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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광장의 밤풍경. 이순신 장군의 칼을 본떠 만든 조형물이 불을 밝히면서 여수밤바다의 은은한 정취를 안겨준다.
 이순신광장의 밤풍경. 이순신 장군의 칼을 본떠 만든 조형물이 불을 밝히면서 여수밤바다의 은은한 정취를 안겨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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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여수밤바다♬'..."

버스커버스커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던 노래 <여수밤바다>다. 페이스북 친구가 연결해 놓은 그 노래를 들은 뒤부터 며칠째 뇌리에서 머문다. 작년 말 갯가길의 여수밤바다 코스가 개통됐다는 소식을 들은 터여서 더 그랬다.

지난달 29일 일요일, 점심까지 챙겨먹고 느즈막이 여수로 출발했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들으며 여수의 환상적인 밤바다 코스를 맘먹고 걸어볼 생각에서다. 여수항에 닿으니 중천에 있던 해가 서쪽으로 꽤나 기울어 있다.

여수항에 우뚝 선 하멜등대. 표류생활을 하던 하멜이 고국을 향해 떠났던 그 포구에 등대가 세워져 있다.
 여수항에 우뚝 선 하멜등대. 표류생활을 하던 하멜이 고국을 향해 떠났던 그 포구에 등대가 세워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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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기념관 내부. 네덜란드 사람 하멜 일행의 3년6개월 남짓 되는 여수생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하멜기념관 내부. 네덜란드 사람 하멜 일행의 3년6개월 남짓 되는 여수생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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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기념관으로 들어갔다. <하멜표류기>로 알려진 네덜란드 사람 하멜 일행의 3년6개월 남짓 되는 여수생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기념관이 들어서 있는 자리는 하멜이 고국을 향해 떠난 포구라고 전해진다. 하멜의 표류기록은 하멜등대 부근에서도 만날 수 있다. 군데군데 안내판을 만들어 놓았다.

하멜의 이름을 붙인 기념관과 등대를 타박타박 오가는데 해가 돌산대교 너머로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 서녘 하늘이 황혼으로 물드는가 싶더니 금세 바다 너머로 떨어진다. 여수바다의 밤이 오롯이 시작된다.

여수항의 밤풍경. 이순신 장군의 칼을 본 떠 만든 이순신광장 조형물이 형형색색으로 불을 밝히고 있다.
 여수항의 밤풍경. 이순신 장군의 칼을 본 떠 만든 이순신광장 조형물이 형형색색으로 불을 밝히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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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수산시장에서 여수항여객선터미널 앞 풍경. 호젓한 밤거리가 여수밤바다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여수수산시장에서 여수항여객선터미널 앞 풍경. 호젓한 밤거리가 여수밤바다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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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갯가길의 여수밤바다 코스(7.8㎞)가 열렸다. 여수밤바다 코스는 하멜기념관 옆 이순신광장에서 시작된다. 하나씩 밝히기 시작한 불빛이 금세 형형색색으로 깜박인다. 이순신 장군의 칼을 본떠 만든 조형물의 조명도 여수밤바다의 은은한 정취를 안겨준다.

여객선터미널 맞은편에는 수산시장이 불을 환히 밝히고 있다. 수산물과 건어물을 파는 곳이다. 원유 유출사고 탓일까. 아직 이른 저녁시간인데도 한산하다.

연등천 건너편에 있는 수산물 특화시장도 매한가지다. 먹을거리를 파는 음식점만 환하다. 서대비빔밥 한 그릇 먹고 싶었지만, 여수밤바다 코스를 다 걷고 나서 저녁식사를 할 생각으로 발길을 돌렸다.

특화시장 뒤쪽에 서니 여수항과 거북선대교의 밤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대교를 밝히는 찬연한 불빛이 바다와 함께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돌산대교의 조명도 휘황찬란하다. 화려한 불빛을 좇아 내 눈의 동공이 커져만 간다. 코끝을 스치는 밤바다의 맑은 공기가 마음속까지 상쾌하게 해준다.

여수수산물특화시장에서 본 거북선대교와 여수항 야경. 거북선대교는 돌산대교와 함께 여수야경의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여수수산물특화시장에서 본 거북선대교와 여수항 야경. 거북선대교는 돌산대교와 함께 여수야경의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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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에서 본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의 밤풍경. 두 개의 다리가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다.
 팔각정에서 본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의 밤풍경. 두 개의 다리가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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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시장 앞 도로가에는 갓김치와 낚시용품을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열댓 가구가 모인 작은 마을도 지난다.

길이 돌산대교로 이어진다. 팔각정을 끼고 대교의 왼편 인도를 따라 간다. 여수항 야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둘레가 600m밖에 안되는 작은 섬 장군도의 조명이 여수밤바다를 더 아름답게 빛내준다. 둘이서 손을 잡고 나란히 걸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교를 건너 돌산공원으로 올라간다.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는 몰랐는데 오르는 길이 생각보다 가파르다. 하지만 공원에서 내려다 볼 야경 생각에 머뭇거릴 겨를이 없다. 돌산공원은 여수밤바다 야경의 으뜸 포인트다.

