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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팔레스타인을 두 번째 여행 중이며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한국에 알리고자 합니다. 아래는 지난 21일 새벽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사는 탈랄이 겪은 일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필자 말

팔레스타인 라말라 지역에서 야간에 수색작업 중인 이스라엘 군인들.
 팔레스타인 라말라 지역에서 야간에 수색작업 중인 이스라엘 군인들.
ⓒ 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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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쾅."

누군가 탈랄의 집 현관문을 심하게 두드린다. 집에서 곤히 잠들고 있던 탈랄은 의아해하며 현관문 쪽으로 향한다. 갑자기 현관문이 박살나면서 이스라엘 군인들 약 30명이 집안으로 우르르 쳐들어온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히브리어를 쏟아내면서 탈랄에게 가족들을 한 방으로 모으도록 지시한다. 겁에 질린 탈랄은 곤히 잠든 가족들을 깨워 거실로 모은다. 13명의 아이와 탈랄을 포함한 7명의 어른들은 겁에 질린 채 거실바닥에 앉았다. 

군인들이 온 방을 뒤진다. 소파를 뒤집어 칼로 찢고, 장롱 속을 뒤지며 그 안에 있는 모든 옷가지를 바닥에 쏟아낸다. 열리지 않는 문은 발로 차서 부수고 들어간다. 가족들이 외부로 연락하지 못하도록 모든 전화기를 압수한다. 가구들과 집기들은 부서지고 군인들 군화에 묻은 흙더미는 온 집안에 널려 있다.

탈랄은 용기 내어 물어본다.

"무슨 일이냐? 무엇을 원하느냐?"

지휘관으로 보이는 군인은 어떠한 대꾸도 없이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조용히 하라고 한다. 집안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한 군인들은 집 바로 옆에 있는 가게 두 곳을 지목하며 문을 열라고 한다.

열쇠를 찾던 탈랄은 군인들이 가게의 현관문을 발로 차서 부수고 들어가는 것을 봤다. 또 군인은 가게 안을 들쑤셔 놓는다. 아무것도 찾지 못한 군인들은 새벽 4시경에 집 밖으로 나간다. 다행히 아무도 끌려가지 않았다. 그제야 아이들은 울음을 그치고, 어른들은 정신을 추스른다. 하지만 동네 곳곳이 고함과 비명으로 난리다.

앰뷸런스 막은 이스라엘군... 결국 심장마비로 사망 

팔레스타인들이 타고 있는 차량을 무차별적으로 검문하고 수색하는 이스라엘 군인들.
 팔레스타인들이 타고 있는 차량을 무차별적으로 검문하고 수색하는 이스라엘 군인들.
ⓒ 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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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토요일 새벽(현지시각), 탈랄의 집이 있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나블루스 남서쪽 하리스(Hares) 지역 가정집 11곳을 이스라엘 군인들이 급습한다. 그 와중에 심장병이 있던 하지 잘릴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당시 목격자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인들은 하지 잘릴이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때도 앰뷸런스의 이송을 막았다고 한다.    

지난 12일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헤브론 인근에서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의 10대 3명이 히치 하이킹 도중에 납치 당했다며, 이를 하마스의 소행이라고 단정지었다.

사건 직후부터 이스라엘은 서안지구·가자지구 전역에 광범위한 군사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까지 6명의 팔레스타인 사람(그 중 15세  모함메드 두디도 포함)이 이스라엘의 총탄 또는 군사작전으로 사망했고, 수십 명이 부상 당했으며 400여 명이 체포됐다.

그리고 매일 밤 이스라엘 군인들은 팔레스타인 지구 주요 도시와 인근 마을에 난입해 가택수색, 팔레스타인인들 공격, 체포 및 구금을 자행하고 있다. 더 어이없는 것은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모든 정착촌은 불법) 사람들까지 무장한 채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난입해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새벽 탈랄이 공포스럽게 경험한 사례는 한국의 일제 식민지 지배 시의 사례와 유사하다.

일제시대에도 있었던 집단처벌... 공포의 팔레스타인

탈랄 집을 급습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칼을 이용하여 소파를 뒤지고 파손한 사진.
▲ 파손된 소파 탈랄 집을 급습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칼을 이용하여 소파를 뒤지고 파손한 사진.
ⓒ 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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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에 독립운동가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면 전 마을의 사람들을 불러 모아 겁을 주고 위협을 가하며 찾을 때까지 마을 사람들을 괴롭혔다. 또 사건과 무관한 주민들을 처벌해 마을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어 독립운동가와의 연계를 차단했다. '집단처벌(Collective punishment)'인 것이다.

이스라엘은 3명의 이스라엘인 10대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인구 45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옥죄고 처벌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는 납치를 강력부인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게 하마스가 했다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했지만 이스라엘 측은 증거를 제시 못 하고 있다. 이에 총선을 앞두고 하마스를 와해하기 위한 정치적 책략이라는 등 수많은 설이 오고 간다.  

제네바 협약에 의하면 집단처벌은 엄연한 전쟁 범죄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한 최근의 모든 행위는 범죄다. 이에 팔레스타인인들은 돌을 던지며 저항한다. 그리고 잡혀가고 부상 당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항상 국제법 위에서 군림하며 수십 년간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개의치 않고 도로를 봉쇄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덧붙임) 한국과 주요 외신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또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에 따르면 마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일정 정도 비슷한 수위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이스라엘이 총과 장갑차로 마을을 침입하면,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돌을 던진다. 팔레스타인에는 군인이 없고, 팔레스타인 자치경찰은 전혀 대응할 수 없다.

분쟁이 아닌 일방적 점령과 억압이고 이에 대한 저항이다. 노조가 파업하고 데모하면 경찰은 물리력으로 제압한다. 이를 두고 노조와 경찰 간의 분쟁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이런 대목에서 많이 느끼지만 사실과 진실은 언론의 글 뒤편에 존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동화님의 블로그(http://palsolidarity.org/2014/06/collective-punishment-in-palestine/)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팔레스타인, #이스라엘, #군사작전, #점령,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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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아디(ADI)에서 상근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디는 아시아 분쟁 재난지역에서의 피해자와 현장활동가와 함께 인권과 평화를 지키는 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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