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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8. 20 오전 8시 00분.

런던에서 고작 하루 여행을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기부터 힘들다. 고2 남자조카의 체력엔 못 미치는게 당연하지만, 그동안 내가 여행을 어떻게 다녔었나 싶을 정도로 몸이 천근만근이다.

좁은 4층 건물에 층마다 저런 식으로 꾸며져 있다.
나와 다르게 진혁인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관람하고 있다.
▲ 셜록홈즈 박물관에서 좁은 4층 건물에 층마다 저런 식으로 꾸며져 있다. 나와 다르게 진혁인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관람하고 있다.
ⓒ 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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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내투어 2탄으로 조카가 짜놓은 일정대로 난 그저 따라가기로 마음먹고, 오늘 첫 일정은 뭐냐고 물으니 조카가 생각지도 못한 곳을 대답한다. 바로 셜록홈즈 박물관. 하... 난 정말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셜록홈즈라니...!

살짝 현기증 오는 걸 참고 일단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지하철을 타고 물어물어 가보니 전시관이라기보다 일반 가정집으로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기다랗게 서 있는데 약 70%가 아이들이다. 29%는 학부모겠지...;  줄을 서서 입장료를 끊는데, 입장료가 10파운드.(한화 약 18,000원)

어제 갔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입장료(18파운드)가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여태 다녔던 여행에서 처음으로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 4층 건물로 되어있는 셜록홈즈 박물관엔 소설에 나와 있는 사건인건지, 어떠한 상황 상황을 밀랍인형으로 만들어서 각 층마다 꾸며 놓았는데, 나는 소설이나 tv에서 전혀 본 적도 없어 그저 신나있는 진혁이 사진만 찍었다.

'와... 이게 10파운드라니... 아까운 내 돈~~~'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조카에게 이번엔 어디를 가냐고 물으니 세인트 폴 사원이란다. 모든 사원은 내가 좋아하는 관광코스이기 때문에 이제 좀 기분을 내야겠다. 지하철을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 하는데 갈아타는 곳으로 가니 지하철이 이미 도착해 있다. 나는 직진 본능으로 얼른 열린 문으로 들어가던 찰나! 동시에 문이 확! 닫힌다.

몸은 간신히 들어갔는데 문이 나와 메고 있던 배낭 사이에 닫혀서 배낭은 문 밖으로 나가있고 나는 지하철 안쪽 문에 붙어 있는 우스운 꼴이 된 거다. 너무 어의없고 황당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한국말로 '나 어떡해? 어떡해??'를 외쳐댔다. 그러자 내 앞에 서 있던 현지인들도 같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 중 한명이 open단추를 눌러주자 문이 얼른 열렸다 바로 닫힌다. 간신히 가방을 빼내고 나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혼자 벽을 잡고 낄낄거리며 한참을 웃었다. 당연히 주위에선 이상하게 보고 있고... 푸웁! 밖에서 미처 타지 못한 조카에게 입모양으로 도착 정거장에 먼저 가있겠다 말하고 난 먼저 출발한다. 아~ 참 별일이 다 있다. 크크큭!

잠시 후 도착한 진혁과 10분만에 상봉하여 세인트 폴 사원으로 간다. 어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너무 큰 감동을 받아서 세인트 폴 사원은 큰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웬걸... 여긴 더 멋지다!

높은 난간에 걸려서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난간 밖으로 팔을 뻗어 찍은 런던풍경.
템즈강과 저 멀리 런던 아이. 빅벤도 살짝 보인다.
▲ 세인트 폴 사원 옥상에서 바라본 런던시내 높은 난간에 걸려서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난간 밖으로 팔을 뻗어 찍은 런던풍경. 템즈강과 저 멀리 런던 아이. 빅벤도 살짝 보인다.
ⓒ 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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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웨스트민스터 사원에는 없는 특징인 돔 구조가 너무나 크고 화려했고, 그 돔에 그려진 벽화는 정말 내 눈을 의심하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아무래도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약 400년 이상 늦게 지어서인지, 더 웅장한 느낌과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이 너무나 멋지고 황홀할 정도다.

역시나 이 곳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 약 2시간 후 쯤에 돔 아래서 보기로 하고 진혁과 나는 따로 관람을 한다. 이제 내 마음이 조금은 놓이는 모양이다. 그렇게 열심히 하나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서 헤드폰으로 설명을 들어가며 공부하듯 관람을 하고 눈을 통해 머릿속에 잘 그려 넣으려고 노력했다..(이곳 역시 촬영금지다.. 흑..)

참고로 나는 촬영금지인 곳에서는 아무리 찍고 싶어도 찍지 않는다. 당연한 걸 뭘 그렇게 얘기 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막상 다니다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내가 좀 아쉽긴 해도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며 다녔으면 좋겠다.

