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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들입니다. 사람 사는 곳은 북적거리거나 한적하거나 해야하는데, 사람이 살다 떠난 빈 집들이 더 많은 거여동재개발지구는 쇠락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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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다 허울어진 집, 그리고 드러난 땅에서 자란 호박입니다. 호박이 주렁주렁 열려 그곳에 남은 이들에게 맛난 찬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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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대한민국에서 재개발이란 저 골목길 너머에 있는 아파트라는 개념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따박따박 관리비를 내며 살아갈 수도 없지만, 입주비용을 더 내야하는 상황에서 이곳마져 재개발 된다면 또 다른 곳으로 쫓겨가야만 합니다. 그런데 남은 분들 중 다수는 나이드신 어르신들이라 어느 곳에 간들 새로 터잡고 정착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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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텅 빈 골목길, 그리고 버려진 가구들이 좁은 골목길을 메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사람이 통행할 수 있는 골목에는 사람 사는 집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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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작은 가내공장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까지도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전기도 끊기고, 물도 나오지 않는 그곳은 이제 빈 집이 되었고, 이 집의 주인은 길고양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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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빈 집에는 간단한 취사도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얼마전까지도 이곳에서 사람이 살았음을 보여줍니다. 대부분 이사를 간 집은 문이 잠겨있기 마련인데 이 집은 열려있어 안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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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빈 집에 살고있던 길고양이가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 화들짝 놀라 뛰쳐나갑니다. 고양이도 놀랐겠지만, 저도 놀랐습니다. 재개발이 되면 이 고양이들은 또 어디로 가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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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다 허물어진 지붕에 놓여진 조화, 시들지 않는 꽃이 쇠락해 가는 마을과 비교되는 듯하여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누군가를 축하하기 위해서, 혹은 방이나 거실을 예쁘게 꾸미기 위해 사용되었을 저 꽃, 떠날때 버림을 받아 슬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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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낯선이를 보고는 얼른 배를 보여주는 황구, 배를 보여준다는 것은 복종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순한디 순한 순동이 황구의 삶이 이 황량한 곳에 처음으로 자리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이들의 삶과도 같지 않은가 싶다. 그러나, 이젠 어디로 가란 말이냐? 저 황구가 자신에게 위협적인 사람이라고 여겼더라도 저런 행동을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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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저 황구도 순하기는 마찬가지다. 줄에 묶여 그 좁은 곳만 오락가락하며 살아가는 저 황구처럼, 이 곳에 사는 이들도 어디 다른 곳에 터잡고 살아가고 싶어도 이곳밖에는 살 곳이 없어 이곳에 지금껏 살아왔던 것이 아니겠는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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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여동재개발지구는 이제 사람 사는 집보다 빈 집이 더 많은 듯하다. 골목길을 걷다가 사람의 기척이 들리면 오히려 어색할 정도이니, 참으로 많은 이들이 떠난 것이다.

빈 집은 길고양이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들이나마 있어 쥐가 들끓지 않을 것이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문이 살짝 열려있길래 빼꼼히 안을 들여다 보니 빈 집이다. 그 빈 집에 발을 들여놓는 마음은 살짝 두렵기도 하다.

빈 집을 사진으로 담는데 누가 날 지켜보고 있다. 순간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고, 고양이는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 나간다. 자기를 해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모델도 되어주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

개들이 생각보다 많다. 순한 개들은 밖에서 묶어 키우고 애완견이거나 조금 사나운 개들은 집 안에서 키우거나 사람들이 뜸하게 다니는 곳에 기른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집 안에서 개짓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집 밖에 목줄을 건 개들이 그늘에서 쉬고 있다. 그래도 밖에 묶어 놓은 개들은 순한 것들이다.

그렇다. 이곳에 처음으로 터전을 잡고, 밀리고 밀려 이곳으로 들어와 삶의 터전을 만든 이들은 순둥이처럼 순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을 이 나라는 투사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골목길 붉은 깃발에는 '재개발 반대' '투쟁' 이라고 하얗게 쓴 선명한 글씨가 습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