으로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고 피해어업을 지원하기 어려운 만큼,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그는 "(특별법 제정 시) 피해어민에 대한 직접 보상이나 지원이 아닌 피해어업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보상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류정곤 연구위원이 제시한 것처럼 외국어선으로 확대하고, 피해 보상과 지원 대상도 모든 국내 어업인으로 규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류권홍 교수는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을,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국회 입법조사처는 또 다른 특별법 제정을 제시한 것이다.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 두 개가 계류 중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개정안 통과를 주문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개정조차 못하면서 또 다른 특별법 제정으로 시간을 보내면 서해 5도 어민 피해보상은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상대책, 어구피해 보상에만 그칠 전망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이 개정되더라도 피해보상은 어구피해에만 한정될 전망이다. 김명선 행자부 지역발전과장은 "4월 임시국회 때 특별법이 개정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어구피해를 보상하려한다"고 말했다.

해수부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양동엽 해수부 지도교섭과장은 "어구피해 보상은 해줘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회가 나서면 해수부에서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행자부와 해수부는 어구피해를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조업손실은 언급을 피했다. 조업손실을 객관적으로 계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류권홍 교수는 "정량적인 피해 산정이 어려워 직접 보상에 한계가 있다면, 정부가 피해실태부터 파악해야한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가 10년이 넘었는데 여태 피해실태 파악조차 안 돼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양동협 지도교섭과장은 어민 지원대책과 관련해 "(어민 요구인) 어장 확장은 군사작전과 관련돼있어 국방부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국회 차원의 협조가 있어야한다. 중국어선 통항 방지용 인공어초를 NLL에 심으려면 일반 선박이 가야하는데, 이 또한 군의 협조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중국어선 단속으로 발생한 벌금을 어민피해지원기금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별도로 기금을 만들면 해수부 전체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기에, 불법조업 벌금을 기존 수산발전기금에 넣을 수 있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대청도 단속 강화하면 연평도로 다 몰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보상과 함께 단속 강화도 중요 과제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백령도와 대청도 주변에 500톤급 경비정 1척을 배치했는데, 성어기에 4척을 추가 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해경함정으로 중국어선의 저인망 그물을 절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과거와 달리 단속 저항에 가담한 모든 선원을 사법처리하고, 벌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단속을 강화하면 구멍 난 연평도로 다 몰린다. 연평도에는 경비정 보트 2척밖에 없다. 해경도 목숨 건 전쟁이다. 해경 경비함정을 지원해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게 해줘야하는데, 답이 없다"며 정부를 성토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국어선 불법조업, #서해5도, #행정자치부, #해양수산부, #서해5도 지원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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