그렇게 1층을 둘러보고 윗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서 한참을 올라가고 보니 돔에서 가까운 부분까지 연결이 되어 있다. 가까이서 보는 돔의 벽화는 정말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더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돔을 한 바퀴 돌고 더 윗부분으로 통하는 길이 있어 올라가보니 여긴 바깥 돔으로 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영국은 저런 위치표시가 잘 되어 있다.
어딜가나 현재의 위치가 나와 있는 설치물이 있어 길 찾기가 수월하다.
▲ 런던 위치판 영국은 저런 위치표시가 잘 되어 있다. 어딜가나 현재의 위치가 나와 있는 설치물이 있어 길 찾기가 수월하다.
ⓒ 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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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밖에서 바라보는 템즈강을 품은 런던의 풍경이 아주 장관이다. 일단 런던이라는 큰 도시에 마천루라 할 만한 높은 빌딩이 없고, 고대 건물이든 현대식 건물이든 잘 어우러지는 컬러와 재료를 사용해서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는 것이 참 마음에 든다. 영국에 관심도 없었는데, 조카 덕분에 온 이곳에 푹~ 빠진 것 같다.

이제 사원을 나와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런던탑과 타워브릿지로 향한다. 숙소에서 얻은 지도만을 보며 찾아가는데 빌딩 속에서 다니다 보니 타워브릿지가 잘 보이지도 않아 답답한 상태가 이어 지고 있는데, 진혁이가 거리에 중간 중간 설치되어 있는 지도를 보며 열심히 위치를 파악한다.

영국은 관광객이 많이 와서인지 이런 중간 중간 위치표시가 참 잘 되어 있다. 길을 찾기 위해선 지도를 보는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몰두해서 열심히 찾아다니는 조카의 모습을 보니 참 이쁘고 뿌듯하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간 두 곳은 바로 옆에 같이 붙어 있는데 런던탑은 탑이 아니라 거의 성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탑으로 처음에 시작을 하게 되어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시간과 체력을 이유로 이곳은 패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한 런던 거리의 심플함.
런던에서 내가 봤던 가장 화려한 돌출간판 이었던 듯.
▲ 런던의 간판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한 런던 거리의 심플함. 런던에서 내가 봤던 가장 화려한 돌출간판 이었던 듯.
ⓒ 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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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브릿지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주고 약 1시간 가량을 둘러본 후 이제 숙소로 가려고 하는데 거리가 어느정도 되기 때문에 우린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지하철이야 매일 타는거고 버스는 외곽 지역으로 갈 때 타게 될거고.. 그렇다면 오늘만 탈 수 있는 특별한 교통수단은 바로 유람선!

다행히 숙소가 있는 복스홀에도 유람선 정류장이 있어서 여기서 타고가면 숙소근처에서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표를 사기 위해 창구로 갔다. 복스홀로 가는 유람선 표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흑인여자 창구 직원이 머라머라 설명하는데 조카와 나는 소위 말하는 '멍'을 때리고 있었다.이유는, 정말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딱딱한 영국식 억양 + 쌘 흑인언니 속사포 말투까지.. 굉장히 불친절하게 지르듯 말하는 말투가 너무 알아듣기 힘들었다. 용기를 내어 한번 다시 설명해 달라고 하자, 더 큰 소리로 떠들어댄다. 다행이 두 번째 들으니까 좀 들리긴 하는데 꼭 저렇게 화내듯이 얘기를 해야 하나.. 싶은 것이 좀 씁쓸했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지금 오는 유람선이 복스홀까지 한 번에 가지 않기 때문에 런던아이에서 갈아타야 한다는 그런 뜻으로 알아들었는데, 이마저 확실치는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타고 보자! 안 되면 중간에 걸어가던지 헤엄쳐 가든지... 표를 끊고 20분정도 기다린 뒤 유람선을 탔다.
사진으로 참 많이 봐왔던 런던의 얼굴 타워브릿지.
런던에 있는 동안 어딜가도 너무나 유명한 곳 뿐이었다.
▲ 타워브릿지에서 진혁과 나 사진으로 참 많이 봐왔던 런던의 얼굴 타워브릿지. 런던에 있는 동안 어딜가도 너무나 유명한 곳 뿐이었다.
ⓒ 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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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국에서도 강에서 유람선을 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참 신선하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템즈강을 따라 유유히 내려오던 유람선이 어느새 런던아이 맞은편 정류장에 다다른다. 아까 내가 제대로 알아들었다면, 우린 이번에 내려야 한다.

여기가 마지막 정거장이라고 했으니, 사람들이 다 내리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반 이상의 사람들이 내리지 않고 계속 앉아 있는거다.'어라? 내가 잘 못 알아들었나? 다음 정거장이 또 있다는 건데 그럼? 오호호~ 더 아래로 내려가나보네~~ '

진혁이와 그렇게 결론 내리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배가 정말 아래로 출발한다. 그리곤 갑자기 템즈강 한 가운데서 유턴을 한다. 오마이 갓...!!! U턴을 하고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결국 우린 숙소까지 또 걸어왔다.


태그:#런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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