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씨앗이 껍질을 열고 싹을 틔우는 순간 (땅콩)
 씨앗이 껍질을 열고 싹을 틔우는 순간 (땅콩)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씨앗을 흙 속에 파종하고 물을 주면 씨앗은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한다. 적정 온도와 수분이 유지되면 씨앗은 점점 부풀어 오른다. 마치 태아가 엄마 뱃속의 양수막 안에서 자라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마침내 껍질을 터트리고 싹을 틔운다. 이때가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환희를 느끼는 순간이다.

싹을 틔운 작물은 스스로 호흡하기 위해 가장 먼저 뿌리를 생성하고, 수분을 흡수한다. 그 다음, 줄기를 키우면서 떡잎이 나오고, 본잎이 만들어지면 작물로서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갓난아기가 백일을 지나고 돌이 되면서 걸음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어린 뿌리가 활착하고 호흡을 통해 성장을 잘 하려면 뿌리를 내린 흙에 공극이 충분해야 한다. 흙을 긁어주고 씨앗을 파종하는 일이나, 모종으로 키울 때 육묘용 상토를 쓰는 이유도 산소와 수분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공극이 충분한 흙과 그렇지 못한 흙에서 씨앗 발아율은 차이가 있으며, 생육 상태도 다르다.

그러나 물을 너무 자주 주거나 많이 주면 공극은 물로 채워져서 산소 부족으로 어린 뿌리의 성장에 좋지 않다. 겉흙이 말랐을 때를 기준으로 조금씩 천천히 주는 것이 좋다. 겉흙에 수분이 남아 있다면 물을 주는 것은 아껴야 한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웃자라거나 과습으로 녹조류의 이끼가 겉흙에 생겨나면 생육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중력의 반대로 작용하는 뿌리압

한 낮에 증산작용이 활발하면 수분 부족이 올 수 있다 (호박)
 한 낮에 증산작용이 활발하면 수분 부족이 올 수 있다 (호박)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뿌리가 활착되면 뿌리털은 흙 속의 수분을 흡수한다. 이때는 물의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삼투압 현상의 작용을 받는다. 뿌리 속 수분의 농도는 흙 속보다 높아서 수분은 뿌리털을 통해서 흡수되며, 유기물에서 분해된 무기질 양분도 함께 이동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흙 속의 농도가 더 높아서 뿌리가 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말라죽는 '염류 집적' 현상은 실제로 존재한다. 주요 원인은 오염된 흙에서 발생하는데, 화학 비료의 과잉 사용과 단작 중심의 농사, 그리고 비닐 하우스 재배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뿌리에서 흡수한 물은 줄기의 물관을 통해 위로 올려 보낸다. 이때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중력과는 반대로, 물을 위로 올려보내는 힘이 작용하는데 이를 '뿌리압'이라고 한다. 그러나 뿌리가 병원균에 감염이 됐거나, 선충과 곤충의 공격으로 뿌리가 상처를 입으면 뿌리압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결국 물 이동이 안 되기 때문에 작물은 서서히 말라 죽는다. 

식물의 뿌리에서 물을 위로 올려주면, 줄기에 있는 물관은 물을 이동시키는 도로의 기능을 한다. 물 분자는 서로 뭉치려는 힘이 있지만, 물관에서 잡아당기는 '모세관' 현상의 힘이 더 크다. 당기는 물관의 힘과 뭉치려는 물분자 사이의 운동으로 물은 위로 올라가고 잎을 비롯한 각 기관으로 전달된다. 물컵에 빨대를 꽂으면 물컵보다 빨대 안의 물이 더 높은 것도 같은 원리다.

식물도 더위와 갈증을 느낀다

물이 부족하거나 많거나, 뿌리기능을 상실하면 작물은 생육장애를 겪는다
 물이 부족하거나 많거나, 뿌리기능을 상실하면 작물은 생육장애를 겪는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무더운 여름철 동물은 체온이 올라가면 물을 많이 마시고, 땀을 배출한다. 생존에 필요한 수분 유지와 체온 조절을 위해서다. 식물도 마찬가지로 온도가 높을수록 물을 많이 흡수하고, 잎 뒷면의 기공을 열어 땀(물)을 배출한다. 식물이 배출하는 물은 수증기 형태로 증발하며, 이른 아침이나 실내에서는 식물이 배출한 잎에 맺힌 물방울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식물은 잎의 기공을 열고 물을 밖으로 보내서 체온조절을 하며, 이것을 '증산 작용' 이라고 한다.

고온 다습한 기후에서 증산 작용은 더 활발해진다. 작물이 가뭄에 말라죽는 것도 증산 작용에 필요한 물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물이 없으면 작물은 체온 조절을 할 수가 없고, 세포에 남아있는 물까지 가져다 사용한다. 물이 빠져나간 작물의 잎은 힘없이 아래로 축 늘어지며, 여름철에 주로 많이 발생한다. 더 이상 물 공급이 되지 않으면 시들다가 말라죽는다.

물이 부족하면 기공을 닫아 물을 밖으로 보내지 않고 조절을 한다. 작물은 잦은 물가뭄을 겪게 되면 영양과 생식 성장에 장애가 발생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결실도 부실하다. 하지만, 가뭄으로 축 늘어진 작물에게 물을 직접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갈증을 느끼는 만큼, 한 번에 많은 물을 흡수하다가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목 마른 사람에게 물을 건네면서 나뭇잎 몇 개를 바가지에 띄워준 옛날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된다.

물 가뭄을 겪고 있는 작물이 뿌리에서부터 물을 천천히 흡수하여 줄기를 통해 이동할 수 있도록 뿌리 주변의 흙 위에 조금씩 흘려보내듯이 물을 주는 것이 작물 성장에 유리하다. 같은 이유로 작물에게 물을 줄 때는 한낮은 피하고 아침에 주는 것이 좋으며, 광합성에도 도움이 된다. 해질 무렵에는 물을 주더라도 한밤 중에는 물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광합성을 하지 않는 저녁에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뿌리가 물에 잠기게 되면 호흡 곤란으로 생육이 불량하거나 웃자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공극 : 흙 알갱이 사이에 있는 빈틈으로 물과 산소가 순환된다.
선충 : 1mm크기로 선형 동물에 속하며, 식물 뿌리에 피해를 주는 것이 있다.



태그:#증산작용, #모세관, #광합성, #물관, #모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