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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책 표지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책 표지
ⓒ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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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소셜 네트워크 시대다.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해 하루종일 인터넷에 접속해 있으며 SNS와 메신저로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한다. 온라인상의 소셜 네트워크가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전달이 원활해지고 지위나 자본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장밋빛 전망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국가적 통제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가디언'을 통한 스노든의 증언이 단적인 사례다.

표현하려는 자 vs 통제하려는 자

최근 한국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 역시 이러한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검찰의 사이버상 명예훼손 수사강화 방침이 나온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SNS와 메신저는 물론 인터넷 자체에 대한 한국정부의 후진적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수사기관은 개인의 특정되지 않은 정보를 요구했고 법원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여지가 충분한 영장을 발부했으며 협조요청을 받은 카카오톡은 당사자에 별도의 고지없이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였다. 이와 같은 사건이 언론에 의해 공개된 후 국내 메신저 사용자 상당수가 해외 메신저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사태가 벌어졌으나 김진태 검찰총장은 카카오톡이 감청영장에 협조하지 않으면 검찰이 직접 감청을 하겠다는 강경한 발언을 내놓아 다시 한 번 물의를 빚었다.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검경 등 정부기관이 지난 5년 동안 통신업체에 제시한 감청신청은 3851건이며, 이로부터 3만7453건의 유선전화, 이메일, 카카오톡 ID 등을 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장 1건당 10건의 개인정보를 별다른 고지없이 감청한 것으로 영장당 1건의 개인정보를 요청하고 감청결과를 공개하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와 비교할 때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국가에 의한 인터넷 통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감청뿐 아니라 여론에 직접 개입하는 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이제 한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정치적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국민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제 인터넷은 표현하려는 자와 통제하려는 자의 요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사회는 인터넷이 어떤 공간인지, 인터넷 상에서 보장되어야 할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지, 나아가 인터넷 상의 주권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져보고 건강한 인터넷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인터넷 발전사를 꿰뚫는 개론서

융합전문가로 불리는 정지훈씨의 신작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는 이러한 질문에 나름의 해답을 얻도록 도울 수 있는 인터넷의 개론서라 칭할 만하다. 전작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통해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정보통신 산업의 역사를 풀어갔던 저자는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를 통해 70여 년에 이르는 인터넷의 역사를 철학과 가치, 기술과 산업의 측면에서 아우른다.

서문에서 밝혔듯 책은 인터넷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개론서를 목적하고 쓰여졌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반 기업들의 성공신화를 분석하는 책은 많지만 인터넷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 속에 숨은 가치를 조명하는 책은 많지 않다는 점에 이 책의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책은 인터넷의 역사를 복원하고 꿰어 설명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이 어떤 사상적 토대 위에서 발전해왔는지 설명하고 그로부터 전체의 역사를 관통하는 기본 정신을 끄집어내며 당면한 문제들을 넘어 바람직한 미래상까지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인터넷은 자유와 공유의 정신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초창기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그 네트워크를 묶는 인터넷이 만들어졌으며 웹의 시대가 열리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유와 공유의 정신은 인터넷 세계의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공간엔 독점과 통제의 야욕이 상존했으나 그에 맞서 싸운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자기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은 모두 대단히 가치 있는 기술들을 만들어냈지만 이를 꽁꽁 숨겨두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공개하고 확산시켰다. 그들의 공통점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가치를 나누어 가지기를 바랐다는 점이다. 이들이 추구한 가치는 커뮤니티에 접근하는 양이나 질을 측정해서 어떤 이득을 취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집단지성으로 꽃피우는 커뮤니티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인터넷은 이런 철학의 토대 위에 세워진 거대한 세계였다.' - 서문 중에서

책은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보다 인터넷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조명하고 그들이 인터넷에 자유와 공유의 정신을 어떻게 키워냈는지를 보여준다. 사이버네틱스 개념을 탄생시킨 노버트 위너부터 컴퓨터 기술의 예언자라 할 만한 더글러스 엥겔바트, C언어의 창시자 데니스 리치, 해커문화의 주도자 리처드 스톨만 등이 그들이다.

저자는 이들로부터 구글과 페이스북의 창업자 및 CEO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역사의 중요한 인물들을 열거하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했으며 그것이 인터넷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이는 하나같이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으나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차대한 문제들이다. 이쯤되면 인터넷의 역사가 어째서 지금껏 이토록 소외되어왔는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에서 인터넷은 산업기술일 뿐이며 경제적 이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 여겨져왔다. 정부의 인터넷 검열과 그로부터 빚어진 문제들은 인터넷에 대한 무지를 반증하는 하나의 사례다. 하지만 인터넷은 기술 그 이상의 문화와 철학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인터넷에는 인본철학과 공동체 문화가 담겨 있으며 자유와 공유의 정신을 바탕으로 지금껏 발전해올 수 있었다.

이 책 한 권이 오늘날 인터넷이 처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계기를 마련할 수는 있을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시적으로 활용하는 인터넷이니만큼 그에 대한 이해 역시 깊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인터넷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이 빛나는 이 책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정보의 공유와 표현의 자유가 궁극적으로 인류의 진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믿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 게재하였습니다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인터넷 혁명의 순간들

정지훈 지음, 메디치미디어(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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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과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간직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 팟캐스트 '김성호의 블랙리스트' 진행 / 인스타 @blly_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