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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빠빠. 아빠, 아빠, 아빠!!"

3살 은지(가명)는 고사리 손으로 화장실 문을 두들기며 아빠를 불러댔다. "잠깐만 기다리라"는 아빠의 부탁에도 애타게 아빠를 찾는 은지. 아빠가 잠깐 작은 방에 들어가면 쪼르르 따라 가고, 엄마가 옆에 있어도 '아빠 찾아 삼만리'를 멈추지 않는다.

"둘째가 태어난 후에는 저를 더 많이 찾아요. 10초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요. 엄마랑 같이 있는데도 저를 찾으며 우니까, 애기 엄마가 서운해하죠."

은지의 무한 '아빠사랑'이 행복한 아빠 정우열(35)씨지만, 아내에게는 괜스레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가 이토록 은지의 사랑을 독차지 한 이유는 확실했다. 은지가 태어난 지 3개월 되던 2012년 7월부터 2013년 2월까지 7개월간 엄마 대신 은지 키우기에 전념하면서 은지와 뜻깊은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은지의 똥 기저귀를 갈아주고 이유식도 직접 만들어 먹이며 모유수유 말고는 다 해본, 육아하는 아빠 '육아빠'다. '유은정의 좋은클리닉' 부원장이자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의 저자, 그리고 인기 블로그 '육아빠' 운영자인 그를 지난 14일 서울 도곡동 자택에서 만났다.

모유수유 빼고 모든 게 가능한 아빠육아

 육아하는 아빠인 '육아빠' 정우열(35) 씨와 딸 은지(3·가명)가 함께 그림을 그리다, 은지의 얼굴에 펜이 묻은 게 재밌는지 신나게 웃고 있다. 정우열 씨는 7개월 간 은지를 직접 키우며 모유수유 빼고는 모든 육아 과정을 경험했다.
 육아하는 아빠인 '육아빠' 정우열(35) 씨와 딸 은지(3·가명)가 함께 그림을 그리다, 은지의 얼굴에 펜이 묻은 게 재밌는지 신나게 웃고 있다. 정우열 씨는 7개월 간 은지를 직접 키우며 모유수유 빼고는 모든 육아 과정을 경험했다.
ⓒ 이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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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아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은 제가 육아를 한다는 것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죠. 부성애라고 할까요? 은지가 태어난 모습을 보고 내가 저 아이를 책임져야겠다, 잘 돌봐주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강하게 들더라고요."

정씨는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하던 때를 회상했다. 은지를 낳을 즈음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던 정씨는 아내와 함께 은지를 키웠다. 이후 출산휴가 3개월이 끝난 아내의 복직을 앞두고 '내가 한번 키워볼까?'는 큰 결심을 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씨는 첫돌 전까지가 부모와의 애착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은지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었다.

"아내의 복직 하루 전,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 아이를 볼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막상 은지와 둘이 남겨지니 의외로 괜찮더군요. 흔히 말하는 '100일의 기적'이 은지에겐 빨리 왔어요. 나 혼자 육아를 한 날부터 은지가 밤에 거의 깨지 않고 잘 잤거든요. 그러니 육아에 자신감이 생겼죠."

아이를 키우면서 별 어려움이 없었다는 정씨. 의외의 걱정거리는 아내였다. 아이를 집에 두고 출근하는 엄마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아이가 보고 싶어 일 끝나기 무섭게 퇴근한 아내는 아빠에게만 찰싹 달라붙은 아이의 모습을 보며 힘들어했다고. 서운해 하는 아내를 헤아리는 일도 정씨의 몫이었다.

그런 정씨에게도 위기는 왔다. 은지를 본지 한 달이 되던 때, 반복되는 일상에 육아우울증이 찾아온 것이다. '내가 왜 애를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매너리즘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결국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바로 외출, 무조건 나가는 것이었다. 

정씨는 "아침은 집에서 먹고 점심은 밖에서 먹자고 정했다. 은지를 데리고 백화점, 키즈카페, 미술관, 공원, 예술의 전당 등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아이는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아빠는 은지가 잠잘 때를 노려 혼자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정우열 씨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아이의 행동에 반응해주는 것을 잊지 않는 열혈 아빠였다. 아이를 키운 이야기를 전하는 정 씨의 얼굴이 밝다.
 정우열 씨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아이의 행동에 반응해주는 것을 잊지 않는 열혈 아빠였다. 아이를 키운 이야기를 전하는 정 씨의 얼굴이 밝다.
ⓒ 이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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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육아는 태교 때부터...

