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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찰이 '갑'은 '갑'이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 안천식 변호사의 책 <고백 그리고 고발>을 읽으면서다. 밝은 법리 해석을 들고 나오는 변호사도 검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대리인으로 참여한 재판에서 증인이 거짓 증언을 하고도 오히려 의뢰인을 고소하자 안 변호사는 그를 무고죄로 맞고소했다.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는 고소를 취하해 줄 것을 고소인에게 종용했다. 위증에 대한 조처로 이해하기 어려워 변호사는 담당 검사실로 달려갔다. 다음은 책이 말하는 검찰 앞의 변호사 이야기다.

검찰은 변호사에게도 '갑'?

<고백 그리고 고발>
 <고백 그리고 고발>
ⓒ 옹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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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히 인사를 하고 증거자료를 보여주면서 그동안 기○○(의뢰인)가 H건설(의뢰인의 소송상대)과 증인A 등에게 고통을 받은 정황을 설명했다. 담당 검사는 멀뚱히 내 얼굴을 보더니 큰 소리로 질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 당신 변호사 몇 년 했어? 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들어? 우리가 당신들 뒤치다꺼리하는 사람들이야?"

담당 검사는 대놓고 반말을 했다. 나는 당황했으나 다시 설명을 계속했다.

"제 말은 뻔히 자신이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기○○를 무고죄로 고소한 것이 분명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러자 검사가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대리인이면 대리인답게 사건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지.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도대체 꿍꿍이가 뭐야? 뒷조사 한 번 해볼까?"

나는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다.

"무슨 소리십니까? 저는 단지 정의를 위해서..."

그러자 다시 검사가 말했다.

"뭐, 정의? 웃기고 앉아있네. 당신이 무슨 정의를 안다고 설쳐대는 거야? 왜 그렇게 말을 못 알아들어?"
-안천식의 <고백 그리고 고발> 중에서

요새 '갑질'이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권기선 부산지방경찰청장 부하 직원 욕설 사건, 백화점 '갑질' 모녀 사건 등이 다 이에 해당하는 사건들이다.

검찰은 경찰에게도 '갑'?

검찰 수사관이 정당하게 업무를 집행하고 있는 경찰에게 '갑질'을 한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지난해 4월 말 좁은 주택가에서 주차 문제로 이웃 간에 시비가 일어났다. 이때 가까운 지구대의 경찰이 출동을 했고, 경찰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뉴스1>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때 신분증 제시를 요구 받은 A 수사관이 "수사관 생활 30여 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경찰이 검찰에게 명령을 하고 함부로 대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심지어는 경찰관에게 욕설까지 했다.

이에 해당 경찰은 A 수사관을 모욕죄로 고소해 검찰로 이 사건이 송치됐다. 그러나 이후 경찰관 스스로 소를 취하했다. 모욕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경찰관이 소를 취하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져 사건이 일단락됐다. 경찰관은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술 취해 행패 부리는 사람이 많다"며 그러나 '참을 수 없는 수준'이어서 고소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서울남부지검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 수사관에게 '경고 처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수사관은 지난해 12월 수원지검 평택지청으로 전보 발령됐다.

변호사에게 검찰이 '갑질'한 앞의 내용도 실제 사건이다. 이번에 뒤늦게 알려진 경찰 앞에서의 검찰의 '갑질' 또한 현실이다. 대한민국 검찰은 왜 늘 '갑'이어야 하는가. 일반 국민에게는 경찰이나 변호사도 '갑'인데... 그럼 대한민국 국민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태그:#갑질, #갑을, #검찰,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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