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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관 <주변인과 문학>(계간지) 발행인
 김명관 <주변인과 문학>(계간지) 발행인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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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를 기준으로 <창작과 비평>(계간)을 넘어서는 게 목표입니다."

허세가 아니다. 변방에서 시작한 한 종합문예지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12월 창간호를 내자 단숨에 1000여 명의 독자를 확보했다.

최근 펴낸 '2014년 봄 호의 정기구독자는 1200여 명이다. 종합문예지 분야 베스트셀러(2위)다. 계간 <주변인과 문학>.

전국에서 발행되는 종합문예지는 대충 꼽아도 수백여 개에 달한다. 이중 작품 수준과 원고료 수준, 독자 수 등으로 거르다 보면 인정받는 문예지 수는 크게 줄어든다.

<창작과 비평> <작가세계> <문학동네> <문학과 사회> <현대 문학>… 등 권위 있는 문예지는 죄다 서울에서 발행된다. <주변인과 문학>은 경남 양산에서 발행된다. 필진과 구독자는 전국을 망라한다. 입소문을 타고 전해오는 평판도 좋다.

꽃샘추위가 한창인 때 양산으로 달려가 김명관 발행인(51)과 대면했다.

"등단 장사 안 하고 원고료 주는 문예지"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시기에 하필 계간지 창간에 뛰어 들었냐고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느리지만 또박또박 답했다.

"누구나 한 편의 시를 암송하고 따뜻한 수필을 읽으며 미소 짓고 눈물 글썽이던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밤을 밝히며 소설을 읽었지요. 삶의 기초는 문학을 통해 길러진 감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더 늦기 전에 다음 세대와 시, 수필, 소설을 읽으며 감성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왜 양산이냐고 물었다.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미친 거죠. 적자를 각오하고 덜컥 경영을 책임진다고 했어요."

김 발행인은 10여 년 넘게 <양산시민신문>(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개혁적 성향을 가진 40여 개 풀뿌리 지역신문사들의 연대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의 회장을 맡았다. 고전하고 있는 지역 언론계 상황을 감안하면 하나만 챙기기에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등단장사 하지 않고 원고료 제대로 주는 좋은 문예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변방에서 문학 활동을 하는 숨어 있는 좋은 시인, 소설가를 찾아내고 싶었죠. 마침 같은 뜻을 가진 인사들이 주변에 있더군요. 양산시민신문을 운영하는 방식 그대로 저는 경영만 책임지고 작품선정 등 편집은 8명의 편집위원이 전담하고 있어요."

창간호 속표지에는 '세계 문학사의 한 발원지, 마침내 큰 바다를 만듭니다'는 문구가 실려 있다.

"문학철 편집인이 창간 세미나에서 한 말이 예요. '한국문학의 범주를 넘어 세계문학사의 한 발원지를 형성하고 다양한 지류를 모아 마침내, 큰 바다를 만들어 내겠다'고 하더군요. 제 꿈이기도 합니다."

"'주변인'은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곳 자각한 사람"

<주변인과 문학> 봄호와 포켓시집 '항아리 속에 담긴 시'(아래)
 <주변인과 문학> 봄호와 포켓시집 '항아리 속에 담긴 시'(아래)
ⓒ 양산시민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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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지 이름을 <주변인과 문학>으로 붙인 이유는?
"우리 지역에서<주변인과 시>라는 계간 시 전문잡지가 발간된 적이 있어요. 이후 이름을 '포엠포엠'으로 바꿨어요. '주변인'이라는 말이 없어져 서운해 하던 몇몇 사람들을 모아 일을 저질렀죠.

여기서 쓴 '주변인'에는 소외받은 '변방'이 아닌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자각한 사람이란 의미가 들어 있어요. 문학에 주변이 없다는 얘기예요. 한국문학 역시 따지고 보면 서울문학이든 지방문학이든 모두 지역문학이라는 겁니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장소에서 생각하고 결국 주변인을 '중심'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거죠. 편집위원들도 '지역문학의 한 축을 맡아 한국문학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그래도 구독자 대부분은 양산 지역 사람들 아닐까?

