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창단한 SK 와이번스는 신생팀의 한계에 직면하였다. 200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기는 하였지만 강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게 주로 하위권을 맴돌던 SK는 2007년 대반전을 이루어낸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SK의 우승

김성근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첫해, 와이번스는 정규시즌 내내 승승장구한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역시나 보기 좋게 빗나갔고 SK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구어낸다.

SK의 우승이 더욱 놀라웠던 것은 당시 SK에 스타 선수가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SK를 대표하는 투수인 김광현은 당시에는 신인이었던 데다가 시즌 성적도 보잘 것 없었다. 그나마 김재현 정도가 이름값이 있었지만 그도 최고의 전성기는 LG에서 보내고 방출되었던 선수였다.

그 외 정근우, 조동화, 박재상 등은 지금이야 팀의 주축 선수들이지만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웠다. 그러다보니 SK는 우승을 했음에도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박경완 단 한 명뿐이었다.

2007년 시즌 이후 SK는 극강의 포스를 선보였다. 스타 플레이어는 여전히 없었지만 선수들은 조금씩 성장해 갔고 누가 나와도 주전이나 다름없는 실력을 뽐냈다. 그러다보니 약팀들에게 SK는 공공의 적이었고 양민학살 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SK는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약점이 보이면 무섭게 파고들었다. 상대가 수비 실책을 하면 그것을 바로 점수로 연결시켰고 상대의 느슨한 플레이가 나오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를 했다. 상대의 작전이나 투구 습관을 간파하는 건 SK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SK 선수들은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으로 늘 경기에 임했다. 지고 있어도 언제든 역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SK 선수들 눈빛 속에 항상 있어 보였다. 그런 SK의 기세에 눌린 팀들은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하기 일쑤였고 연패의 늪에 빠져 들었다.

아시아 신기록 19연승을 이루다

2009년에는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쳤지만 아시아 신기록인 19연승을 이어가며 당시 1위였던 KIA 타이거즈를 압박했다. 당시 SK와 경기를 하는 팀은 마치 SK가 모든 걸 꿰뚫어보고 야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거기에는 국내 전력 분석의 1인자 김정준의 공도 컸다.

그런 강팀이었기에 승률 제도가 지금과 같았다면 SK는 그 해에도 우승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SK는 2010 시즌에도 무서운 페이스로 치고 나갔다. 마치 정규시즌 1위를 못 하면 안 되는 것처럼 거침없는 독주 체제로 프로야구판을 흡사 '와이번스와 아이들'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 기세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져서 혈투 끝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삼성 라이온즈에게 4연승을 하며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칠 대로 지친 삼성은 SK에게 힘 한 번 못 쓰고 패하고 만 것이다.

2011년도에 들어와서 SK는 비교적 인간적인 야구를 하였다. 몇 년간 보여 왔던 탈 KBO급 전력이 아닌 상태였기 때문이다. 김광현, 정대현, 이승호, 정근우, 박정권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이나 부진으로 신음하며 약간 주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SK는 여전히 강했다. 이가 빠지면 잇몸이 버티는 SK 특유의 팀 컬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영욱, 엄정욱 등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며 SK는 다시금 우승에 도전해 나가고 있던 때가 그 해 8월 중순 무렵이었다.

사령탑 교체 후 SK의 변화

그러나 갑작스럽게 일이 터졌다. 시즌 후 계약 기간이 끝나는 김성근 감독에게 SK 프런트는 예년보다 못한 성적 때문이었는지 재계약에 대해 일언반구조차 없었고 결국 김성근 감독이 먼저 그 해까지만 SK에 남겠다고 먼저 시즌 후 사퇴 의사를 밝혀 버렸다. 이에 SK 프런트가 김성근 감독을 경질하고 마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어 김성근 사단 코치들의 줄 사퇴가 이어졌고 팬들은 SK 프런트를 향해 강하게 시위를 하였다. SK 프런트를 비난하는 현수막과 온라인상의 비난 글이 폭주했고 SK는 이를 강경하게 대처하여 결국 프로야구 팀 사상 유일하게 홈페이지 게시판을 없애버리고 말았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SK는 이후 이만수 체제에서도 특유의 끈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성근 감독이 없음에도 SK는 그 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어 2012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오르면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6년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준우승을 하는 기간에도 SK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상대를 압도하던 위세는 조금씩 무디어졌고 SK답지 않게 어이없는 실책으로 패하는 경기가 많아졌다. 예전과 달리 이기고 있는 경기를 역전패하는 일도 잦아졌다.

거기에 SK를 이끌던 선수들도 은퇴, FA 이적, 트레이드 등으로 하나둘 유니폼을 벗었다. 결국 이런 것들이 2013 정규시즌에서 6위에 그치는 것으로 이어진다. 4강을 늘 맡아놓은 것 같았던 가을야구의 강자인 SK가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하고 만 것이다.

SK다운 야구가 없어지고 있다

SK다운 야구는 말은 강팀 SK를 지칭하는 것이었고 프로야구에서 많은 이들이 SK를 강팀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SK의 플레이는 과거의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한 경기 최다 실책, 한 이닝 최다 폭투를 세운 팀이 다른 아닌 SK라는 것이 2014시즌에 SK가 처한 상황을 대변해준다.

그렇게 SK는 어느새 다시 약팀이 되어 있었다. 물론 SK는 올 시즌 초반 반짝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농사가 먼저 SK의 발목을 잡았다. 최고 외국인 선수라는 루크 스캇은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져있고 울프도 부상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적이 있다. 조조 레이예스는 거듭된 부진으로 결국 퇴출되고 말았다. 최정, 박희수, 박진만 등의 주축 선수 역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고 트레이드나 FA로 영입한 김상현, 임경완 등은 이제 존재감마저 없는 상황이다.

어느새 순위표에서 SK는 7위까지 내려와 있다. 매년 그랬듯이 가을 DNA가 발동한다고 해도, 그리고 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가 많아 동기부여가 된다고 해도 올해는 어쩐지 힘에 많이 부쳐 보인다.

최근 SK 경기를 보면 그나마 4할에 도전하는 이재원과 임훈, 박계현 등 한 때는 백업 멤버였던 타자들이 분전을 해주고 있다. FA로이드 효과로 김강민, 조동화 등도 나름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어렵게 뽑은 점수를 선발 투수는 물론 불펜 투수들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방망이라는 것이 믿을 게 못 되는 야구 경기이기에 그나마 타선도 안 터지면 영봉패를 당하기 딱 좋은 상황인 것이다.

또한, 수비는 불안해서 실책이 속출하고 주루 플레이나 중계 플레이에서도 실수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벤치는 상대 팀은 물론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조차 예상할 수 있는 단조로운 작전 지시로 일관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SK 관련 글에는 팬들이 비난 일색의 불편한 민심을 표출하고 있다. 거기에는 프런트는 물론 감독에 대한 입에 담기 힘든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질과 퇴출이 포털 사이트의 연관검색어로 자리 잡은 것은 이제 무척 오래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SK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시금 약팀이 되어버린 와이번스, 과연 이대로 무너질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한 시점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ky_fund/220038973624)에도 게재하였습니다.
SK 와이번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소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기사를 직접 써 보고 싶은 마음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스포츠,연예,사회 등 각종 분야에 대한 것을 써 보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