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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 윤길자씨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형집행정지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영남제분 류모 회장이 지난 9월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 윤길자씨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형집행정지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영남제분 류모 회장이 지난 9월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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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선수 장미란씨와 역도인들이 소위 여대생 청부 살해범의 남편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나는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으로 있었으며 '여대생 청부살해범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때문에 누구보다 사건의 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당시에도 재벌가 사모님을 수사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수사에 대한 직접적인 외압은 없었지만 여기저기서 수사를 무마하려는 크고 작은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 살인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팀은 해외로 원정까지 가서 어렵게 체포에 성공했다.

하지만 범인을 잡고 나서도 청부살해를 밝혀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돈과 권력의 힘이 실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헌신적인 경찰의 노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힘겨운 싸움이었다.

경찰을 퇴직해 사인(私人)이 된 후에도 소위 말하는 '영남제분 사모님'사건을 보면서 명치끝이 아릴 정도로 화가 났다. 죄의 심판은 공평해야 한다. 돈이 있다 해서, 권력이 있다 해서 법의 심판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법치가 아니다. 법의 공정한 심판을 믿고 일선 현장에서 죄를 좇고 있는 경찰들은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을 때마다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큰 비애를 느낀다.

역도 국가대표 장미란 선수
 역도 국가대표 장미란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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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장미란씨와 역도인들이 탄원서를 제출한 이유가 "류원기 회장이 역도인을 위해 애써왔다"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과 사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역도인을 위해 애를 쓴 것과 지은 죄를 단죄하는 일은 아무 상관이 없다. 새마을운동에 앞장섰다고 해서 유신 독재로 수많은 인권을 유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죄가 없어지지 않는다. 88올림픽을 유치했다고 해서 5·18 광주학살을 일으킨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죄를 사면할 수 없다.

죄는 지은 사람이 지은 만큼 정확하게 벌을 받아야 한다. 죄의 무게가 공평한 나라가 진정한 법치국가다. 위정자들이 말하는 법치란 국민에게 적용되는 것처럼 법을 집행하는 권력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할 덕목이다. 돈과 권력으로 법을 농단하면서 힘없는 국민에게만 강요된 법을 지키라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제대로 된 법치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법치다.

* 장미란씨는 탄원의 내용은 몰랐고 탄원서에 이미 역도협회 임원들의 서명이 있어 단순히 역도협회를 위하는 일이라고 여겨 서명을 했다고 한다. 협회의 부탁을 뿌리치기 힘든 장미란씨의 상황이 이해가 간다. 다만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공인인 장미란씨를 이용해 재판에 유리한 서명을 받아낸 역도협회는 그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태그:#장미란, #박종수, #중랑사랑, #영남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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