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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즐기는 봄의 진미 중 하나는 바로 '도다리 쑥국' 입니다. 초봄을 상징하는 쑥에 된장을 넉넉하게 풀어 끓여내는 '도다리 쑥국'의 맛은 상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합니다. 쑥 특유의 향내와 함께 국물 속에서 헤엄치는 달콤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 도다리의 맛은 좀처럼 숟가락을 놓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도다리 쑥국'은 이른 봄철에 먹지 않으면 그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야 거의 사시사철 쑥이 유통되다 보니 도다리만 있다면 끓여 먹을 수는 있겠지만 봄철에 잡히는 싱싱한 도다리로 끓여 내는 알싸하고 풋풋한 맛에는 비할 바 못됩니다.

설 연휴 첫날인 18일은 봄을 맞이하기에는 아직은 한참이나 남아 있는 날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날 '도다리 쑥국'이라는 봄의 진미를 미리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흥시 오이도 선착장에서 어민들이 팔고 있는 바다가 전하는 봄의 전령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산 '도다리'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명절 첫 날 오이도 갈매기들이 가장 분주한 것 같았습니다.
 명절 첫 날 오이도 갈매기들이 가장 분주한 것 같았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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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바닷가 바람은 옷깃을 절로 저며 올리게 하지만..........

설 명절을 맞아 음식준비에 바쁜 아내와 제수씨를 돕는 방법 중 하나는 어린 조카들이 집안을 뛰어 다니면서 일을 방해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도 그 하나입니다.

둘째 조카는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니 이제는 제법 의젓합니다. 바쁘니까 조용히 있으라고 하면 컴퓨터를 하든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즐기던 어쨓든 조용합니다. 하지만 올해 유치원에 들어가는 셋째 조카가 천방지축 입니다. 집안이 떠들썩 하다 못해 시장통이 따로 없습니다. 해서 조카들을 데리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문한 곳이 바로 오이도 입니다.

명절 첫 날이라 그래선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차에서 문을 열고 내리자 마자 맞이하는 것은 차가운 바닷바람 입니다. 썰물이 들어오면서 함께 불고 있는 차가운 바람이 제법 매섭습니다.

셋째 조카가 바람에 몸이 날라 가지나 않을까 걱정하면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퇴역한 경찰경비함정을 전시해 놓은 야외 전시장 입니다. 퇴역한 경비함정은 1980년 한진중공업에서 건조했던 230톤급이라고 하는데 30여 년간을 운행한 후 퇴역하게 되자 시흥시에서 구입해 전시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주요 장비들은 남아 있는 게 없지만 수년전 까지만 해도 서해 바다를 누비면서 우리 어민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했던 경비함이기에 그 위용과 배 곳곳에 남아있는 세월의 흔적은 역력합니다. 조카들은 함장실등 경비함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꽤나 즐거운 듯 합니다.

특히 조카들은 사내아이들이라고 지금은 고물이 되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선미와 선수에 있는 기관총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 키로는 턱없이 모자라 발돋음 한 후에야 겨우 잡히는 기관총의 손잡이를 잡고 흔드는 모습이 앙징 맞습니다.

퇴역한 경찰 경비함정 관람을 끝낸 후 아이들을 이끈 곳은 부잔교 방식으로 설치된 '황새바위길'입니다. 오이도 초입에 설치되어 있는 이 길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의 특징을 살려 물이 빠지면 갯벌에 얹히고 물이 들어오면 뜨게 만들어져 서해바다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즐거운 함성을 지르지만 바닷바람이 너무 차가워 오래 있지는 못하고 마지막 코스인 빨강등대로 이동했습니다. 명절을 맞아 갈매기들이 더 즐거운 듯 합니다. 방문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하나라도 더 받아먹기 위해서 '끼룩 끼룩'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사람들 머리 위를 스치듯이 날고 있기 때문 입니다.

가운데가 제 첫째 아들 정민이고 오른쪽이 문제의 셋째 조카 추준연 입니다. 저희 큰 아들이 사진 나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블라인드 처리해 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살짝 가렸습니다.
 가운데가 제 첫째 아들 정민이고 오른쪽이 문제의 셋째 조카 추준연 입니다. 저희 큰 아들이 사진 나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블라인드 처리해 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살짝 가렸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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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 선착장 어부들이 내놓은 좌판에는 알밴 도다리가.....

오이도를 즐기는 3종 세트 즉 '퇴역 경비함' '부잔교' '빨강등대'를 즐겼으니 이제는 맛을 즐길 차례 입니다. 해서 발걸음을 옮긴 곳은 오이도 선착장 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봄의 전령사인 도다리를 볼수 있었던 것입니다. 명절을 하루 앞두고 있었지만 선착장에 자리 잡은 수십여 군데의 좌판에는 이곳에서 나오는 각종 생선과 해산물이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생선은 '간재미' 입니다. 또한 거의 명태 크기만 한 망둥어와 함께 도다리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다리는 알이 꽉 차 있어 어떻게 보면 조금은 안쓰럽습니다. 서해 먼 바다에 서식하다가 종족보존을 위한 산란 때문에 경기만 연안을 찾았다가 어부의 그물에 포획된 신세입니다. 어족자원 보호를 생각한다면 알밴 도다리를  잡아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머리를 채웁니다.

설 명절을 하루 앞두고 오이도 선착장 좌판의 생선을 고르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설 명절을 하루 앞두고 오이도 선착장 좌판의 생선을 고르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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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가 물통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도다리가 물통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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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는 그렇다고 하지만 봄 도다리 맛을 지나칠 수 는 없는 일. 가격은 kg당 2만5천원을 부릅니다. kg당 2~3마리 정도 올라가니 회를 썰어 먹거나 쑥국을 끓여 먹으면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좌판이 펼쳐진 물통 속에는 찬바람이 불때 맛있는 참숭어도 갓 잡아 올린 상태 그대로의 싱싱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설 명절, 집안에만 있기가 답답하다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오이도를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오이도 볼거리 3종세트 '경찰 경비함'-'부잔교'-'빨강등대'를 구경한 후 바다가 선물하는 싱싱한 갯것들을 즐기면 힐링의 시간으로 딱 좋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이도, #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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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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