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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청계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시민촛불 원탁회의와 네티즌 단체들이 주최한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시민 촛불이 밝혀졌습니다

이 영상은 지난 3일 시민촛불에서 가장 많은 박수와 공감을 얻은 시민발언입니다. IT업계에 근무 중인 두아이의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사성씨입니다. 발언 영상은 없냐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시민 장우식씨가 원본 영상을 제공해 동의하에 편집 후 <오마이뉴스>에 게재합니다. 아래는 임사성씨의 발언 전문입니다.

▲ 0503_청계광장 세월호 추모촛불 시민자유발언 _임사성(시민, IT업계근무) 이 영상은 5/3 시민촛불에서 가장 많은 박수와 공감을 얻은 시민발언입니다. IT업계에 근무중인 두아이의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사성 시민님입니다.(영상제공 장우식, 편집 임지훈)
ⓒ 장우식·임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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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범한 시민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에게 저만 너무 행복한 게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이 자리에 서게 된 임사성입니다

피해자도, 유가족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기 계신 여러분보다 더 높은 위치나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도 않은 제가 이 자리에서 발언할 자격이 될 저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해 봤습니다.

특히 한 번도 시위나, 촛불집회 한 번 나가본 적 없는 저 같은 소시민은 이번 집회 발표에 큰 용기가 필요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이곳 촛불집회 첫 참석 후, 또 안산 합동분양소와 단원고를 다녀온 후 용기 얻고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세 가지 내용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말씀 드리겠습니다.

5월 3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시민촛불에서 발언중인 임사성 시민님 (IT업계 근무, 두아이의 아버지)
▲ 자유발언 중인 임사성 시민님 5월 3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시민촛불에서 발언중인 임사성 시민님 (IT업계 근무, 두아이의 아버지)
ⓒ 임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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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대통령, 정부 기관에게 묻고 싶습니다. 구조와 희생자, 유가족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 했는가?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 학교나 직장에서 조를 이루어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셨을 것입니다. 팀장이나, 조장이 어떤 일을 하라고 팀원들에게 지시만 하고 본인들은 방관한다면, 그 프로젝트가 잘 되겠습니까? 전 IT 분야에 10여 년 넘게 일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팀장 또는 사장이 반드시 해내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강한 독려와 책임 의식을 갖고 프로젝트에 임해야 겨우 작은 제품이 탄생합니다. 설령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는 크게 비난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 구조를 보면서, 가장 경악하였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구조팀의 실질적 팀장이나 책임자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구해내야겠다는, 내가 모든 것을 책일질 테니 당장 침몰하는 배 속에 있는 저 아이들부터 구해내라고 지시했던 사람이, 우리가 보고 느꼈을 때는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희생자의 시신과 유가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성 마저도 없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삼성동 아이파크에 헬기가 충돌했을 때, 강남구청에서는 신속히 고급호텔을 확보해 주민들이 안심할 때까지 투숙시키고 비용은 구청에서 선 지불하고 나중에 헬기 소유주인 LG전자 및 보험사와 협의하여 해결했습니다.

우리는 고급 호텔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시신을 엘리베이터 앞에 놓고 가버리고, 아직도 실종자 가족을 저 차가운 체육관 시설에 방치해 두고 있고, 장례식에는 적절한 지원도 하지 않으면서 감시만 하고 있으면서, 말로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하면 어떤 누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5월 3일, 청계광장에 모인 5000여 시민들
▲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5월 3일, 청계광장에 모인 5000여 시민들
ⓒ 임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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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대통령, 정부, 언론은 왜 침묵하는가입니다.