최근 들어 아빠의 육아 참여도가 높아짐을 느끼는 정씨. 정씨는 "예전에는 키즈카페에 아빠가 간다는 것 자체가 드물었는데 요즘에는 아빠 혼자 오는 경우도 많아지더라"며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면 아내가 쉴 수 있고 당연히 부부관계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아빠도 성장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씨에겐 육아우울증 경험 자체가 성장이었고, 세상의 엄마들을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아이의 반응을 살피고 아이를 기다려주는 인내심도 생겼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정씨는 은지의 행동 하나 하나에 환호하고 박수치며 관심을 놓지 않는 아빠였다.

정씨는 아빠육아의 시작은 '태교'부터라고 강조했다. 아내와 입덧까지 같이 한 정씨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교 동화를 읽어주고 어색해도 자상한 하이톤으로 말을 걸어주면 아기가 태어난 후에도 늘 하던 대로 지속할 수 있다. 임신했을 때 습관을 잘 들여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응도 없는 뱃속 아이에게 음성 변조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책 읽어주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때 아내의 따뜻한 칭찬이 가미되면 아빠는 육아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아내의 칭찬이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남자는 잘했다, 잘했다하면 더 잘하게 돼 있어요. '남편에게 애를 맡기면 TV만 보여주고 군것질만 시켜서 못 믿겠다'는 경우도 있는데, 간섭하지 말아야 애를 볼 수 있습니다. 아빠도 처음엔 어색해서 TV를 틀지만, 나중엔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보여주고 먹여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불안해도 일단 믿고 맡기는 게 중요해요."

아빠가 엄마보다 잘하는 육아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아빠는 아이와 활동적인 놀이를 하는 데 탁월하다. 뒤집고 던지고 야외활동 하는 건 아빠에게 맡기면 된다. 힘이 세니, 아이 목욕도 잘한다. 은지가 어릴 때는 싱크대에서 목욕을 시켰다는 정씨. "목욕만은 꼭 아빠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빠육아의 또 다른 장점은 아이를 주도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정씨는 "소위 아빠들이 하는 '방목육아'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기회를 준다. 밥 먹을 때도 엄마는 먹여주고 깨끗하게 하려고 하지만, 아빠는 아이가 손으로 먹든 흘리고 먹든 간섭하지 않는다. 아빠의 방목육아는 결국 아이의 독립심과 자존감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귀띔했다.

"아빠육아는 아빠 자신에게 제일 좋아"

 정우열 씨가 거실 블라인드 뒤에서 놀고 있는 세 살배기 딸 은지(가명)를 들여다보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정우열 씨가 거실 블라인드 뒤에서 놀고 있는 세 살배기 딸 은지(가명)를 들여다보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 이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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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최근 둘째 진중(가명)이까지 태어나면서 육아 부담이 배로 늘었다. 동생의 탄생에 위기감을 느낀 은지는 아빠 껌딱지가 됐다. 정씨는 "내가 아빠라 둘째에게 모유수유를 안 해도 되니 그나마 동생에게 질투를 덜 느낀다"고 안심하며 웃었다.

은지는 '어린송아지가 부뚜막에 앉아 울고 있어요~ 엄마아~ 엄마아 ~ 엉덩이가 뜨거워 ♬'라는 가사의 '어린송아지' 노래를 열창할 때도 '엄마아~' 대신 '아빠아~'를 외쳤다. 그런 은지의 모습에 늘 웃음꽃이 필 수밖에 없는 정씨다.

"제가 육아한 이야기를 갖고 괜히 남편들을 들들 볶는 건 역효과예요. 아빠육아는 자기 상황에 맞춰서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기러기 아빠, 주중에 야근하는 아빠 등 굉장히 다양한데, 똑같이 적용하라는 건 말이 안 되죠. 각자의 아빠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됩니다."

정씨는 한국 아빠들에 맞는 아빠육아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 '주말대디'(http://cafe.naver.com/weekend6a)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평상시 육아에 참여하거나 참여할 수 없는 아빠들 모두가 주말에 모여 아이랑 같이 놀자는 의미에서 만든 것. 지난 주말 키즈카페에서 아이들과 함께 조촐한 '주말대디' 모임을 가진 6명의 아빠들은 서로의 육아를 공유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만 보여주는 은지의 웃음을 보면 정말 행복합니다. 아이를 많이 본 아빠만의 특권이 있죠. 아빠육아의 장점은 무엇보다 아빠 자신에게 좋다는 겁니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 보통 아빠들은 아이와 멀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이 순간, 아이와 가족과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면 결국 미래에는 행복으로 돌아옵니다."

은지는 아빠가 "안아줘"라고 말하자 쏙 안아주고 뽀뽀까지 덤으로 해줬다. 아빠가 아픈 척을 하면 작은 입으로 "호~~" 불어주기도 했다. 쪼르르 아빠를 따르고 심지어 엄마를 불러야 하는데 '아빠'가 버릇이 돼서 "아빠"라는 말부터 나오는 은지. 이게 정씨가 말하는 아빠육아의 특권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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