"아닙니다. 독자들의 분포를 살짝 공개하면 서울경기가 가장 많고 다음이 강원도예요. 물론 필진은 전국입니다. 작품은 전국을 대상으로 받습니다. 지명도와 상관없이 지역문인들이 참여 해주길 바랍니다."

단숨에 구독자를 확보한 것 같지만 독자 한 명 한 명이 모여지기까지 김 발행인의 오랜 정성과 소통의 노력이 숨어 있다. 그는 1년 여 넘게 '카카오톡'을 통해 '詩(시)로 여는 아침!'을 선보이고 있다. 매일 아침 한 편의 시를 선별하고 짧은 단상과 함께 어울릴만한 노래 한 곡을 담아 수천여 명에게 보내고 있다. 이렇게 보낸 시는 김 발행인도 모르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시를 선별하고 보내는 데 매일 아침 한 시간이 넘게 시간이 걸려요. 저는 좋은 기운이 서로 통한다는 걸  믿습니다. 좋은 마음을 실어 전송 버튼을 누립니다. 그래서인지 하루만 빠져도 '왜 안 보내냐'는 문의가 쏟아집니다."

1200명 정기구독자 얻은 가려진 '비결'은?  

김 발행인의 진성성과 순수한 마음을 느낀 아침시 독자들 대부분이 <주변인과 문학> 정기구독자로 보답했다.

그의 경영 목표는 "독자가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읽는 생활 문학잡지를 만들기"다. 구독자 기준 <창작과 비평>을 넘어서겠다는 세부 목표는 이렇게 세워졌다.

김 발행인은 등단 시인이지만 등단 사실을 내세우지 않는다. 작품을 쓰고 발표하는 일 자체가 등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를 처음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그냥 막 써보다 보면 스스로 알게 된다"며 "시를 쓰는 순간 누구나 시인"이라고 말했다.

말미에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가 대답대신 최근 발행된 <주변인과 문학> 봄호를 펼쳐 보였다.

"우리 책은 좌와 우, 등단 여부를 따지 않습니다. 작가들이 좋은 글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좋은 물길(지면)을 내는 것이 우리 책이 나아갈 방향입니다"

<주변인과 문학>창간호와 봄호에는?
<주변인과 문학>창간호 표지
 <주변인과 문학>창간호 표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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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창간호(311쪽)에는 창간세미나 지상중계, 13명의 신작시,신작소설, 신직수필, 평론, 독차 마당등으로 꾸몄다. 창간호 답게 조정래 소설가와 도종환 시인 등의 축사도 들어있다.

창간세미나 소개 글에는 도전적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문학철 편집위원은 '왜 우리는 주변인과 문학을 창간하는가'를 통해 "새로운 리얼리즘과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체주의의 실험을 함께 담아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구모룡 교수의 '주변부적 시각과 문학창작의 방향'과  정훈 평론가의 '다시 쓰기의 창작 방법론'에서는 지역문학의 글쓰기 방법론을 논하고 있다.  지리산 학교에서 시를 가르치는 지리산 이원규 시인의 이야기도 읽을 꺼리중 하나다.

봄호에는 3편의 신작 소설을 비롯해 7명의 신작 수필을 실었다. 17인의 신작 시를 비롯 희곡과 동화도 접할 수 있다. 특집으로 여성소설과 신인 소설에 대한 평론을 담았다. 또 부산 잉여촌 동인, 지리산ㆍ섬진강권 문학연대, 김해 문화예술창작촌(도요창작스튜디오) 등 지역문학계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 밖에도 14명의 'CEO의 애송시 및 독자작품'을 실어 독자와의 소통면을 보다 넓혔다.



주변인과 문학 2016.겨울

주변인과문학 (월간지) 편집부 지음, 주변인과문학(2016)


태그:#김명관, #주변인과 문학, #양산시민신문, #시로 여는 아침,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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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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