사고 후 4월 20일까지 45개국 정상으로부터 우리나라와 대통령에게 애도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4월 29일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은 공식적인 애도나 사과 한마디 없었으며, 그제야 분향소에 조문하였고, 국무회의에서 간접 사과하였습니다. 더욱이 분향소에서는 유족이 아닌 조문객을 위로하였습니다.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자식을 구하고자 상경해 대통령과 이야기 하고 싶다는 수백 명의 실종자 가족을 진도에 가둬 놓고 왜 아직도 침묵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현재 선박직 선원들은 전원 구속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정부는 아직도 명확한 사고 원인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급격한 변침 같다' '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적이 사고 원인 같다' 등 의견만 난무하고 아직까지 공식적인 사고 원인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왜 사고가 났는지? 왜 구조가 늦었는지? 왜 아직까지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있는지? 정부는 침묵하지 말고 대답하기 바랍니다.

또한, 대한민국 언론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원하는 것은 청와대, 정부, 해경 브리핑 받아쓰기 능력이 아니라 사건의 원인, 현재 구조 상황 등을 정부나 각 담당자에게 왜? 왜? 왜? 수도 없이 묻고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언론인 여러분들은 왜? 침묵하고 있습니까?

5월 3일, 명동 거리를 행진 중인 시민들
▲ 행진하는 시민들 5월 3일, 명동 거리를 행진 중인 시민들
ⓒ 임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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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입니다.

제가 촛불집회에 나간다고 하니 많은 분이 이런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효순-미선 촛불집회 때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금방 다 잊혀질 것이라고….

맞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금세 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희생자 가족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취합하여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 항목을 만들고,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 정치인은 표를, 공무원은 민원을 무서워한다고 합니다.그 문제 항목을 바탕으로 하루빨리 해결되도록 지역구 정치인, 담당 기관 등에 끊임 없이 항의하고 민원을 넣고 압박해야 합니다.

단, 각각 분산된 목소리는 힘없는 메아리와 투정으로밖에 안 들립니다. 이 부분은 주최 측에도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반드시 같은 문제로 많은 분들과 한 목소리로, 한자리에서 외칠 수 있도록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앞으로 우리는 일희일비하지 말고 진실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수가 났을 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 줄 아십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마실 물이 가장 소중합니다. 지금 각종 루머, 거짓 정보, 찌라시 정보들이 넘쳐나 그로 인해 오히려 진실이 왜곡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찾아야 합니다. 거짓 정보와 찌라시 정보에 분노해 공유하고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찾고 지지해야 합니다. 진실한 언론을 적극 지지하거나 후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21세기인데 마치 역사책에서 배운 조선 총독부가 다스리고 있는 식민지 시대에 사는 것 같습니다.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공감하는 모습이 이 정권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국민을 기만하고 협박하고 권력으로 억압하고 있습니다.

더는 참지 못하겠습니다. 용기를 내겠습니다. 움직이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말하겠습니다. 화나면 화난다고 말하겠습니다.

저도 페이스북 자주 하는데, 페이스북이나 카페에서 뉴스 기사보고 좋아요 누르고 댓글 단다고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죽은 우리 아이들과 희생자들이 살아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행동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자는 촛불집회 하면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느냐? 오히려 이런 사건을 계기로 주동자들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묻습니다.

네 맞습니다. 솔직히 저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정당 정치만이 정치가 아닙니다. 통치와 지배, 이에 대한 복종, 협력, 저항 등 사회적 활동 모두가 정치입니다.

복종을 하던, 협력을 하던, 저항을 하던, 지금 저 배속에 갇혀있는 저 아이들과 실종자들을 구해 낼 수만 있다면. 이번 사건의 주범들과 책임자들을 응징하고 억울한 수백 명의 희생자들의 넋을 기릴 수만 있다면. 그 희생자와 유가족 모두가 대한민국 주권자이자 우리의 소중한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버린 그들의 주권을 다시 회복시킬 수만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이 사회에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는 게 목적 달성이라면.

저는 더욱더 정치적 행동을 할 것입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부디 오늘 이 자리가 단순 분노 표출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태그:#세월호, #세월호 촛불, #촛불집회, #임사성, #자유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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