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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 산호세(San Jose)에 있는 '열린학교(Open Community School)'는 현직 수학 선생님 등 여러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매주 토요일 운영된다. 수학, 과학, 한국역사, 한국음악들을 이민 2-3세 중학생 40여 명과 나누는 학교이다.

 라디오의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현장에서 직접 라디오를 만들어서 청취하는 수업
▲ 퀄컴의 엔지니어인 최종훈박사의 강의 라디오의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현장에서 직접 라디오를 만들어서 청취하는 수업
ⓒ 김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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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실들을 통해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실질적인 지식으로 키우는 지적 놀이터를 목표로 한다. 각 분야마다 전문적인 교사가 있지만 '열린학교'라는 이름 그대로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의무이지 권리이다.

이 학교의 모든 수업이 특이하지만 그 중에서도 과학수업은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들 것이다. 과학은 매 주마다 과학강의, 그 강의와 관련된 실험수업 그리고 외부전문가 강의 순서로 돌아간다. 이런 식이 전부라면 별로 특이한 것도 없을 것이다.

지적 놀이터의 위기를 여러 사람의 헌신과 지혜를 모아 기회로 만들다. 한국음악 수업을 오랫동안 진행하던 선생이 부득이하게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일이 생겼고, 또한 과학수업을 책임지던 선생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열린학교가 어려움에 봉착했다.

아이들이 뉴턴의 운동법칙을 놀이로 실험하고 있다.
▲ 과학실험수업 아이들이 뉴턴의 운동법칙을 놀이로 실험하고 있다.
ⓒ 김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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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업을 총 책임지는 교사인 이기환 박사는 현재 LA에 살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분들은 잘 감이 없겠지만 LA에서 실리콘밸리인 이곳 산호세까지는 차로 꼬박 6시간 이상을 운전해야 하는 거리이다.

이렇게 된 사연은 그가 이 지역에 있는 나사(NASA)에서 LA에 있는 보잉 사(社 )로 6개월 정도 전에 회사를 옮기는 바람에 부득이 자원봉사를 위해 모든 주말을 완전히 이 학교를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상한 가장이 되고 만 것이다.

다행히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과학수업에 자원봉사로 합류했다. 그래서 그는 3주에 한 번만 장거리 운전을 하면 되어서 그의 아내나 아이에게 약간의 체면은 서게 되었다. 그는 3주마다 한 번씩 과학강의만 하고 실험과 외부전문가 수업은 컨셉트만 잡아주면 다른 선생님들이 책임적으로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IT 기업에 다니는 김영재 박사의 강의, 통신이론에 대해서 강의하고 있다.
 IT 기업에 다니는 김영재 박사의 강의, 통신이론에 대해서 강의하고 있다.
ⓒ 김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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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수업은 전광표 선생이 전담을 하고, 필자나 학부모들이 실험을 도와준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IT회사의 다니는 실력있는 엔지니어로, 이기환 선생의 과학강의를 도와주면서, 그와 같이 수업과 연관된 실험 계획을 세우고 아이들과 함께 실험을 이끌어간다.

실험 수업은 말 그대로 지적 놀이터이다. 실험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없고 야외에서 놀이와 결합되어 진행된다. 아이들은 그룹을 지어서 과학과 관련된 놀이를 신나게 하고 교실로 돌아와 그 결과를 같이 발표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3주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외부 강사수업은 아마 세계 어디에서도 없는 형태일 것이다. 실리콘 밸리라는 특성상 이 지역은 연구를 하거나 애플, 구글 등 IT업체에서 근무하는 인재들이 많은 곳이다. 그들의 다양한 전문성과 회사에서의 산 지식을 자라나는 우리 2세들에게 전해주는 다아내믹한 수업이 바로 외부강사수업이다.

실리콘밸리형성 과정에서 작동한 과학적 사고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 물리학 석사로 하이닉스에서 근무하는 김학수씨의 강의 실리콘밸리형성 과정에서 작동한 과학적 사고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 김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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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전문가들이 아무런 조건없이 황금같은 주말을 헌신하는 것이다. 때때로 이 지역에 있는 스탠포드나 버클리 학생들이 강의를 하기도 한다.

필자가 외부강사 섭외를 책임지고 있는데 이런 외부강사들이 처음에는 대부분 강의하는 것을 거절한다. 그들의 지식을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의미는 동의하나, 아이들이 거의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강의를 해본 경험이 전혀 없거나, 너무 오래 되어서 선뜻 나서지를 못한다.

그러나 일단 한번 강의를 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 그들이 더 적극적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이 실제로 산 지식이 되어가는 것을 경험하면서, 강의의 부담을 충분히 넘어서는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지 비슷하겠지만 교통비조차도 지원되지 않는 순수한 자원봉사로만 이루어지는 열린학교같은 사업은 여러가지 이유로 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땅에서 우리의 2세, 3세들이 밝고 건전하게 그리고 실력있는 아이들(Korean American)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민 1세들의 아픔을 되돌려주지 않으리라는 소박한 꿈들이 모여 참교육의 현장으로 척박한 미국땅에 자리잡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열린학교 홈페이지: http://www.opencommunityschool.org/



태그:#산호세, #열린학교, #열린모임, #열린사람좋은세상,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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