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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들을 한 번 더 기억하며 만들어 본 것입니다.
▲ 얼굴을 닮은 작은 꽃들 세월호 희생자들을 한 번 더 기억하며 만들어 본 것입니다.
ⓒ 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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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때는 다른이의 장례식이었다. 그녀는 고인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금색 나무로 만든 커다란 리스를 주문했다. 장의 차에 날 흠집을 염려하자, 그녀는 자신의 캐시미어 목도리를 찢어 바닥에 깔고는 리스를 달았다.

그런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업무로 알게 된 그녀였지만, 아직도 기억한다. 처음 내게 왔던 날 그녀가 앉았던 내 꽃집 의자, 손목에서 빛나던 푸른빛의 팔찌, 고운 가죽의 클러치 백,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던 차 안의 바구니... 그러나 그녀의 죽음을 늦게 알아 장례식장엔 꽃 한 송이 보내지 못했다.

그녀의 사십구제 때 그녀의 가족들이 꽃을 주문했다. 그 누구보다 그녀의 꽃 취향은 내가 잘 안다. 그녀가 좋아할 내츄럴한 바구니와 화려한 컬러의 꽃들에 로맨틱한 리본을 묶었다. 장례식 때 함께 못한 미안함도 슬쩍 담았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이 가까워 온다. 남들보다 둔감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지만, 가족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동료들과 헤어진 이들의 아픔만은 가슴에 남는다. 떠나보낸 이들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긴 어렵지만, 내가 그녀를 보낸 마음에 기대어
세월호와 함께 삶을 달리한 고인들을 기리며 화병에 꽃을 꽂았다.

세상을 떠난 한 사람 한 사람을 작은 꽃송이에 담았다. 한줄기에 여러 줄기가 갈라져 작은 꽃이 나는 흰색의 스프레이 장미와 자세히 보면 별모양으로 보이는 화이트 스타를 중심에 꽂고 잎새란과 엽란은 하나하나 손을 잘라 접고, 철사로 꾀고, 감아 꽂았다.

내겐 작은 꽃들 하나하나가 불시에 세상을 떠난 이들의 얼굴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플로리스트인 나는 이 화병꽂이로 함께 하려한다. 하늘 나라에서는 꽃으로 피어나 꽃처럼 살기를.


태그:#세월호, #잊지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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