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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이 내려다 보이는 공원벤치에 앉아 공사와 관련된 민원에 시달린 몸과 마음을 쉬려고 펼친 책이 귀농 이야기였다. 책 한 권으로 귀농의 꿈은 시작되었지만 실행하기까지는 5년의 시간이 더 흘러야했다. 3년 전 경남 밀양시 청도면으로 귀농한 배성영(37)씨의 고향은 밀양에서 멀지 않은 김해의 농촌이다. 지금도 부모님은 고향에서 살고 있다.

"고향으로 귀농을 하지 않은 것은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단지가 들어오면서 공장이 많아졌고 환경도 좋지 않다. 그리고 귀농을 반대한 부모님과 마을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싶었다."

손으로 무엇이든 만들기를 좋아했던 배씨는 대학졸업 후 도자기 공예 작가인 사촌형을 찾아가서 도자기 공예를 배우려고 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뒷받침이 안 되는 예술가의 삶보다는 대학에서 배운 전공을 살리라는 조언을 듣고 부산에 있는 건설회사에 입사를 했다. 건설현장 관리자로 7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두 번만 쉴 정도로 바쁜 생활과 민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또 각종 안전사고를 보면서 귀농에 대한 결심은 더 확고해졌다.

정착할 곳을 결정할 때까지는 컨테이너에서 생활한다.
 정착할 곳을 결정할 때까지는 컨테이너에서 생활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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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에 살지만 행복해

농사기술보다는 귀농인으로서 삶의 철학을 먼저 배우려고 귀농학교에도 다니고 관련 책들을 찾아서 읽으며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나무를 좋아한다는 배씨는 최종적으로는 숲을 이루는 휴양림을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땅을 구하게 되면 10년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어서 키우겠다는 것이다. 현재 머무는 밀양은 최종 정착지가 아니라서 농장에 컨테이너를 갖다놓고 생활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편리한 생활을 할 수가 없는 컨테이너를 보고는 놀라며 측은하게 생각한다. 겨울에는 조금 불편하지만 만족한다. 오히려 꽉 막힌 도시에서 편리함만을 찾는 사람들이 더 안타깝다."

3년 전 밀양으로 귀농할 때 배씨와 같은 삶의 철학에 동의하는 친구 두 명도 같이 왔다. 각자 2천만 원씩 보태서 6천만 원으로 과수나무가 있는 농장 5백평과 밭 2천평을 얻어서 비닐하우스 시설을 하고 각종 농기계를 준비하는 등 정착준비를 마쳤다. 농사기술을 배우러 농업기술센터에 다니면서 첫 해는 상추와 방울 토마토를 심었지만 농사에서 수익은 없었다.

"이곳은 청양고추와 깻잎이 주요 생산품목이다. 지역의 특성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일반적인 생각으로 농사를 시작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 공판장에 출하한 상추는 포장비용은 고사하고 품을 산 인건비가 내 주머니에서 나갔다. 그나마 방울 토마토는 가격이 괜찮다고 봤는데 농자재 비용과 인건비를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귀농 첫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지만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 한 명은 농사로  돈 벌기는 힘들겠다며 다시 도시로 돌아가 직장을 다닌다. 지금은 주말에 가끔씩 내려와 일손을 도우며 때가 되면 다시 내려올 생각도 하고 있지만 배씨가 안정된 수익을 내야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3년차 귀농인 배성영 농부
 3년차 귀농인 배성영 농부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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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는 토마토 농사 즐거워

귀농 두해째인 작년에는 방울토마토와 항암성분이 많다는 기능성 쌈배추를 키웠다. 지역 특산물인 고추와 깻잎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관리가 많이 필요한 작물이라 신경을 써야 하는 일도 많고, 일손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제 때에 수확을 못했다. 결정적으로 마음이 가지 않아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방울 토마토는 마음을 움직였고 일년에 두 번 이모작을 하고 있다.

귀농할 때부터 친환경농업으로 작물을 키우겠다는 결심을 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비싸더라도 유기농 인증을 받은 퇴비와 미생물(효소)로 농사를 짓는다. 그러나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은 공판장에서는 오히려 최저가격의 표적이 되었다. 모양이 미끈하고 큰 농산물들 사이에서 무농약 농산물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농산물 판매는 공판장보다는 주로 블로그와 소개로 알게된 사람들과 직거래를 한다. 제 값을 못 받더라도 공판장에 넘기면 수월하겠지만 배씨는 느리더라도 자신의 농산물을 알아주는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봄,가을 이모작으로 농사를 짓는 방울토마토
 봄,가을 이모작으로 농사를 짓는 방울토마토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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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으로 키운 무농약 방울토마토
 친환경으로 키운 무농약 방울토마토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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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농사작황은 좋았지만 가격은 전반적으로 떨어져서 기대만큼의 수익은 올리지 못했다고 한다. 여전히 비닐하우스에 투자해야 할 시설이 있어 벌어들이는 돈보다 지출하는 비용이 더 많았다. 겨울에는 난방에 필요한 전기시설을 하느라고 천만 원을 들이기도 했다. 통장 잔고가 줄면서 생활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몸에 밴 도시의 소비생활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 3년차. 이제 농사에 갖출 것은 다 준비했다. 열심히 농사를 짓기만 하면 된다며 제대로 된 농산물 가격만 받쳐 준다면 농사가 즐거울 것 같다는 배성영씨. 주문이 들어온 방울토마토와 쌈배추를 택배 발송 시간에 맞추기 위해 포장을 하는 손길이 바빠졌다.

덧붙이는 글 | 아침의 숲 농장 블로그 http://blog.daum.net/ostbsy



태그:#방울토마토, #귀농, #컨테이너, #직거래,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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