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을 발족한 검찰이 첫 구속기소 사례를 내놨다. 대량 발송한 문자메시지로 재벌그룹 회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전담수사팀(팀장 서영민 부장검사)은 17일 사이버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고 거액을 갈취하려 한 혐의로 신아무개씨를 구속기소 했다.

신씨는 지난 2월 이 회장이 폭력배를 시켜 전직 CJ그룹 직원 이아무개씨를 폭행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이같은 내용이 들어 있는 이씨와 자신의 대화 음성파일 링크를 CJ그룹 직원 232명에게 5회에 걸쳐 발송했다. 자신도 CJ그룹 직원이었던 신씨는 CJ그룹 임원을 만나 7억 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 회장에게 불리하도록 '청부폭행 루머'를 계속 퍼뜨리겠다는 얘기였다. 

금품을 요구 받은 CJ그룹 측은 신씨를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신씨는 지난 9월 경에도 이 회장의 청부폭행 및 수사방해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CD를 제작해 국회의원 사무실과 언론사 등 18 곳에 우편으로 발송했다.

검찰은 지난 5월 다음 아고라에 '세월호 침몰 당시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은 선장이나 선원이 한 게 아니라 해경 구조대원이 선장과 선원을 구조한 뒤에 조타실을 장악하고 승객들을 죽일 작정으로 한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진 아무개씨도 사이버상 명예훼손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진씨에 대한 수사는 지난 5월 허위사실 게시에 대한 진정서가 접수돼 착수한 걸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해경구조대원 일부로부터 피의자의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돈 안 들어 효율적 방안"이라더니 공짜로 재벌 회장 명예 지켜줘

검찰은 지난 9월 18일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사이버 명예훼손을 적극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카카오톡 감청 거부 등 '사이버 검열'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구속기소로 사이버 명예훼손을 처벌한다는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고 확인시킨 셈이다. 

그러나 첫 구속사례가 재벌회장 관련 사건이란 점은 역설적이다. 지난달 14일 2차 사이버 명예훼손 유관부처 실무회의를 연 대검찰청은 브리핑에서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돈이 드는 민사소송보다 형사적 대응수단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돈 없는 서민을 명예훼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양 했지만, 결국 재벌 회장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검찰이 발벗고 나선 게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의 대표 사례가 된 셈이다.


태그:#사이버 명예훼손, #CJ그룹, #검찰, #세월호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