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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되면 전국엔 매화·목련·개나리·진달래·벚꽃·산수유 등 화사한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벚꽃이 절정에 이르는 4월이면 벚꽃이 만개해 여의도 벚꽃축제, 진해 군항제를 비롯한 각종 꽃축제가 열린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따뜻한 햇살을 느끼다보면 어느새 봄에 취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봄의 전령사인 꽃을 기다리는 것 같다.

하지만 꽃가루가 대기환경과 기후변화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최근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라이다를 이용해 대기 중 꽃가루 연구를 진행한 결과 꽃가루가 대기환경 및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꽃가루란 종자식물의 수술의 화분낭 속에 들어 있는 꽃의 가루다. 보통 꽃식물의 꽃밥 속에 생기는 세포로 화분(花粉)이라고도 한다. 꽃가루는 너무 작아서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꽃가루, 지상 2km까지 올라가... 기온 따라 확산에 차이

이번 연구는 대기 중 꽃가루 연구를 통해 꽃가루가 대기환경 및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임을 보기 드물게 규명한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김영준·노영민 교수팀과 영국 허트포드셔(Hertfordshire) 대학의 뮐러 교수가 꽃가루와 대기환경에 관한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이는 기상청의 기상지진기술개발사업과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공기 중으로 확산되는 꽃가루는 알레르기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 등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독성과 꽃가루 발생량 증가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꽃가루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꽃가루 입자의 현미경 사진 (a:소나무 b:참나무 c:자작나무 d:느릅나무) <자료=광주과학기술원>
 꽃가루 입자의 현미경 사진 (a:소나무 b:참나무 c:자작나무 d:느릅나무) <자료=광주과학기술원>
ⓒ 광주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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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연구팀은 나무에서 자연 방출되는 꽃가루의 크기와 형태가 대기 중 미세먼지와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에 착안해 미세먼지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라이다를 활용해 꽃가루의 대기 중 확산·분포를 관측해 연구했다.

연구를 진행한 노영민 교수는 "처음부터 꽃가루를 연구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는 대기 중의 에어로졸·황사·미세먼지 등을 라이다를 통해 관측하다가 못 보던 입자들이 관측돼 오류인 줄 알았지만 그게 바로 '꽃가루'였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다로 관측 했을 때 이 꽃가루들이 일정하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기온에 따라서 분포하는 양상이 달랐다"며 "이를 보고 꽃가루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연구결과 꽃가루 입자들이 대부분 도심에서 시민들의 활동영역인 고도 1.5~2.0km 이하의 대기 하층에 분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교적 기온이 낮은 오전에는 지표면에서 가까운 대기 중에서만 관측됐지만 정오경에는 가장 높은 고도까지 꽃가루가 확산·분포됐다. 즉 이번 연구를 통해 꽃가루가 최고 지상 2㎞까지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4~5월에 참나무와 소나무 등에서 발생하는 꽃가루를 관측해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를 예보하고 있지만 대기 고도에 따른 꽃가루 분포도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노 교수는 "봄철에 꽃가루가 발생한다는 것은 알지만 대기 중에서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 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며 "관측 결과 오전 8~9시 경에는 지표면과 가깝게 분포했고 기온이 오르는 낮 12~2시 사이에는 높은 고도까지 확산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꽃가루가 기온의 영향을 받아 기온이 오를 때 상승기류를 타고 대기 중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꽃가루는 대기의 광학적 환경변화에 영향 요인"

이번 연구를 통해 꽃가루가 대기 중에 확산됐을 때 어느 정도까지 대기 혼탁도에 영향을 주는지도 밝혀졌다.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둥근 모양을 보이는 미세먼지와 달리 꽃가루는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를 보이는 점에 착안해 꽃가루와 미세먼지를 광학적으로 구분해 꽃가루의 광-소산계수(light-extinction coefficient)를 산출했다.

광-소산계수는 대기의 광학적 혼탁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광학적 두께(optical depth)를 산출하는 요소를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 산출된 꽃가루의 광-소산계수로부터 꽃가루만의 광학적 두께 산출이 가능함을 확인한 것이다.

산출된 값으로부터 꽃가루와 미세먼지를 포함한 전체 대기 광학적 혼탁도에서 꽃가루가 최대 30%까지 대기 혼탁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더불어 꽃가루가 빛 산란으로 대기온도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 교수는 "햇빛 등이 물질에 부딪히면 빛이 산란되기도 하고 입자에 흡수되기도 한다"며 "꽃가루 자체가 기온을 높이거나 낮추지는 않지만 빛이 꽃가루 입자를 만나 산란되면 지표면에 도달되는 빛의 양이 변해 기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광주지역에 국한돼 연구를 진행했지만 이번 연구는 꽃가루의 대기 중 확산과 분포에 대한 연속적인 자료를 산출한 첫 연구결과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4~5월에 발생하는 꽃가루 예보의 정밀도를 기해 국민보건위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 교수는 "꽃가루가 대기의 광학적 환경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한 만큼 알래스카·캐나다·스칸디나비아·시베리아와 같은 북반구 삼림지역에서 발생하는 높은 농도의 꽃가루 배출량이 지구의 대기 온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기환경분야 학술지 에트머스페릭 케미스트리 앤 피직스(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와 에트머스페릭 인바이런먼트(Atmospheric Environment)에 게재됐다. 또 주요 과학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유레카알러트(EurekAlert)'에 영문과 독문으로 동시 소개됐다.

꽃가루, 대기환경과 건강에 부정적 영향

봄철 꽃가루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수목류인 오리나무 ⓒ기상청
 봄철 꽃가루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수목류인 오리나무 ⓒ기상청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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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교수에 따르면 꽃가루의 입자는 초미세먼지(PM2.5) 입자보다 커서 호흡기에서 걸러진다. 때문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적다고 한다. 하지만 대기를 탁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연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꽃가루가 대기 혼탁도의 최대 30%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알레르기 질환자들에게는 꽃가루의 농도가 높을수록 알레르기 반응이 자주 일어난다. 알레르기성 질환은 알레르기성 체질인 사람이 원인 물질과 접촉할 때 나타나는 질환인데 꽃가루알레르기는 꽃가루가 원인이 되는 질환을 말한다. 집 먼지나 진드기 등 집안에 있는 항원과의 차이점은 증상이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계절에 발생하거나 악화된다는 점이다.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꽃가루는 대부분 풍매화(風媒花·바람에 의해 수분이 되는 꽃)의 꽃가루다. 봄철에 코와 기관지로 들어와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되는 종류의 꽃가루를 생산하는 나무는 오리나무·소나무·느릅나무·자작나무·단풍나무·버드나무·참나무·일본삼나무 등이 있다.

꽃가루알레르기 증상은 기관지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등으로 나타난다. 기관지천식이 있는 경우에는 외출 시 기침·가래·천명·호흡곤란 등이 발생한다. 비염이 있는 경우에는 재채기가 나고 맑은 콧물이 흐르고 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라이다란?
▣ 라이다(LIDAR·LIght Detection And Range)는 바람과 함께 먼지·연기·에어로졸·구름 입자 등의 존재와 이동을 측정하기 위한 원격탐사 장비다. 가시광선이나 적외선의 레이저 광선이 광원으로 사용된다. 라이다에서 방출된 레이저광의 펄스는 떠다니고 있는 입자에 의해 후방 산란되고 이 산란된 펄스가 지상관측소에서 수신된다.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꽃가루, #대기환경, #기후변화, #대기온도, #빛의 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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