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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을 느낀 흰뺨검둥오리가 새끼들과 급하게 도망가고 있다
▲ 흰뺨검둥오리 가족의 피난 인적을 느낀 흰뺨검둥오리가 새끼들과 급하게 도망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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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오리 열세 마리와 함께 두껍고 거품 가득한 녹조와 청태를 가르며 도망가는 어미오리의 줄행랑이 바빠 보인다. 어미 혼자라면 날개짓이라도 해 날아오르겠지만, 뒤따라오는 새끼오리들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어미오리와 새끼오리들은 4대강 사업이 만들어놓은 장애물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

지난 20일 안동시 태화동 어가골 앞 낙동강 둔치 소하천에서 노닐던 흰뺨검둥오리 가족의 모습이다.

4대강 사업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소하천은 심각한 녹조와 청태가 두껍게 끼여 거품을 내고 있었다. 관리 소홀로 하구에는 검은 거품이 생겼고, 쓰레기들이 썩어가는 악취 때문에 저절로 인상을 쓰게 됐다.

일찍 찾아온 봄 그리고 여느 해보다 높은 기온이 계속되면서 흘러야 할 강문이 멈춘 곳에서는 '재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생태학습장에 만들어진 실개천 돌다리 사이에 많은 쓰레기들이 썩고 있었다.
▲ 실개천 쓰레기 생태학습장에 만들어진 실개천 돌다리 사이에 많은 쓰레기들이 썩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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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으로부터 상류쪽으로 약 2km 떨어진 곳에 있는 소하천은 어떨까. 이곳의 물 순환은 원활했다. 안동댐의 맑은 물이 끊임없이 유입돼 흐르고 있었으며, 수초와 작은 물고기들이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며 노닐고 있었다.

냇물이 유입되는 곳 입구에는 물 양을 조절하는 칸막이가 있었다. 이 칸막이 덕분에 물이 고이면 자연스럽게 소하천으로 흘러들어갔다.

생태학습장 상류 2km지점에 위치한 실개천에는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 대조를 이루었다.
▲ 물이 흐르는 실개천 생태학습장 상류 2km지점에 위치한 실개천에는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 대조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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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가골 앞 소하천은 입구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낙동강에서 소하천으로 흐르는 물길은 철망으로 막혀있었다. 더욱이 철망에는 이끼와 녹조가 끼였다. 이 이끼와 녹조가 물의 흐름을 막고 있었던 것. 설령 철망이 없다고 하더라도 물만 차오를 뿐 흐를 수 없는 구조였다. 이곳은 마치 물이 가득한 호수 가장자리에 만들어놓은 작은 웅덩이와 같았다.

또한 소하천 주위로 만들어놓은 산책길 옆으로는 식물생태를 알리는 표지판들이 있었지만, 지워지거나 넘어져 있어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표지판이 넘어지고 벗겨져 생태학습장을 찾는 사람들이나 산책인들이 알아볼수 없는 상태다.
▲ 기능을 상실한 생태표지판 표지판이 넘어지고 벗겨져 생태학습장을 찾는 사람들이나 산책인들이 알아볼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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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관리하는 안동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넓이 23,000㎡ 규모의 생태학습장으로 실개천 길이 557m의 자생초 군락지로 조성된 곳이다. 관계자가 일컫는 실개천은 애초 물이 흐르게 만든 것이 아니라 보에 수위가 오르면 실개천에 물이 들어왔다가 수위가 내려가면 함께 빠지는 호수와 같은 것이지 흐르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실개천 출입구의 철망은 치어들이 들어왔다가 물이 빠지면 나가지 못하고 죽게 돼 차단한 것일 뿐.

치어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가로막은 철망 주위로 검은 녹조와 청태가 거품을내며 썩고있다.
▲ 실개천 하류를 가로막은 철망 치어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가로막은 철망 주위로 검은 녹조와 청태가 거품을내며 썩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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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낙동강변 관리예산으로 올해 14억 원을 편성했다. 이곳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마친 상태에서 유지관리 업무만 하고 있어 근본적인 개선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는 미봉책이지만 공공근로자 두 명이 부유물 청소를 하고 관리하고 있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관리감독 기관에서 이야기하는 실개천의 개천은 허드렛물이 흘러나가도록 땅을 길게, 골이 지도록 파서 만든 내를 뜻한다. 관리감독 기관에서 실개천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산책로를 자주 찾는 한 시민은 "개천이든 하천이든 물이 흐르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예산만 낭비하는 것을 애초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태그:#4대강사업, #안동, #실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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