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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자가 개발한 청색 LED 기술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을 보도하는 일본 NHK 뉴스 갈무리.
 일본 과학자가 개발한 청색 LED 기술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을 보도하는 일본 NHK 뉴스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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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이 잔치 분위기다.

스웨덴 왕립 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물리학상에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발명한 일본의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 아마노 히로시 교수, 나카무라 슈지 교수 3명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자들은 1990년대 조명 분야의 최대 난제로 꼽혔던 반도체 기술 개발(밝은 청색광을 뽑아내는 기술)에 성공했다. 이들은 기존에 발견된 적색광과 녹색광을 결합해 백열등이나 형광등보다 훨씬 밝으면서도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백색광 LED를 개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많은 사람이 실패한 것을 성공시켰다"며 "전 세계 전기 소비량의 4분의 1이 조명 목적으로 쓰이는 만큼 LED는 지구의 자원 절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학 분야 수상자만 19명...일본 과학의 저력

일본인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8년 고바야 시 마코토 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명예교수 등 3명 이후 6년 만이다. 이로써 일본은 물리학상 10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2명 등 이학 분야에서만 1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1949년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가 일본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였고, 2012년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 연구로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가장 최근 노벨상 수상자다.

일본은 지난 1월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이른바 '만능세포'로 불리는 스탭(STAP) 세포 발견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며 노벨상을 기대했지만, 부정 연구 및 데이터 조작이 드러나 결국 논문이 취소되는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 덕분에 '과학기술 강국'의 명예를 회복하면서 과학계를 넘어 일본 사회 전체가 크게 기뻐하고 있다. 이날 수상 소식이 발표되자 일본 언론들은 호외를 뿌렸고, 아베 신조 총리는 아카사키 교수에게 직접 축하 전화를 걸었다.

더불어 일본 언론계는 그동안 일본에서도 양대 명문인 도쿄대나 교토대가 대부분의 수상자를 배출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 수상자인 아마노 교수가 나고야대 출신이라는 것을 부각하며 첨단 과학 연구의 저변이 지방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일본 NHK는 "일본의 과학은 신칸센, 자동차, 가전 등 생활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서 기적 같은 발전을 이끌었다"며 "LED 역시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는 것으로 최근 침체기에 빠졌던 일본 과학 기술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빛의 혁명' 일으킨 일본 과학자 3명은 누구?

아카사키 교수는 나고야대를 거쳐 현재 메이조대 종신교수를 지내고 있는 일본 과학계의 거장이며, 아마노 히로시 교수는 지금도 나고야대에서 연구하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 나카무라 교수는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나카무라 교수는 20년 전 일본 중소기업인 니치아 화학공업에서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상용화해 회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기고 단숨에 유명 기업으로 키워낸 입지적 인물이다.

하지만 당시 회사는 나카무라 교수에게 고작 2만 엔의 포상금과 과장 승진을 안겨주는 것으로 끝났고, 특허 발명권도 회사에 귀속시켰다. 나카무라 교수는 강하게 반발하며 사표를 던진 뒤 지금의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2001년 회사를 상대로 특허권 양도와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는 법정 소송을 벌였다. 결국 나카무라 교수는 회사로부터 8억 4천만 엔을 받았고, 이는 일본 기업이 개인에게 지급한 역대 최고액 보너스였다.

당시 나카무라 교수의 소송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발명 특허권을 놓고 회사의 지원과 연구원의 노력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었고, 이와 비슷한 소송이 쏟아졌다.

일본 언론은 이번 나카무라 교수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을 계기로 당시 소송을 다시 언급하며 개인에게 주어지는 발명 포상금을 더욱 높여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행 좇지 말고 좋아하는 연구를 하라

85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열성적으로 연구와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아사카시 교수는  "연구를 하면서 '20세기에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그만두기도 했지만 나는 조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카사키 교수는 "광야를 걸어간다는 마음으로 연구에 임했다"며 "더 이상의 명예는 없으며, 나 혼자로는 절대 불가능했고 동료들이 함께 도와줬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젊은 과학자들을 위한 당부를 부탁하자 "유행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결과가 쉽게 나오지 않아도 계속할 힘이 생긴다"고 충고했다. 

아마노 교수 역시 "노벨물리학상은 주로 기초이론 분야에서 수상자가 많아 나와 이 기술(청색 LED)로는 수상을 반신반의했다"며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태그:#노벨물리학상, #LED, #일본, #발광다이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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