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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인해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민은행 소공동지점은 카드를 해지하려는 고객들로 가득하다.
▲ '국민카드' 해지하는 시민들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인해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국민은행 소공동지점은 카드를 해지하려는 고객들로 가득하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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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2일 오후 9시 10분]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주요 임원들이 자사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연예인들을 초청해 수 억 원대의 내부직원 위로 행사를 개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1150만 명이 넘는 국민은행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상황에서 사태 수습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측은 "국민카드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이번 행사와는 별개"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KB국민카드에서 유출된 고객 개인정보 규모가 롯데·NH농협카드의 2배에 달하는 것은 국민은행 개인정보가 함께 유출됐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책임을 지고 사태해결에 나서야 할 이건호 은행장 등은 연예인 초청 위로 행사 다음날 사의를 표명했지만, 오히려 "금융당국의 면피용 아니냐"는 뒷말만 남겼다.

"예정된 행사 축소 진행... 계열사이긴 하지만 우리도 곤혹"

국민은행은 지난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2014 전국부점장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경까지 열린 이 행사에는 이건호 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과 전국 은행 지점장, 직원 등 1800여 명이 참석했다.

이건호 은행장이 일선 지점장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올해 경영전략 방향에 대한 추진 과제를 설명했다. 업무평가 우수 임직원에 대한 포상도 진행됐다. 본 행사 이후 가수 아이유를 비롯해 재즈밴드 판도라, 뮤지컬 배우 최정원, 쏘냐 등 연예인들의 초청 공연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유명 연예인들의 공연에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하는 등 행사는 열띤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장소 대여료 및 식사비 등을 감안하면 행사비용은 최소 수 억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민은행에서 1150만 명이 넘는 개인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등 '카드 대란'이 예고된 상황에서 굳이 이런 내부 행사를 강행했어야 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은행 경영진이 이번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KB금융그룹이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행사가 있기 12일 전인 1월 6일이었다. 당시 KB금융그룹은 검찰 수사 진행 과정에서 자사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최초 인지하고 다음날인 7일 임원 비상 TFT 및 종합상황실을 가동했다. 또한 17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조회 서비스를 가동했고, 이틀 만에 142만여 명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고객들의 불안감이 폭발했다.

그룹 전체가 비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국민은행은 연예인까지 초청해 내부 직원 위로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측은 22일 "오래전부터 예정된 행사여서 안 할 수는 없고, 분위기가 그렇다보니 축소해서 진행했다"며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행사는 별개로 봐 달라"고 해명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1년 동안 지점장들과 직원들이 열심히 해서 성과를 올린 것에 대해 치하하고 격려해주는 행사였다"며 "기존에 7시간 하던 행사를 4시간으로 단축했고, 저녁 만찬도 안 하고 점심도 도시락으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국민카드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이번 행사와는 별개"라며 "계열사이긴 하지만 우리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라고 항변했다.

국민카드 정보 유출 고객 4명 중 1명은 카드 없는 은행 고객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사의 역대 최대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롯데카드 임원단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카드 3사의 기자회견에서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허리숙여 사과하는 롯데카드 임원단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사의 역대 최대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롯데카드 임원단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카드 3사의 기자회견에서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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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융지주 계열사 간에는 고객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은행의 이같은 해명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9일 공개한 카드사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1억580만 건 가운데 국민카드는 4000만 건으로, 롯데와 NH농협카드에 비해 2배나 많았다. 국민카드의 고객 정보 유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것은 2011년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때 가져온 은행 자료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 보는 "계좌가 국민은행으로 연결되면서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고객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카드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된 고객은 432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중 현재 카드 회원은 950만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3370만 명 중 1150만 명은 카드가 없는 국민은행 고객이었다. 국민카드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된 고객 4명 중 1명은 카드가 없는 국민은행 고객인 셈이다.

지난 19일 이건호 은행장과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 등 KB금융지주 임원진이 일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심 사장은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인해 고객님의 오랜 믿음과 사랑에 깊은 상처를 드린 데 대해 대표이사로서 부끄럽고 죄송하기 짝이 없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취임 6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한 이건호 은행장은 현재까지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계열사 임원들의 사의 표명은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고객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안감만 더 조장시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카드사가 개인정보 유출 조회 서비스를 가동한 이후, 국민은행 각 지점에는 주민등록번호, 결제계좌, 신용등급 등 민감한 개인정보의 유출을 확인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24일까지 본점 인력 1000여 명을 영업점에 투입, 카드 재발급 업무를 돕기로 했다. 고객들은 "뒷북 대응"이라고 성토했다.


태그:#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개인정보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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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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