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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소풍 가고 싶어요"라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갈비뼈가 무려 14개가 부러지고, 그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결국 숨지게 한 새엄마(계모)에 대해 검찰이 살인죄로 기소하며 사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이 상해치사죄를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하자 법조계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당초 울산지방검찰청은 무자비한 폭행을 저지른 비정한 새엄마 A(43)씨에게 상해와 살인 혐의로 기소하며 사형을 구형했다. 그런데 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11일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를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살인죄와 구형한 사형을 인정받기 위해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사건을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울산과 칠곡의 아동 학대사건, 법원이 입을 맞춘 듯 살인 기소에 상해치사로 판결. 형량도 15년, 10년으로 들쑥날쑥"이라며 "8살 아이를 잘못 때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인식, 이게 미필적 고의라는 건데, 법원이 국민과 자꾸만 멀어져가네요"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조수연 변호사(법무법인 청리로 대표)도 페이스북에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조 변호사는 "오늘 왜 그러죠? 소풍가고 싶다는 의붓딸을 무차별로 폭행해 갈비뼈가 14개나 부러지고 그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서 죽게 만든 울산 계모에 대해서 검찰은 살인죄로 의율하고 사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고 상해치사로만 의율해 징역 15년만 선고다"며 "울산 소녀도 칠곡 소녀와 똑같이 8살이었다. 갈비뼈가 그 정도 손상이 됐으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왜 살인죄가 아닌 법정 형량이 낮은 상해치사죄를 적용할 것일까. 재판부의 판단을 들여다봤다.

울산지법도 이번 판결에 대해 "이번 사건은 일반저인 상해나 상해치사보다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크며,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에게 적용되는 양형기준상 권고형량의 상한인 13년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했다.

A씨는 경찰조사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폭행으로 아이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사실이나,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이 범행은 피고인과 피해자 단 둘뿐인 장소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목격자가 없고,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었던 피해자의 진술은 안타깝게도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관계로 증거조사의 기회가 영원히 상실됐다"며 "따라서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의 진술을 듣되 그가 가해자라는 점을 고려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거나 축소해 진술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모든 것을 종합해 범행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한 후,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 여부가 있었는지 여부를 객관적ㆍ합리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십 분 동안 주먹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때리고 발로 몸통을 무자비하게 가격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갈비뼈가 14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갈비뼈 중 일부가 폐를 찔러 피해자가 폭행이 끝난 지 한 시간여 만에 양 폐 파열로 사망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종전에도 피고인의 폭행으로 골절상을 입은 적이 있었고, 피해자가 얼굴에 핏기가 없고 창백해진 상태로 주저앉은 후에도 피고인이 재차 폭행을 가한 사실에 비춰 보면, 피고인에게 적어도 범행 도중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정까지 일관되게 살인의 고의를 부인해 온 점, 피고인은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사소한 잘못을 빌미삼아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왔고, 사건 당일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도 종전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고, 갑자기 살해의 고의가 생겼다고 볼 만한 정황도 없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은 집에서 발생한 것으로 피고인이 마음만 먹으면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할 수도 있었으나,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피해자를 구타한 흔적은 없는 점, 피고인이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가했다고 진술했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발로 몸통을 가격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이는 부검결과에서 나타난 상해부위 및 정도와도 일치하며, 부검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의 폭행은 피해자의 몸통 측면 부위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인은 무의식적으로라도 발로 가격했을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머리와 몸통을 구분해 때린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를 폭행할 당시 출혈이나 호흡곤란 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각한 상황을 인식했으면서도 계속 상해행위에 나아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연령과 체격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이 발로 피해자의 몸통 옆 부분을 차는 행위는 흉기를 사용하거나 머리 등을 차는 행위와 비교해볼 때 일반적으로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매우 큰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도 자신의 가해행위로 피해자의 폐가 파열돼 사망에 이르게 될 것까지 인식하지는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은 1시간여 후에 피해자가 기절한 듯 욕조 안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응급조치를 하고 119신고를 하는 등 그 후의 정황에 대해 자세히 진술하고 있는데, 그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대체로 일관되고, 범행 장소인 거실 등에서는 혈흔이 발견되지 않고 욕실과 욕실 바깥부분에서만 혈흔이 발견된 점, 119에 신고한 후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한 당시 시반 및 사후강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던 점, 119신고 자료 등도 피고인의 진술에 부합해 이를 쉽게 배척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후의 행동은 살인의 고의로 피해자를 폭행한 자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도의 상해를 입을 수 있음을 인식했다고 인정되지만, 더 나아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결국 살인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해야 할 것이나,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는 상해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에도 실렸습니다. 로이슈



태그:#울산지법, #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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