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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한 여성이 18세 연상의 재력가 유부남과의 내연관계에서 임신을 하자 낙태를 요구 받는다. 여성이 낳아 키우겠다고 하자 남성은 낙태를 조건으로 50억원을 건넸다. 결국 낙태를 하자 재력가는 '협박으로 돈을 갈취했다'며 여성을 공갈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혼 후 독신으로 지내 온 A씨는 2005년경 등산모임에서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재력가 B씨를 알게 됐다. 당시 A씨는 30대 중반이었다. 두 사람의 나이는 18세 차이가 났지만 내연관계로 발전했고 5년 동안 관계를 유지하면서 매월 1~2회 정도 성관계를 맺어 왔다.

낙태 사실 확인되자, "협박으로 돈 갈취했다" 고소

두 사람은 임신을 원치 않았지만, A씨는 2008년 11월 B씨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이를 B씨에게 말하지 않은 채 프랑스에 간다고 했다가, 결국 2009년 1월 문자메시지를 통해 B씨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B씨는 A씨를 불러 "중국에 있는 병원을 알아봐 줄테니 아이를 지우라"며 일방적으로 낙태를 요구했다. B씨는 지인인 변호사를 만나 임신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상담하기도 했다.

변호사의 조언을 들은 B씨는 지인 J씨를 중개인으로 내세워 A씨가 돈을 요구하는지 동태를 살피게 했다. J씨는 2009년 1월 A씨를 만나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J씨는 A씨에게 낙태를 요구했다.

A씨는 중개인을 내세운 B씨에게 화가 났다. 이에 돈을 요구한 바 없던 A씨는 2009년 2월 계속된 낙태 종용에 화가나 J씨에게 "그럼 100억원을 줄 수 있냐"라며 "아이를 낳겠다"고 말했다. 이후 낙태 요구를 수락하는 조건을 협의해 오는 J씨에게 A씨는 "50억 원 정도면 낙태하겠다"고 말해 합의했다.

그런데 금액을 더 낮추려고 시도하던 J씨는 "애를 낳더라도 평생 동안 돌아보지 않겠다. 애를 낳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말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아이를 낳아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2009년 3월 초 50억 원이 지급됐고, A씨는 곧바로 낙태를 했다. 그런데 B씨는 낙태 사실이 확인되자 "헤어지자는 말을 듣게 되자 몰래 아기를 임신해 자신의 사회적 명성과 경제력을 이용해 자신과의 내연관계 및 임신사실을 가정과 사회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한 것"이라며 A씨를 고소했다.

이로 인해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공갈)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 "피해자에 대한 좋은 감정 때문에 아이 가졌는데..."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먼저 돈을 조건으로 낙태를 요구하기 전까지는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돈을 요구하지 않은 점, 수년간의 교제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좋은 감정 때문에 아이를 가졌는데 갑자기 돌변해서 끊임없이 낙태를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돈을 제시하는데 대한 치욕감과 배신감 때문에 결국 낙태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소가 전혀 불합리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공소사실에서 협박의 내용으로 들고 있는 '아이를 낳아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피고인의 발언 취지는, 낙태를 목표로 이루어진 협상에서 합의금이 도출된 이후에 피해자가 다시 합의금을 조정하려고 하자 중개인 역할을 하던 J씨와의 말다툼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서 우발적으로 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18세 연하 독신 여성인 피고인과 오랜 기간 내연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혼외자의 출생을 회피하고 오로지 성적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피고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던 피해자가, 원하지 않던 피고인의 임신 및 출산에 따를 수 있는 명예의 실추뿐만 아니라 새로 태어날 혼외자 및 부양문제,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는 재산에 관한 분쟁 등에 대한 우려에서 낙태를 원하지 않는 피고인을 억지로 설득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협상을 통해 절충된 합의금을 건넨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해 협박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공갈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재력가, #낙태, #내연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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