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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의 석유거래상황기록 주간보고 방침을 거세게 비난하는 한국주유소협회의 기자회견이 지난 6월 9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열렸다
 산자부의 석유거래상황기록 주간보고 방침을 거세게 비난하는 한국주유소협회의 기자회견이 지난 6월 9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열렸다
ⓒ 한국주유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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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거래상황기록부의 보고 주기를 둘러싼 한국주유소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팽팽한 기 싸움이 주유소의 동맹휴업으로 이어질 위기에서 가까스로 멈췄다.

협회는 동맹휴업일로 예정됐던 12일 새벽, 전격적으로 유보 방침을 내렸다. 전날 오후 4시부터 12일 오전 2시까지 진행된 산자부와의 비공개 협상 이후 나온 결정이라 양측의 입장이 어느 정도 조율됐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협상은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협회는 석유거래상황기록부의 주간 보고를 2년간 유예해줄 것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산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당초 협회는 산자부의 석유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시행 소식이 알려지자, 주유소 사업자의 업무 부담만 과중시키는 규제라며 이를 즉각 철회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지난 4월 8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석유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철회와 정부의 석유유통시장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석유유통시장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후 협회는 지난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철회와 주유소 생존권 보장을 위한 업계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12일 하루 동안 전국 주유소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동맹휴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산자부는 기자회견 다음 날인 10일에는 산자부 김준동 에너지자원실장 주재로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정유사 임원과 알뜰주유소협회 회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협회 "보고주기 단축으로 가짜석유 근절할 수 있겠나"

협회는 산자부가 '가짜석유 근절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석유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에 대해 설득력 있는 명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유소 사업자들은 "월 단위 보고를 주간 단위로 바꾼다고 해 가짜석유를 근절할 수 있겠느냐"며 항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12일 "가짜석유 근절을 위해선 일본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노상검사제 확대나 사후환급제 등 여러 대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경우 노상검사를 거부할 경우 징역형을 내릴 정도로 강력한 단속수단으로 활용해 유사경유 판매나 사용을 적극 차단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고주기 단축을 통해 물량의 흐름을 분석해서 가짜석유 이상 징후를 파악한다는 것은 주유소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으로, 통계·계량학적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가짜석유를 근절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업계의 의견은 무시한 채 오로지 석유수급보고전산화시스템 도입을 위한 규제만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산자부는 협회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주유소 사업자의 석유거래상황기록부 보고 주기 단축은 가짜석유 근절을 통해 불법석유 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이 믿고 찾는 건전한 석유유통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산자부 석유산업과의 한 관계자는 12일 "주유소→협회→한국석유공사→한국석유관리원으로 올라오는 월별 석유거래상황기록부 통계자료를 토대로 거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3년간 통계 자료를 보더라도, 이상 유무가 실제로 포착되기도 했다"며 "정유사를 통해 공급된 '100'이던 물량이 거래상황기록부를 검토한 결과 '100'을 웃돌거나 못 미치는 경우도 있었다, 석유의 안정된 수급 관리를 위해선 '100'이란 공급 물류량이 정확히 '100'이란 수요 공급으로 나와야 하는데, 수치가 맞지 않다는 것은 유통 과정에 이상 징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석유관리원에서 최종 데이터를 검증하기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된다,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이후이기 때문에 월별 보고주기가 별 의미가 없다"며 "가짜석유 판매 주유소를 효율적으로 단속하기 위해선 보고주기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산자부 "가짜석유 효율적 단속 위해 주기 축소해야"

산자부의 이런 주장에 대해, 협회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하는 상황이다.

우선 협회는 "문제가 된 가짜석유는 등유와 경유의 혼합물"이라며 "동절기에 난방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등유의 경우 정유사로부터 한두 달 주기로 공급받는데, 주간보고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며 반문했다.

협회는 또 "석유관리원이 지난 2013년 현장에서 적발한 주유소의 불·탈법 사례 중 약 2%가 가짜석유를 팔다가 적발됐다"며 "산자부가 주장하는 가짜석유 근절이라는 게 이 2%를 완전히 잡겠다는 것인데, 보고주기를 단축시킨다고 해서 가짜석유 유통업자가 완전히 근절될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산자부는 적발된 2% 보다 훨씬 더 많은 주요소에서 가짜석유를 팔아왔을 것이라며 이번 보고주기 단축을 통해 보다 많은 가짜석유 판매 주유소를 적발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 산자부는 지난 2012년 외부에 용역을 준 '가짜석유로 인한 연간 세금 탈루 연구 용역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짜석유 판매로 연간 1조4000억 원에 이르는 세금이 탈루되고 있다는 것이 산자부의 주장이다. 산자부는 또 최근 3년간 단속에 적발된 주유소 중 100곳을 선별해 월간 거래상황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이 중 약 41%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된 사실을 또 다른 근거로 제시했다.

'41%에 해당되는 모든 주요소가 가짜석유를 팔다가 적발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산자부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알기 위해선 석유관리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봐야 한다"라며 한발 물러난 입장을 보였다.

한편, 협회는 12일 동맹휴업 유보 결정 이후, 오는 24일 동맹휴업을 재추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산자부의 강경방침과 주유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에 떠밀려 동맹휴업 재추진은 힘들지 않겠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태그:#산자부, #한국주유소협회, #석유거래상황기록부주간보고, #가짜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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