돌산공원 준공을 기념해 세운 돌산공원기념탑의 밤풍경. 돌산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돌산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돌산공원 준공을 기념해 세운 돌산공원기념탑의 밤풍경. 돌산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돌산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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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돌산대교와 장군도 야경. 여수밤바다 코스의 제1경이다.
 여수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돌산대교와 장군도 야경. 여수밤바다 코스의 제1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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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공원 기념탑 아래 전망대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올라있다. 저마다 탄성을 토해내며 황홀경에 젖어든다. 조금 전 건넜던 돌산대교의 불빛이 색깔을 바꿔가며 여수밤바다를 수놓고 있다. 시가지의 밤풍경을 배경 삼아 변신을 거듭하는 대교가 영화 속 배경 같다. 장군도에서 반짝이는 오색 불빛은 별들이 속삭이는 은하수 같다. 이국적인 정취에 경외감까지 든다.

사진작가들의 셔터소리가 정적을 깰 뿐이다. 연인들은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바닷가의 밤바람이 쌀쌀한데도 다들 발걸음 옮길 생각을 좀체 하지 않는다. 나도 황홀한 여수의 밤에 취해 한참을 머물렀다.

돌산공원에서 내려와 진두마을 해안길을 따라 간다. 여수항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진두마을은 돌산대교가 놓이기 전, 돌산사람들이 나룻배를 타고 여수시내를 오갔던 나루터였다. 여러 빛깔의 조명을 길동무 삼아 걸으니 거북선대교로 연결된다.

장군도 야경. 둘레가 600m밖에 안되는 작은 섬이 불을 밝혀 여수밤바다를 더 아름답게 빛내준다.
 장군도 야경. 둘레가 600m밖에 안되는 작은 섬이 불을 밝혀 여수밤바다를 더 아름답게 빛내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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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기념관 앞에서 올려다 본 거북선대교. 항포구와 어우러진 대교가 웅장하면서 아름답다.
 하멜기념관 앞에서 올려다 본 거북선대교. 항포구와 어우러진 대교가 웅장하면서 아름답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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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교각이 우뚝 선 거북선대교도 돌산대교처럼 양쪽으로 인도가 나 있다. 낮이면 오동도와 남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오른편이 좋다. 밤에는 여수항의 밤풍경을 내려다보는 왼편이 더 낫다. 대교 위를 걸으면서 시나브로 감상적으로 변하는 나를 발견한다.

여수밤바다 코스는 거북선대교 끝에서 계단을 이용해 하멜기념관과 하멜등대로 내려간다. 밤풍경과 어우러진 빨간색 등대가 낮보다 더 멋스럽다. 하멜등대에서 보는 거북선대교도 웅장하고 아름답다. 포구에는 크고 작은 어선들이 돛을 내려놓고 있다.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도 보인다.

갯가길 여수밤바다 코스는 여기서 해변을 따라 출발점이었던 이순신광장으로 간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로 시작된 콧노래도 그 사이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장은아), <추억>(이필원)까지 다양해졌다. 첫사랑 연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꿈결 같은 여수밤바다다.

여수항에 우뚝 선 하멜등대 야경. 낮에 봤던 등대와는 차원이 다른 멋을 선사한다.
 여수항에 우뚝 선 하멜등대 야경. 낮에 봤던 등대와는 차원이 다른 멋을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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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가볼만한 곳도 많다. 전라좌수영의 본관이었던 진남관이 지척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단층 목조건물로 국보 제304호로 지정됐다. 다양한 바다 이야기를 벽화로 표현한 고소동 천사(1004m) 벽화마을도 있다.

동백꽃이 활짝 핀 오동도도 지척이다. 색색의 조명과 어우러지는 오동도 음악분수도 환상적이다. 여수엑스포장에 아쿠아플라넷 여수도 있다. 만성리로 가면 바닷가 철길을 따라 달리는 해안레일바이크도 탈 수 있다.

여수항여객선터미널 앞에 설치된 여수갯가길의 여수밤바다 코스 안내판. 길을 따라 안내판이 세워져 길손을 안내한다.
 여수항여객선터미널 앞에 설치된 여수갯가길의 여수밤바다 코스 안내판. 길을 따라 안내판이 세워져 길손을 안내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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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국도 순천나들목에서 여수방면 17번 국도를 탄다. 여수산단 입구를 지나 여수교차로에서 돌산방면으로 간다. 오동도 앞에서 이순신광장으로 연결된다. 내비게이션은 여수시 이순신광장로 126.



태그:#여수갯가길, #여수밤바다, #이순신광장, #돌산대교, #하멜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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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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